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협박? 제발 생사람 잡지 마세요”
▲ 양은이파 전 보스 조양은 씨가 최근 협박 및 갈취 혐의로 경찰에 곧 소환될 거라는기사에 대해 “피해자 얼굴도 모른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
2008년 여름 일명 ‘재떨이 폭행’사건으로 1년6개월의 실형을 살았던 조 씨가 또다시 불미스러운 뉴스에 오른 내막은 무엇일까. 기자는 8월 4일 저녁 어렵게 연결된 조 씨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직접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갈·협박이요? 갈취요? 경찰이 피해자 진술을 받았다는데 전 그 사람의 얼굴과 이름도 모르고 전화통화 한 번 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 생판 모르는 사람을 협박해 1억을 뜯어냈다니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정말 생사람 잡는 것 아닙니까.”
조 씨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너무 속이 상한 나머지 식음을 전폐하고 수일간 술만 마셨다고 했다. 그는 대체로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따금 감정이 격앙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은 수사진행상황에 대해 “일단 피해자 진술만 확보한 상태다. 폭행이 없었다 해도 공갈·협박을 한 것만으로도 구속될 수 있다. 조만간 조 씨를 소환 조사하고 8월 중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렇다면 조 씨가 이번 사건에 휘말린 이유는 무엇일까. 조 씨의 설명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사건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씨는 돈을 불려준다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와 함께 1억 50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조 씨는 그 돈에 대해 잊고 지냈다고 한다. 2001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등 잇달아 터진 복잡한 사건들로 인해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조 씨가 과거 투자금으로 건넨 돈이 문득 궁금해진 것은 2007년 출소한 후였다. 조 씨는 당시 함께 투자한 친구에게 “예전에 투자한 돈은 어찌됐어?”라고 물어봤고 말 나온 김에 친구와 투자금을 운용한다는 사람을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는 부재중이었고 대신 그 측근으로부터 “미상장 주식에 투자했는데 상장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만 전해 듣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 후에도 조 씨가 직접 나서서 투자금을 거론하며 당사자를 만난 일도 없거니와 손실을 문제삼은 일도 결단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참 후 조 씨는 이미 지난해 10월경부터 자신에 대한 경찰의 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경찰은 조 씨가 만나고 다니는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니며 추측만으로 온갖 혐의를 캐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 은행계좌까지도 추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뉴스에 공갈·협박이라는 혐의와 함께 경찰이 조만간 자신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라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조 씨는 “돈이 어떤 주식에 어떻게 투자됐는지, 손해가 났는지, 현재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일절 아는 바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주식투자 손해를 이유로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조 씨가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경찰의 태도다. “경찰은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았음에도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했어요. 나와 내 친구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인데 말이죠. 또 전해들은 말로는 피해자라는 사람이 ‘조양은에게 협박당하거나 돈을 갈취당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해요. 가해자는 있는데 피해자는 없는, 이상한 상황 아닙니까? 그런데 경찰은 벌써 내가 큰 죄를 지어 구속될 것처럼 발표했어요. 이 일로 여든다섯 살의 노모는 쓰러졌고 상당수는 내가 다시 구속된 줄로 알고 있어요.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직접 경찰에 전화해서 ‘조사받으러 가겠다’고 했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경찰 얘기로는 8월 15일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하는데 아무리 캐도 나오는 게 없으니까 여태 못 부르는 거예요. 내가 정말 사람 때리고 협박해서 돈을 뜯은 혐의가 확실하다면 경찰이 지금까지 가만있었겠어요? 당장 불러들여서 조사받고 다 끝났겠죠.”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죄가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신을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조 씨는 큰 상처를 받았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고 했다.
특히 조 씨의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는 경찰이 자신에 대한 혐의를 잡기 위해 주변인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니며 ‘작업’까지 벌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주변 사람들을 계속 찾아가서 ‘조양은에게 공갈당하지 않았냐’ ‘협박당한 적 있지 않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그런 일 없었다’고 해도 경찰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고 넘겨짚기를 반복하며 없는 사실을 들어 주변인들을 회유했다고 해요. 내가 커피숍에서 사람을 때렸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며 CCTV를 돌려보기도 했답니다. 내 말이 진짜인지는 몇 사람에게만 물어봐도 확인될 겁니다.”
