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타니 빈 수레도 요란하더라?
▲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주식시장에서 지나치게 폭등한 종목들이 항상 구설수에 오르듯 제4 이동통신 관련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 중 한 곳은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번 사업은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시선도 함께 받게 됐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잡음들을 취재했다.
국회는 기존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 통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2월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수조 원이 들어가는 통신망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동통신사업을 가능토록 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활성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비통신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이통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MVNO는 브랜드, 요금체제, 상품 등을 독자적으로 구축해 이통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MVNO가 활성화돼 있다. SK텔레콤이 미국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대여해 ‘힐리오’란 브랜드로 미국 이통시장에 진출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뿐 아니라 업체 간 경쟁 활성화에 따른 요금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법안 통과 당시만 해도 전국적 판매망을 갖춘 이마트나 하이마트 등의 유통업체와 국민은행과 같은 금융권, 케이블 TV업체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됐다. 강력한 영업조직을 보유한 현대차 등 자동차 업체도 잠재적 MVNO 사업자로 꼽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MVNO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후보군에 올랐던 대기업들은 결국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올 6월 11일 KMI(한국모바일인터넷)란 이름의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허가신청서를 접수했다. 당시만 해도 이 컨소시엄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참여했는지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하나 둘 알려지기 시작했고 더불어 코스닥시장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컨소시엄의 최대주주인 A 기업의 경우 6월 11일 종가로 1만 1250원이던 주가가 지난 8월 2일 9만 9400원까지 상승했다. 불과 2개월도 안된 기간에 80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4번째 주주인 것으로 알려진 B 기업의 경우 3240원 하던 주식이 한 달 만에 6730원까지 올랐다.
제4 이동통신 관련주라고 해서 두 기업처럼 급등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짧은 기간 20~30% 정도 상승하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두 기업의 상승폭은 놀라웠다. 코스닥 시장에서 두 기업에 대한 설왕설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B 기업의 경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씨의 사위인 전 아무개 씨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상은 씨는 지난 2007년 대선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최대 쟁점이었던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전 씨는 이상은 씨의 큰딸과 결혼했으며 외국계 증권회사 이사를 지냈고 국내 증권회사 근무 경력도 있는 증권맨 출신이다.
한때 전 씨는 B 기업의 대주주인 C 기업의 CEO를 역임했고, 직접 B 기업의 등기이사를 하기도 했다. C 기업은 코스닥시장에서 전문적으로 M&A를 하는 회사다.
사실상 전 씨의 회사에 인수된 B 기업은 지난 3월 전기차 시장에도 진출했다. 전기차 관련주 역시 이명박 정부 최고의 수혜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신청을 앞두고 사임했지만 여전히 비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인 A 기업의 경우, 주가가 800% 이상 급등했지만 실제 이 회사의 자금 조달 능력이나 향후 사업 추진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 증권사 이동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도 “MVNO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관련주들은 사업성으로 인해 주가가 올라갔다기보다는 테마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기업의 주가가 800%가량 오른 것은 B 기업과의 연관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A, B 두 회사 모두 신용정보회사가 평가한 작년 신용등급이 각각 BBB와 BB로 신규사업을 펼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최소 7000억 원에서 최대 1조 2000억 원의 초기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KMI 측은 초기 예정자본금을 4100억 원 규모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3개월 이내 자본금을 7500억 원으로 증자하고 늦어도 내년 초까지 외국자본으로부터 1조 2000억 원 정도를 추가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된 것은 컨소시엄에 2대 주주로 참여했다고 알려진 삼성전자가 와이브로 통신장비에 현물로 400억 원을 투자한 것이 고작이다. 앞으로 1조 원가량의 투자금이 더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MVNO 시장성을 볼 때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업계에서는 KMI가 원활하게 자금조달을 할 경우 4세대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를 이용해 무선인터넷은 물론 음성통화까지 저렴한 값에 쓸 수 있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로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KMI에 사업권을 내어 줄 것인지 여부에 대해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업에 대해 정부가 허가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컨소시엄의 사업 추진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사업권을 내주면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사업권을 내어주지 않을 경우에는 MVNO 사업성을 과대 포장해 일부 작전 세력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두 회사와 관련한 각종 정보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경쟁력 강화라는 명제 아래 시행한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작업이 도리어 현 정권의 발목을 잡게 되지는 않을지 정치권과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