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회장(왼쪽)과 최재원 부회장. | ||
특히 손길승 전 회장이 퇴진한 이후 SK그룹의 실권을 완전 장악하기 시작한 최 회장은 마지막 걸림돌인 사촌형제들과의 관계정립에 나설 것으로 보여 SK 내부에 전례없는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주총 이후 그룹의 인사권과 계열사에 대한 조직개편권을 행사하면서 그룹내부 장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SK그룹에서는 주목할 만한 인사가 단행됐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물러났던 표문수 전 SK텔레콤 부사장과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전 SK텔레콤 부사장이 계열사의 ‘부회장급’으로 재영입된 것.
이는 SK주식회사 내부에 투자회사관리실을 신설하고, 대외협력 부서인 CR실을 강화한 조치와 더불어 주목할 대목이다.
특히 최재원 전 SK텔레콤 부사장의 컴백은 SK 지배구조의 특수한 사정과 관련해 SK 안팎으로부터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최 전 부사장은 지난 14일 SK엔론의 자문역 부회장으로 다시 경영진에 합류했다. SK엔론측은 “해외시장 개척과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적임자인 최 전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최 전 부사장의 영입은 최태원 회장의 최근 행보와 맞물려 의미심장한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K가의 복잡한 인맥구도에 비춰 최 전 부사장의 재합류는 그룹 경영의 무게중심이 최태원 회장쪽으로 완전히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SK그룹은 최종건 회장이 창업했으나 젊어서 사망하는 바람에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대통을 이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의 지분이 최종현 회장으로 넘어갔고, 최종현 회장이 사망하면서 이 지분은 최태원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때문에 최종현 회장 사망 이후 재계는 최종건가와 최종현가의 공동경영 체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해 SK사태가 터져 이 시나리오는 휴지가 됐다. 그러다 올해 SK(주) 주총에서 소버린과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고, 이는 책임 경영론과 친인척 배제로 확산되면서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전 부사장과 표문수 전 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1개월 만인 지난 4월 표 전 사장이 SK텔레콤 고문으로 복귀하고, 최재원 전 부사장도 부회장급으로 컴백하면서 원상태로 돌아갔다.
▲ 최신원 회장(오른쪽)과 최창원 부사장. | ||
최 전 부사장의 복귀에 대해 그룹 안팎에서는 SK엔론이 각 지역 가스회사 등 11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SK의 가스 분야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오너 일가족의 재산 분할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성급한 해석까지 나돌고 있는 것.
특히 최 회장은 지난 3월 SK그룹의 양대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의 주총 이후 조직 개편을 통해 장악력을 더 높인 상태여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속에 시선이 집중되는 부분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컬 부사장의 행보. 최 부사장은 지난해 SK네트웍스의 경영에서 손을 뗀 뒤 SK케미컬과 SK건설의 구조조정업무를 맡고 있다.
최창원 부사장의 경우 비슷한 나이 또래인 최재원 전 부사장과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최재원 전 부사장이 부회장급으로 복귀한 부분과 관련해 최창원 부사장의 거취에도 조만간 모종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SK그룹 안팎에선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 그리고 나머지 4촌형제들 간에 핵분열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례로 최신원 회장측은 그동안 강한 애착을 보였던 워커힐호텔을 SK네트웍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각하려는 최태원 회장측의 방안에 사실상 동의했다. 그러면서 최신원 회장측은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워커힐호텔에 버금가는 보상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신원 회장측에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는 기업은 SK네트웍스, SKC, SK케미컬, 워커힐 등. 이 중 SK네트웍스는 현재 채권단의 관리로 넘어가 있고, 주요 사업분야 역시 SK텔레콤과 SK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또 워커힐은 SK네트웍스 채권단에 처분이 위임된 상태다.
최태원 원톱 체제의 확립을 위해선 두 가문의 관계설정도 마냥 비켜갈 수만은 없는 문제가 됐다. 지난해 SK사태로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을 뿐인 것.
최근 SK그룹 안팎에선 SK그룹 오너 2세들 간의 ‘관계설정’과 관련한 중대발표가 조만간 나올 것이란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