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의혹이 ‘외압’ 의혹으로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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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의원과 그의 부인이 사찰 대상으로 지목될 때까지만 해도 남 의원은 사찰의 억울한 피해자로만 비쳐졌다. 하지만 최근 사찰의 원인이었던 남 의원 부인과 동업자 간의 송사가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면서 몇 년간 가족을 괴롭게 했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여기에 남 의원의 부인과 법적 분쟁을 벌였던 동업자 이 아무개 씨가 6일 오전 남 의원 부인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남경필 의원 부인과 동업자 이 씨 간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치인 사찰까지 부른 당시 사건의 전말을 알아봤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였던 남 의원의 부인과 동업자 이 아무개 씨는 2002년 1 대 1의 지분 비율로 동업 계약을 맺고 보석 제작ㆍ판매업체인 G 사를 공동 운영했다. 이들이 운영하던 보석 업체는 국내 수입업자를 통해 원석을 구매한 뒤 세공 작업을 거쳐 귀금속을 판매하는 업체였으며 강남 한 백화점에도 점포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점포에는 이른바 강남에서 내로라하는 부인들이 자주 드나들 정도로 유명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가 괜찮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다음 해에는 각각 50%의 지분을 투자해 별도의 보석 유통회사인 L 사까지 설립했다. 남 의원의 부인은 이 사업에 총 10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밀월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고 두 사람이 맞고소하면서 양보 없는 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L 사의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심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 의원 부인은 2004년 경찰에 동업자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며 2007년 8월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항고했지만 서울고검에서도 기각됐다. 그러나 2008년 11월 대검에 재항고를 내고서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져 결국 동업자 이 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동업자 이 씨도 2005년 남 의원 부인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2007년 5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돼 지난해 6월 무혐의 처분됐다. 이 씨는 고검에 항고했지만 기각되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역시 기각됐다. 이 씨는 형사소송과는 별개로 남 의원 부인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도 함께 제기했으나 최근 법원은 남 의원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소장파의 핵심 의원인 남경필 의원의 부인이 연루된 이 사건은 소송이 진행될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일부 언론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남 의원은 해당 언론사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다른 언론들이 이를 주목하지 않았고 결국 남 의원 측은 해당 언론사가 기사를 삭제하고 정정보도를 내는 선에서 소송을 취하했다.
영원히 묻힐 것만 같았던 송사는 엉뚱한 곳에서 다시 불거져 나왔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 터져 나왔고 지원관실의 사찰 대상이 정치인도 포함됐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바로 이 정치인 중 한 명이 남경필 의원이었고, 지원관실이 남 의원에 대해 탐문했던 내용이 바로 부인 관련 송사였다는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것.
이 때까지만 해도 사건의 초점은 민간인과 정치인에 대한 무차별 사찰을 한 총리실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당시 남 의원 부인을 조사하던 담당 경찰관이 정 아무개 씨에서 박 아무개 씨로 교체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사건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경찰관이 바뀌는 과정에서 남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이란 신분을 이용해 외압을 넣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게다가 지난 6일 이 씨가 남 의원 부인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 씨는 진정서를 통해 “남 의원의 부인이 진정인과 함께 보석업체를 운영하면서 지인들과 짜고 주식양도 형식으로 지분을 횡령한 사실이 명백함에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씨는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회계사가 지분을 횡령하는 방법을 남 의원 부인에게 조언한 문건이 발견됐고, 남 의원 부인은 그 조언에 따라 주식양도를 가장하기 위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주도적으로 범행에 관여했다”고 지적하고,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묵살한 채 이러한 처분을 내린 것은 유력 국회의원의 배우자라는 신분이 고려됐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 의원은 이러한 외압설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 의원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총리실 불법사찰 문제가 이런 식의 편파, 왜곡보도로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외압설을 처음 보도한 언론에 대해 “이 기사는 소송 상대방의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청취를 통해 구성된 왜곡보도”라면서 “소송이 진행되던 2006년 본인은 야당 의원이었는데, 당시 검찰이 야당 의원의 외압을 받아 형사소송을 무혐의 처리했다는 식의 보도는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를 맡았던 정 아무개 경위가 막무가내식 강압 수사를 벌여 소송당사자들이 검찰과 인권위원회에 문제를 합법적으로 제소했고, 그 결과 국가기관이 정 경위를 교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단락된 줄 알았던 남 의원 부인 송사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에서 튄 파편으로 인해 송사가 진행될 때보다 더 많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됐다.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가를 떠나 남 의원 입장에서는 잊고 싶던 기억을 엉뚱한 일로 인해 다시 떠올리게 된 셈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용어해설 : 재기수사 명령
검찰사건 사무규칙에 따르면 ‘재기수사명령’은 고등검찰청이 수사한 결과, 추가 수사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원처분 검찰청(일차적으로 수사한 검찰청)에 사건을 재기하여 수사한 후 기소 여부를 다시 검토하라고 내리는 명령을 말한다. 원처분 검찰청에서는 고등검찰청의 명령에 따라 다시 수사한 후 피고소인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때 다시 불기소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에 따르면 ‘재기수사명령’은 고등검찰청이 수사한 결과, 추가 수사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원처분 검찰청(일차적으로 수사한 검찰청)에 사건을 재기하여 수사한 후 기소 여부를 다시 검토하라고 내리는 명령을 말한다. 원처분 검찰청에서는 고등검찰청의 명령에 따라 다시 수사한 후 피고소인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때 다시 불기소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