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과거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식회사의 ‘근본’인 에너지 사업 분야에 강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 것. 지난 98년 그룹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 분야보다는 통신 등 첨단산업에 집착해왔던 게 사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울산을 세 번 찾았다. 한 번은 SK울산공장을 찾아 노조 관계자 등을 만나 회사가 어려울 때 도와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했고, 또 한번은 울산 공장에서 SK의 이사회를 개최했고, 나머지 한번은 SK가 울산시에 기증한 공원 기공식에 참석한 것.
이 같은 그의 행보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기본사업이 에너지 사업임을 다시 한번 재확인한 행보인 것. 때문에 최 회장은 주변으로부터 SK사태를 겪고 난 뒤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이러한 ‘근본 강화’는 양대 주력사인 SK텔레콤과 SK의 조직개편을 통해 더욱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SK의 경우 투자회사관리실장에 최 회장의 시카고대 동문인 박영호 경영경제연구소장을 임명해 대폭 강화하고, 대외협력업무를 맡게 될 CR전략실을 신설해 측근인 황규호 전무를 임명했다.
이와 함께 ‘대외 커뮤니케이션 및 협력기능의 강화’를 맡은 CR전략실의 기능이 더해져 지난해 해체된 SK구조본이 SK 소속으로 사실상 부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직할하는 SK(주)의 전체적인 계열사 관할 기능 강화가 이뤄졌다면 친인척 경영진이 완전히 빠진 SK텔레콤의 경우에는 최 회장의 직계 인사들의 대거 진입이 눈에 띈다. 표문수 전 사장의 뒤를 이어 김신배 전략기획부문장이 전격적으로 사장으로 발탁되고 그 자리에 최 회장 사람으로 분류되는 하성민 기획실 상무가 전략 기획부문장으로 발탁된 것. 또 서진우 SK커뮤니케이션 사장이 SK텔레콤 신규 사업 부문장으로 복귀한 점도 눈에 띈다.
또 SK텔레콤에 있던 CR센터는 폐지되고 기능이 축소됐다. 이는 SK의 CR전략실 신설과는 대조되는 대목. 최 회장이 사실상 SK를 그룹의 지주회사로 삼아 원톱 체제로 다스리겠다는 뜻이다.
[령]
온라인 기사 ( 2024.12.12 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