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유일 선정...기존 10배 비싼 ‘은’ 대체로 전기·전자 소재 및 부품 가격경쟁력 확보
기술 개발자인 정희진 박사(왼쪽)와 이건웅 박사(오른쪽)가 금속(구리) 그래핀 복합 파우더와 잉크를 각각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남=일요신문]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최규하)이 개발한 ‘저가형 금속/그래핀 복합잉크 제조기술’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2020년 10대 나노기술’로 선정됐다. 과학기술계 출연연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 9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발표한 ‘소부장 출연연 대표 우수성과’ 선정에 이은 쾌거다.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연구센터 이건웅·정희진 박사팀이 개발한 이번 기술은 꿈의 나노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을 ‘구리’에 합성해 가격은 대폭 낮추면서도 뛰어난 전기 전도성을 갖는 잉크 기술이다. ‘전도성 금속잉크’는 말 그대로 전기가 통하는 잉크로, 각종 전기·전자기기의 부품 제조는 물론,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 전 방위에 활용되는 필수 소재다.
현재 시판되는 전도성 금속잉크의 주요 소재는 귀금속 계열의 은(Ag, Silver)이다. 은은 전기 전도도가 높고 산화가 잘 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매우 높다. 특히 고품질 은 잉크의 경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보니 그동안 해외 수입의존도가 높았고, 이에 따라 대체 소재 발굴 및 국산화 기술 개발이 시급히 요구됐다.
이러한 은을 대체하기 위한 소재로 은과 유사한 전기 전도도를 가지면서도 가격은 10배나 저렴한 구리(Cu, Copper)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구리는 은보다 녹는점이 높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에 산화막이 쉽게 형성돼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졌다.
이에 한국전기연구원 연구팀은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기 및 열 전도성이 우수해 금속 소재의 산화 방지막으로 활용이 가능한 ‘그래핀’에 주목했다. 즉, 구리의 단점을 그래핀으로 보완한 것이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액상합성법 액상합성법(그래핀과 구리 입자의 단순한 혼합방식이 아닌, 구리 입자 표면에 여러 층으로 이뤄진 고결정성의 그래핀을 용액상에서 직접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구리와 그래핀을 효과적으로 합성해, 구리의 산화 방지는 물론, 잉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구리 중에서도 저렴한 마이크론 크기의 상용 구리 입자를 사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구리 입자의 크기 및 형태(구형, 플레이크형, 덴드라이트형) 조절을 통해 다양한 전기 전도도를 갖는 패턴 전극을 확보할 수 있게 하여 산업체에서 기술을 폭넓게 응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성과는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금속소재 및 잉크제조 전문기업에 기술이전 돼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기업에서 월 5t의 구리/그래핀 입자 및 복합잉크 대량 생산설비를 구축 완료해 일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월 10t 규모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국내 디스플레이 및 모바일 기기용 부품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추후 자동차 전장 부품 및 배터리 분야로 확장하여 관련 기술 분야를 선도한다는 목표다.
개발 책임자인 이건웅 박사는 “영광스러운 10대 나노기술에 선정돼 대단히 기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소부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높은 만큼, 전기재료 연구 분야에서 기술 독립을 실현할 훌륭한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