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양육 스트레스와 열등감·소외감 겪어
[부산=일요신문] 여성장애인이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적인 차별 구조로 인해 임신·출산·양육과정에서 제대로 된 모성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 특성을 배려하지 못하는 보건의료 환경으로 이들의 건강권이 위협받으며, 열악한 출산·양육서비스로 인해 높은 양육 스트레스와 열등감·소외감을 겪는다는 비판도 함께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부산여성가족개발원(원장 성향숙)이 발표한 ‘부산지역 여성장애인 모성건강권 보장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책임연구 문정희 연구위원)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개발원은 부산지역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양육과정의 실태를 파악해 모성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임신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여성장애인을 장애유형별(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로 만나 연구를 수행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지역 여성장애인은 임신 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자녀가 장애를 가질까봐 두려워서(42.4%)’, ‘주위의 시선 때문에(19.8%)’, ‘가족들의 출산 반대(19.3%)’, ‘병원비 등 돈이 많이 들어서(18.5%)’ 등을 사유로 거론했다.
특히 출산 후 산후조리 충분 정도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라는 응답이 100%를 나타낼 정도로 산후조리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녀양육이나 교육 시 어려운 점으로 양육·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초점집단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성장애인은 임신·출산·산후조리 과정 동안 장애유형을 배려하지 않는 의료 환경과 진료 경험으로 불편과 차별을 경험했다. 불편한 보건의료 환경은 제때에 진료 받는 것을 방해하고 산후조리원 등 시설 이용을 포기하게 만들어 건강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부모권을 제한받는 경우도 있었다. 자녀 양육과정에서 결정권을 박탈하거나 자녀를 안거나 우유를 먹이는 것조차도 배제를 당하는 경우가 생겼다.
장애유형별로 각기 다른 자녀 양육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체·뇌병변 장애는 부모 자신의 몸조차 가누기 힘든 경우가 많아 자녀 양육 전반에 애로사항이 있으며, 시각장애는 자녀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응급상황에 대처가 어렵고 책 읽어주기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청각장애는 자녀 소리에 대한 반응과 대처가 어렵고 언어발달과 학습 지도 등의 곤란을 겪고 있었다. 지적장애는 부모의 양육수행능력이 낮아 지적장애의 대물림 우려가 있어 자녀학습지도 등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이처럼 여성장애인들이 임신·출산·양육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를 지원하는 정책은 매우 미흡했다. 일회성 출산장려금과 산후조리·가사·육아도우미 지원사업이 제공되고 있으나, 기간이 제한적이며 부산에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문정희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여성장애인의 모성건강권 보장을 위해 부산지역 보건의료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며, 장애인의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자녀양육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부산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여성장애인 지원사업을 강화하고,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장애인복지기관의 모성건강 프로그램 확대, 여성장애인 모성건강권 보장 지원 조례 제정, 장애유형별 모성건강서비스 확대 등의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성향숙 원장은 “모성보호는 국가의 의무다. 여성장애인이 여성과 장애라는 이유로 더 이상 차별받고 소외받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