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언’ 선배 기자가 듣고 기사화
▲ 지난 20일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강용석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강 의원은 ‘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대회’ 이후 술자리에서 여대생들에게 현직 대통령, 영부인, 여성 의원들을 거론하며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내용의 발언을 쏟아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미 수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해당 술자리에 동석한 여대생들의 공식 발언이 이어졌지만 강 의원은 끝까지 해당 보도가 과장된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강 의원 측은 “해당 학생과 통화했다”며 최초 보도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가 하면 ‘억측을 삼가 달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술자리에 동석한 여대생들의 추가 증언이 이어지고,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자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해당 학회의 여학생들이 공식성명을 통해 강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성희롱 논란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적 파문을 넘어 특정 정당의 윤리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성희롱’ 파문의 전말을 들여다봤다.
사건의 발단은 ‘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대회’ 시상식이 끝난 뒤풀이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강 의원은 2, 3위를 수상한 연세대학교 대학생 20명을 모아 자주 가는 홍익대학교 인근의 한 고깃집에서 뒤풀이 자리를 가졌다.
강 의원은 이 자리를 “국회의원과 대학생과의 대화를 위해 마련된 뒤풀이”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대학생 10여 명에게 확인한 결과 이 모임은 공식적인 뒤풀이 자리가 아닌 강 의원이 평소 친분이 있던 토론 학회 대학생들만 개인적으로 불러 만들어진 술자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의원이 따로 부른 대학생들은 대부분 전년도 해당 토론대회 수상자들로 강 의원과는 몇 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강 의원으로부터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줄 수 있어야 한다. 모 여자대학교 학생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 하더라” “청와대 방문 때 이명박 대통령이 너만 보더라”는 말을 들은 A 양 역시 청와대 방문 행사에서 강 의원이 개인적으로 초청해 동행했던 학생이었다. 술자리에 동석한 남학생 B 군은 7월 20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토론대회에 참여하지 않은 학회 회원도 연락을 받고 참여할 정도로 편한 자리였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친분 있는 학생들과 함께한 사적인 술자리였기 때문일까. 강 의원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강 의원은 “60대 이상 나이 드신 의원들이 전현희 의원과 밥 한번 먹고 싶어 줄을 설 정도다. 여성 의원의 외모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낫다”고 말하는가 하면 “나경원 의원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이 없다”는 발언도 했다. 또 연인과의 관계로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여자는 차값, 남자는 집값” “여자는 갈수록 (자동차처럼) 값이 떨어지고 남자는 갈수록 (집값처럼) 값이 올라가니 쩔쩔매지 말고 튕겨라”고 말하기도 했다.
편한 술자리에서 던진 강 의원의 발언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하지만 강 의원은 처음 발언 내용에 대해 과장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7월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즉각 공식 성명서를 내고 “해당 학생과 직접 통화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해당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발언 내용을 부인한 다음날 오전부터 “강 의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A 양은 강 의원이 말한 통화내용이 사실과 달라 당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어 그날 술자리에 동석한 여학생들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모든 내용은 사실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애초 기자와의 진실게임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던 강 의원은 A 양을 비롯한 여대생들의 잇따른 증언으로 사면초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위기에 몰리면서 정치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는 강 의원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그의 사무실 역시 폐쇄된 상태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t
파문 진원지 YDT는
국회의원 등 ‘인맥 네트워크’ 엘리트 학회로 통해
성희롱 파문이 터진 후 이번 파동의 진원지인 연세대 토론동아리 YDT(Yonsei Debate Team)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기자는 7월 21일 연세대 캠퍼스를 방문했다. 강 의원이 만난 것으로 알려진 YDT 학회는 언론정보학과 소속으로 몇 주 전만 해도 회원들은 매일같이 비어 있는 스터디실에서 토론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회원들의 휴대폰은 이날을 기점으로 꺼져 있거나 낯선 번호에는 아예 응답하지 않았다. YDT 학회 회원과 친분이 있는 학생을 통해 전화를 걸고서야 내부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날 어렵게 기자와 통화한 YDT 동아리 회원 C 씨는 “A 양은 애초 보도를 목적으로 강 의원의 발언을 제보한 게 아니었다. 학회 동문 중에 기자가 된 선배들이 많은데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날 술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 것이라 많이 당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 씨는 “이렇게 파문이 커질지 몰랐지만 보도된 내용은 엄연한 사실이다”며 “정치인들과 연관된 사건이다 보니 행여 피해가 돌아오진 않을까 취업을 앞둔 대학생 입장에서는 신분노출을 꺼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추가질문을 사양하고 전화를 끊었다.
연세대 일각에선 이번 파문은 정치인과 대학생과의 과도한 친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연대생은 “YDT 학회는 인성면접에서부터 영어토론까지 입사시험보다 더 까다로운 시험을 보고서야 들어갈 수 있는 엘리트 학회다”며 “일단 학회에 들어가면 말하기 기술은 물론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행사가 많아 인맥 형성이 쉽다”며 “이 학회 학생들만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이 있는가 하면 학생들이 외부토론 강사로 초청되는 등 학부 학회 치고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 의원은 토론의 성격을 띤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공동 주최자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관계가 180도 틀어진 셈이라 놀랍다”고 전했다.
지도교수인 김주환 교수를 만나려고 그의 연구실을 방문했지만 문이 닫혀 있었고, 연락 역시 닿지 않았다.
국회의원 등 ‘인맥 네트워크’ 엘리트 학회로 통해
성희롱 파문이 터진 후 이번 파동의 진원지인 연세대 토론동아리 YDT(Yonsei Debate Team)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기자는 7월 21일 연세대 캠퍼스를 방문했다. 강 의원이 만난 것으로 알려진 YDT 학회는 언론정보학과 소속으로 몇 주 전만 해도 회원들은 매일같이 비어 있는 스터디실에서 토론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회원들의 휴대폰은 이날을 기점으로 꺼져 있거나 낯선 번호에는 아예 응답하지 않았다. YDT 학회 회원과 친분이 있는 학생을 통해 전화를 걸고서야 내부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날 어렵게 기자와 통화한 YDT 동아리 회원 C 씨는 “A 양은 애초 보도를 목적으로 강 의원의 발언을 제보한 게 아니었다. 학회 동문 중에 기자가 된 선배들이 많은데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날 술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 것이라 많이 당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 씨는 “이렇게 파문이 커질지 몰랐지만 보도된 내용은 엄연한 사실이다”며 “정치인들과 연관된 사건이다 보니 행여 피해가 돌아오진 않을까 취업을 앞둔 대학생 입장에서는 신분노출을 꺼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추가질문을 사양하고 전화를 끊었다.
연세대 일각에선 이번 파문은 정치인과 대학생과의 과도한 친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연대생은 “YDT 학회는 인성면접에서부터 영어토론까지 입사시험보다 더 까다로운 시험을 보고서야 들어갈 수 있는 엘리트 학회다”며 “일단 학회에 들어가면 말하기 기술은 물론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행사가 많아 인맥 형성이 쉽다”며 “이 학회 학생들만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이 있는가 하면 학생들이 외부토론 강사로 초청되는 등 학부 학회 치고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 의원은 토론의 성격을 띤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공동 주최자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관계가 180도 틀어진 셈이라 놀랍다”고 전했다.
지도교수인 김주환 교수를 만나려고 그의 연구실을 방문했지만 문이 닫혀 있었고, 연락 역시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