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2005년 9월 6일 늦은 밤, 112에 걸려온 의문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음소리와 절박한 절규가 약 20초간 이어졌다.
사건 당시 신고음성 분석 업체 관계자는 “그 음성 자체가 되게 충격이어서. 그때 되게 힘들었었죠. 그걸 자꾸 들어본다는 게”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던 한인택군이 복부에 칼을 찔린 채 신고전화를 했던 것. 현장을 지나던 행인이 인적이 드문 언덕길 옆 화단에 쓰러져 있던 한 군을 발견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과다출혈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한 군이 쓰러진 곳에서 약 90m 떨어진 곳에서 범행에 사용된 길이 25cm의 칼이 발견되었다.
사건 담당형사는 “한인택이 죽으면서 112에 신고를 하면서 죽인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고. 자기 죽인 애를”라고 말했다.
사건발생 5일후 경찰은 한인택 군과 같은 학교를 다니던 동급생 김 군을 유력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피해자가 죽어가면서 남긴 112 신고 음성.
경찰은 한 군이 남긴 신고음성 안에 김 군의 이름이 남겨져 있다고 판단했고 마침내 그날 다른 친구와 함께 피해자를 쫓아가 칼로 찌른 후 도망쳤다는 김 군의 자백을 마침내 받아냈다.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고 스스로 범행을 자백했던 김 군은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여 만에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석방되었다. 범행을 자백했는데 왜 무죄판결을 받았던 걸까. 신고음성 속 한인택 군이 말하고자 했던 그날의 진실은 김 군의 이름이 아니었던 걸까.
고(故) 한인택 군 어머니는 “시간 보내는 게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요.1분 1초가 나는 그 아들 하나로 살았단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우리가 만난 한 군의 어머니 김 씨는 15년이 지났지만 사건에 대한 의문점만 늘어간다고 했다. 김 군이 자백을 했고 김 군이 피해자 한인택 군과 함께 있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도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죗값을 치를 거라 생각했다는 한 군의 어머니.
김 군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걸 보며 억장이 무너졌지만 김 군이 어떻게 대법원에서까지 무죄판결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판결문 첫 장 조차 읽지 못할 만큼 아들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커보였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15년 전 진실을 밝혀야 죽어서도 떳떳하게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마지막 용기를 냈고 제작진과 함께 검찰이 보관하고 있던 한인택 군의 생전 마지막 신고음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어렵게 입수하게 된 신고음성. 그 안에는 어떤 진실이 담겨있는지, 한인택 군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지 신고음성 속 비밀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