출처=MBC ‘PD수첩’
지난 해 가을 수백 채의 빌라를 보유하고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잠적한 임대사업자들 일명 ‘빌라왕’들을 추적했다. 매매가와 동일한 전세금을 바탕으로 자기 돈 한 푼 없이 수백 채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빌라왕들. 그들을 내세워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뒷거래를 고발해 충격을 주었다.
역대급 전세 대란 속 빌라왕들의 폭탄 돌리기는 멈췄을까. 지난 방송의 제보자는 아직도 수많은 위험한 전세들이 함정처럼 세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과 새로운 빌라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위험한 전세들의 실태와 새로운 빌라왕들의 수법 그리고 전세금을 이용해 가장 큰 이익을 남기는 숨겨진 흑막을 심층 취재했다.
빌라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이거나 신혼부부들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청약을 준비하며 저렴한 전세를 찾았던 이들. 위험한 전세는 이들을 노리고 있다. 신축빌라들의 경우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매매가와 같은 전세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깡통전세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
전세자금대출이 쉬워진 것도 한몫했다. 업자들은 적은 돈으로 대출을 보태 들어갈 수 있는 깡통전세로 세입자들을 몰고 있었다. 이런 깡통 주택을 사 모았던 빌라왕들이 최근 파산위기에 놓이며 전세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보유 1위의 임대사업자 진 아무개 씨는 최근 세입자들에게 웃돈을 얹어 집을 사라 제안했다. 폭탄 떠넘기기가 시작된 것이다. 280여 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강 아무개 씨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자 집들을 브로커나 유령 법인에 넘겨버리고 있다.
집을 넘겨받은 법인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며 세입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집들. 위험부담은 모두 세입자들의 몫이다. 아직도 위험한 매물들이 버젓하게 올라와있는 전세 시장의 실태를 다뤘다.
빌라가 팔리지 않자 건축주들은 분양가에 맞먹는 금액으로 부풀린 전세를 계약하고 명의를 임대사업자들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빌라를 처리했다. 건축주부터 전세 폭탄 떠넘기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명의를 넘겨받은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집을 감당할 수 없어지자 집을 범죄에 이용하기도 했다. 일부 집주인들은 세입자가 들어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집값에 육박하는 대출을 받은 채 잠적해버렸다.
세입자들은 직접 집을 분양한 건축주에게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건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말 뿐이다. 누구도 세입자의 고통에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피해 세입자들은 집주인과 연락이 닿기를 기다리며 혹은 경매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피가 말라가고 있다. 건축주와 부동산, 임대사업자들의 폭탄 돌리기 그 사이에서 고통을 받는 무고한 세입자들.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전세시장인지 빌라 전세 시장의 충격적인 이면을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