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 주문 몰리며 공급 앞지를 수도…경기개선 기대감에 외인 수급 11월 들어 반전
최근 내년 증시 전망 보고서를 낸 국내 증권사 대부분도 코스피 지수 예상밴드 상단을 2700선 위로 잡고 있다. 삼성증권은 2100~2850을 예상했고, 메리츠증권은 2250~2800, 신한금융투자는 2000~2750을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와 KB증권은 목표치를 각각 2700과 2750으로 내놨으며, SK증권을 이보다 높은 2900을 제시했다. 눈높이를 3000(흥국증권)까지 올려 잡은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건물 전경. 사진=일요신문DB
#반도체 부활…왕의 귀환
반도체 업황은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직결된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올해는 코로나19로 미뤘던 반도체 주문이 내년으로 몰리면서 폭발적인 수요 확대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다. 코로나19가 원격근무·온라인교육,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보급, 통신 인프라 구축 확대로 이어지며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 계획이 잇따르는 것도 호재다. 공급이 수요를 밑도는, 반도체 가격 상승의 조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D램 빗그로스(출하 증가율) 전망치는 당초 20% 내외에 육박했지만 코로나19 탓에 예상 대비 부진했다”며 “내년에도 부족한 설비투자 탓에 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때문에 D램 수요가 평년 수준인 15~20%만 늘어도 극심한 공급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20조 원을 넘어서면서 배당 확대 기대도 겹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려면 내년 연초를 전후로 특별배당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에 도달하는 ‘10만전자’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주가 10만 원이 되려면 현재보다 50%가량 주가가 더 올라야 하는데 이 경우 코스피 3000이 가능해진다.
현재 SK텔레콤 자회사인 SK하이닉스도 SK(주) 자회사로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최태원 회장의 배당수익을 높이기 위해 SK하이닉스의 배당성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증시대망론이 힘을 받고 있다. 부양책 금단현상으로 주춤했던 증시에 이른바 바이든 효과와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겹치며 미국은 물론 국내 증시도 사상 최고치 경신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임준선 기자
#수급 물꼬 트였다
코로나19가 증시를 덮친 2월 말 이후 증시 수급은 개인이 사고, 기관과 외국인이 파는 형국이었다. 중앙은행의 현금 살포와 정부의 경기부양책 덕분에 3분기 들어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주춤해졌지만 10월까지는 순매도를 유지했다. 반전은 11월 들어 이뤄졌다.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추가부양책 기대와 약달러 기조가 되살아났고, 이는 원화강세로 이어지며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를 부추겼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까지 겹치면서 경기개선 기대가 되살아났고, 경기민감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년 가장 유망한 주식투자처로 한국을 꼽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등장할 정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내년 실적 전망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추정치는 180조 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였던 2018년을 크게 웃돈다. 1100원대 초반인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까지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원화 강세 국면에서 외국인들은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이후 주춤했던 개인들의 투자 열기도 11월 들어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정부의 대주주 기준 강화방침으로 10월 말 51조 원까지 떨어졌던 고객예탁금은 18일 기준 65조 1359억 원으로 지난 9월 4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63조 2582억 원)를 넘어섰다. 정부의 대주주 범위 확대 방침은 유예된 상태다.
미국 대선 결과 확정과 바이든 정부의 경기부양책까지 당분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뚜렷한 악재는 없다. 내년 3월로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조치가 현재로서는 가장 큰 변수다. 단계적 금지 해제가 유력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