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용 구미시장 “해줄 말 없다”…연락 피하며 인터뷰 사절
- 구미시의회 윤리위원회 “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현재로서는 무어라 해줄 말 없어
[구미=일요신문] 구미시의회 윤리위원회를 통해 올해 초 제명된 김택호 구미시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시 구미시의회 윤리위원회는 인사청탁과 뇌물수수 등으로 인한 윤리규정 위반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 의원을 제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자신에게 붙여진 혐의 등은 근거 없는 모함이며 제명 처분은 부당한 처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올 초 불거진 장세용 구미시장과 김 의원의 일련의 사건과 관련, 지난달 7일 김 의원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이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과태료 처분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난 19일 김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경찰의 과태료 통보 결과 역시 편향적이라며 사실상 경찰의 과태료 처분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천명해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모양새다.
‘일요신문’은 구미시의회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김택호 시의원이 제명조치가 부당하다며 불복에 나선 이유를 짚어봤다.
사진 왼쪽 장세용 구미시장, 오른쪽 김택호 구미시의원(사진=일요신문 DB)
# 김택호 의원 제명 사유는 장세용 시장에게 건넨 ‘돌침대와 엑기스 2박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의 제명을 결정한 구미시의회 윤리위원회는 장세용 시장이 지난해 2월16일 김 의원이 인사 청탁을 하면서 장 시장의 부인인 김창숙 씨에게 돌침대와 엑기스 2박스, 돈 봉투 등을 뇌물로 줬다며 이와 관련해 사법기관의 수사가 진행되면 블랙박스 및 관련인과의 통화내용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고 증언한 것을 제명의 결정적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김 씨가 구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장 시장이 윤리위에서 제출할 수 있다고 한 증거와 블랙박스는 내놓지도 못했고, 진술 역시나 윤리위와 다른 일관성 없는 황당한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장 시장과 윤리위 민주당 의원들,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등이 정적 제거 목적으로 자신을 제명에 이르게 만들고 제명(안) 항소재판을 앞둔 상태에서 과태료 부과 통보란 결정을 받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미경찰서가 자신이 장 시장 측에 엑기스 2박스를 인사청탁과 함께 건넸다고 판단해 지난달 7일 구미시의회에 비공개를 명시한 통지서로 과태료 처분 결정을 통보한 것도, (김 씨 등 장 시장 측이) 인사 청탁으로 받았다고 하는 문제의 엑기스와 돌침대 전달의 목적, 내용물, 과정, 일자까지 모두 자신을 모함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김 씨의 경찰 진술은 거짓말?
김 의원은 “김 씨의 경찰 진술 내용 중에 ‘지난해 2월16일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의 토크 콘서트가 있던 날 행사가 끝나고 커피숍에서 잠시 머물다 자가용으로 가던 길에서 김택호 의원이 구미시청 이 모 계장을 승진시켜 달라는 인사 청탁과 함께 엑기스 2박스를 건넸다’고 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도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씨와는) 미리 전화로 박주민 최고위원의 콘서트가 끝나고 보자고 약속도 했고 거기서 담소도 나누면서 침대 값 얘기만 하기 부담스러워 엑기스를 준 것이며, 인사청탁은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제 승용차와 김 씨의 차가 30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제가 엑기스를 가져올 동안 김 씨는 기다리고 있다가 (엑기스를)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고 말했다. 또 “김 씨가 경찰 진술에서 자신은 다음날(17일) 엑기스를 돌려주고자 제(김 의원) 집 앞에 뒀는데 제가 다시 들고 나와 계속 주길래 다른 사람을 시켜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해 가져갔다고 주장했는데, 만약 그 안에 돈 보따리가 들어 있었다고 생각했다면 남을 시켜 돌려주겠다며 다시 가져가겠는가”라며 반문했다.
# 김 씨가 지난해 2월17일 엑기스를 돌려줬다?
김 의원은 “그날 저는 임오동 지역 행사에 가 있었고 2~3일 후 다시 만나 엑기스를 돌려받았다. 김 씨는 그 다음날이 아닌데도 다음날 바로 돌려줬다고 한 것”이라며 “더구나 김 씨는 이날 제가 운영중인 건강원으로 와서 ‘독을 빼고 명약을 달라’며 엑기스를 돌려줬고, 그 과정에서 제가 엑기스 박스를 건강원 바닥에 쏟아 붓고 흰 봉투를 옆으로 치우는 것을 건강원 밖 15~20m에서 문이 열린 틈으로 봤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있을 수 없는 허위 진술”이라고 비난했다. 또 “제가 엑기스를 다시 박스에 담아 김 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줬는데 여기서 흰 봉투를 처음 봤고, 안(봉투)에 현금이 들어 있는지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는 김 씨의 진술 역시 허위”라고 강조했다.
# 문제의 ‘돌침대’는 김 의원이 직접 개발한 제품…침대값은 아직 받지 못해
김 의원은 장 시장이 뇌물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돌침대와 관련해 “장 시장이 선거를 치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심한 감기가 들어 장기간 낫지 않은 일이 있는데, 제가 민간요법을 오래 연구한 줄 아는 김 씨가 저한테 장 시장에게 쑥뜸을 좀 해 달라고 한 일이 있다”며 “쑥뜸을 잘 못 하니까 대신 제가 개발해 차에 싣고 다니는 제품인 침대를 써 보라고 했고, 김 씨가 좋다고 해서 설치해 주기로 하고 문자로 집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하자 카톡으로 답이 왔다. 침대값은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장세용 구미시장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인터뷰를 부탁했지만, 장 시장 측은 현재 연락을 피하며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구미시의회 윤리위원회는 “법원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무어라 해줄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올해 2월 자유대한민국수호대와 경북애국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장세용 시장과 부인 김창숙 씨, 김택호 의원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상혁 자유대한민국수호대장은 “장 시장은 인사청탁 뇌물로 받았다고, 김 의원은 팔았다고 주장하는 침대에 대해 의혹을 해소하고 시민에게 사과하라”며 경찰에 고발 후 1인 시위를 벌였다.
김택호 의원은 “제명 분위기를 주도했던 구미시의회 의장에게도 책임은 분명히 있다”며 “현재 김태근 전 구미시의장과 김재상 현 의장은 의원직 제명에 대해 피고인 자격으로 재판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련의 일들이 억울한 상황인데 왜 형사고발을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윤리위에 제소한 시의원들과 허위진술로 본인을 기망한 장세용 시장 역시 같은 민주당 소속이라 아직 고발은 마음에 두지 않고 있다”라며 “보도 역시 재판 이후에 다루었으면 하는 바람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부건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