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윈윈이라고? ‘선수장사’ 냄새 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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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넥센의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야구계는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트레이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넥센과 롯데의 트레이드는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양팀 관계자의 첫 접촉은 7월 13일 목동구장에서였다. 경기를 앞두고 양팀 고위층이 밀담을 나누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때만 해도 일상적인 만남 정도로만 비쳤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롯데 고위관계자는 넥센 측에 단도직입적으로 “황재균을 트레이드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넥센 측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거부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다. 사실 롯데는 황재균의 팀 내 위치를 간파하고 있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시즌 초 황재균이 실책을 범하고 나서 더그아웃에 글러브를 던지는 걸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며 “7월 초 황재균이 손목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는 발표가 났지만, 부상이 2군행의 주요 배경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항간에 떠돌던 소문처럼 황재균과 코치진 사이에 불화가 있다면 우리가 황재균을 요구했을 때 넥센에서도 거부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면서 “적당한 카드만 제시하면 뜻밖에 트레이드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카드였다. 올스타 3루수 황재균 정도라면 롯데의 웬만한 주전급 이상의 선수를 내놓아야 했다. 여기다 넥센의 트레이드 전례와 재정 상태를 고려할 때 ‘+α’로 현금이 포함되는 건 자명했다.
그러나 넥센은 지난해 말 장원삼(삼성), 이현승(두산), 이택근(LG) 3명을 현금 트레이드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2010년 말까지 현금 트레이드 금지 처분을 받았다. 현금이 오가지 않는다면 황재균의 맞상대는 더 비중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할 판이었다. 롯데의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넥센이 현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되레 넥센에서 선수 대 선수로 맞트레이드하자는 역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사실 롯데는 황재균을 영입하려고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황재균 영입이 확정되자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오랫동안 그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한 것만 봐도 안다.
롯데가 황재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한화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이범호를 잡으려다 실패한 직후다. 당시 롯데는 3루수 보강에 목숨을 걸었다. 이유가 있었다.
2008년 로이스터 감독 부임 뒤 롯데는 1루수 이대호를 3루수로 돌리며 공격력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대호의 3루 수비 불안이 문제로 떠오르고, 수비 부담 때문에 이대호의 타율마저 지난 시즌보다 현저히 떨어지자 비상이 걸렸다. 2009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취득한 이범호가 시장에 나왔을 때 롯데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롯데는 ‘이범호만 영입하면 3~4년간 전력보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실탄으로 40억 원을 준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입단 협상 도중 이범호가 갑자기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초대형 계약을 맺자 롯데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이때 대안으로 떠오른 이가 황재균이었다. 그해 말 ‘넥센이 삼성, LG, 두산에 장원삼, 이택근, 이현승을 차례로 트레이드한다’는 소문이 한창 돌 때 롯데는 넥센에 넌지시 황재균 트레이드가 가능한지 물었다. 당시 넥센은 “황재균은 강정호, 손승락, 강윤구와 함께 트레이드 절대불가 선수”라며 “30억 원 이상을 주면 모를까 트레이드는 꿈도 꾸지 마라”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팀의 비전을 ‘2012년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잡은 롯데로선 반드시 황재균 영입으로 전력보강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꾸준히 넥센과 접촉한 덕분에 황재균 영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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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유니폼을 입은 김민성과 김수화. |
올스타 3루수 황재균을 내주고 백업 내야수 김민성과 2군에서 평균자책점 6점대를 기록 중인 투수 김수화를 받았다면 누가 봐도 손해 보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야구계는 넥센이 황재균을 주는 조건으로 10억 원 이상의 현금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
물론 넥센은 “현금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며 경색한다. “메인 스폰서를 확보하고서 재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넥센의 응원을 담당하는 치어리더와 마스코트 ‘턱돌이’는 4월 시즌 시작 후 월급을 제때 받지 못했다. 넥센 측에선 “결제일이 바뀐 바람에 응원용역업체에 지급하는 돈이 늦게 들어간 것뿐”이라고 반박하지만, 넥센은 지난해에도 재일교포 야구용품업자를 비롯해 거래처 다수에 대금 지급을 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재정상태도 그렇다. 넥센이 메인 스폰서지만 스폰서료는 1년에 3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브 스폰서를 모두 합쳐도 60억 원 이하라는 게 정설이다. 관중수입과 TV 중계권료를 모두 합해도 한해 최소 12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구단 운영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야구계는 롯데가 넥센에 시즌 종료 뒤 현금을 내거나 넥센의 밀린 결제금을 대납하는 방식의 변칙 거래가 숨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KBO가 트레이드 승인을 미룬 것도 모종의 검은 거래가 숨어 있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모 구단의 관계자는 이번 트레이드의 최종 승자를 “롯데 프런트”로 꼽았다. 그간 ‘투자에 인색하다’ ‘프런트의 의지가 약하다’는 평을 들은 롯데 프런트는 시즌 중 전격적인 황재균 영입으로 단번에 능력 있는 프런트가 됐다. 특히나 ‘초보 GM(general manager)’인 롯데 배재후 신임단장은 전임단장이 번번이 실패한 3루수 보강을 극적으로 성사시키며 야구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됐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