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 가격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상장 시 신주발행 중심, 주가 낮아질 가능성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카카오뱅크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카카오뱅크는 은행권에 사모펀드 자금을 유치, 연내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절차를 진행 중이다. 상장 전 지분매각 성격이다. 유상증자에서 주당 발행가는 액면가의 4.7배 수준인 2만 3500원에 정해졌다. 이를 감안한 카카오뱅크의 지분가치는 8조 5800억 원(증자 완료 전 기준)으로 평가됐다.
장외 시장에서 지난 11월 17일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8만 9000원을 기록했다. 기발행 주식수(3억 6500만 주)를 감안하면 추정 시가총액은 32조 4936억 원이다. 무려 4배 가까운 차이다.
국내 4대 은행이 포함된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은 KB금융이 19조 원, 신한지주가 17조 원, 하나금융이 12조 원, 우리금융이 7조 원대다. 은행인 카카오뱅크만 8조 원이 넘는다면 하나금융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가장 일반적인 경영지표인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보면 상반기말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8% 이상이고, 하나은행도 7% 후반대다. 우리은행이 5.86%로 가장 낮지만 카카오뱅크(5.29%)를 앞선다.
문제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증시에 상장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뱅크가 이번 유상증자를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공모 전 전문투자자들로부터 가치 수준을 평가받아 시장에 기준선을 제시해주는 효과다.
연말까지 1조 원의 증자가 이뤄지면 카카오뱅크의 납입자본은 2조 8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이번 증자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은 장기투자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장 과정에서는 구주매출보다 신주발행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발행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공모가는 이번 유상증자 신주발행가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장외에서 이보다 높은 값에 카카오뱅크 주식을 매수한다면 낭패를 볼 확률이 상당한 셈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자기자본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평가받다보니 차별화에 대한 기대로 카카오뱅크 예상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어차피 대출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모델이 같고, 시중은행들도 점차 비대면 채널을 강화해 카카오뱅크와 경쟁 접점을 늘려가고 있어 지나친 기대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