조 씨는 그동안 일명 ‘재떨이 사건’이후 더욱 몸을 사리며 거의 은둔생활을 하며 지내왔다고 털어놨다. 조직폭력계 보스였다는 주홍글씨로 인해 그간 조 씨가 받은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몸을 조금만 ‘들썩’해도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 나온 김에 그는 재떨이 사건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털어놨다.
“피해자가 고소한 것도 아니었고 법원까지 와서 ‘그런 사실 없다. 술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증언했어요. 그런데도 1년6개월의 실형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조양은’이었기 때문이죠. 솔직히 버릇없이 구는 후배를 그냥 둘 사람 있습니까? 나는 화도 못 냅니까? 그런 것 하나 갖고도 구속을 시켜버리고….”
현재 조 씨는 경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건과 관련, 조 씨는 몇 번이나 기자에게 되물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술자리에서 일어난 사적인 일로도 잡혀 들어갔는데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사람 때리고 협박해 돈 뜯어냈겠습니까?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저는 돈 1억 받자고 찾아갈 사람도 아니고 손해난 돈 물어내라고 할 성격도 아닙니다. 그 돈으로 누가 주식을 샀는지 뭘 했는지 전혀 몰라요. 그런데 경찰은 졸지에 나를 돈 1억 때문에 추잡한 짓이나 하고 다니는 동네 똥개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조 씨는 이번 일로 인해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저 때문에 평생을 고뇌와 고통속에 사신 노모가 쇼크로 쓰러지셨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아내는 불안함을 호소합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이 걱정됩니다. 죄가 있다면 조사를 받고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이건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이 나이에 제가 돈 갈취해서 뭐 하겠습니까.”
이번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확실한 것은 조 씨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현재, 소환예정이라는 경찰발표만으로 조 씨를 섣불리 피의자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피해자 진술이 있었기에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경찰 측과 “생사람 잡는다”는 조 씨 간의 진실게임은 조 씨에 대한 경찰조사가 마무리되는 8월 중순경에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경찰이 너무해요…이민고려중”
“지난달에 집으로 출국금지 통지서가 날아왔어요. 놀라서 물어보니 ‘별 일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요즘 계속 표정도 안 좋고 예민하길래 내심 걱정했는데….”
조양은 씨의 부인 K 씨는 많이 지쳐있었다. 15년 동안 조 씨와 부부로 살면서 단 한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조 씨는 거의 은둔하다시피 몸을 사리며 지내고 있음에도 언제 또 무슨 일로 안 좋은 사건에 엮일까 두려워 하루하루가 가시방석과 같았다는 것이 그녀의 고백이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였다. K 씨는 “남편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무모한 짓을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혐의가 입증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가정파탄행위나 다름없어요. 어머니도 쓰러지셨고 저도 스트레스로 인해 고혈압과 당뇨가 왔습니다. 우리 딸도 곧 중학생이 되는데…. 경찰은 ‘조양은’ 이라는 사람 하나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세상이 뭐라 해도 남편을 믿는다는 K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편을 위한 변론’에 나섰다. “화 안내고 사는 사람 있나요? 남편이 누굴 만나서 목소리만 높여도 공갈이네, 협박이네 경찰 귀에 들어가요. 그러면 경찰은 뭐 하나 건질 것 없을까 싶어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내사를 하곤 하죠. 그러니 남편이 사람도 안 만나고 은둔하듯 사는 겁니다. 남편은 ‘이런 게 어제오늘 일이냐. 이제는 이력이 나서 괜찮다’고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괴롭습니다.”
K 씨는 세간에 끊이지 않던 부부간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참 잘해요. 어린이날에 저와 딸에게 키티 인형을 사다 줄 정도로 아이처럼 순수한 사람입니다. 오늘도 딸이 아빠랑 고기 먹으러 간다고 들떠 있었는데…. 자라온 환경이 워낙 달라서 다투기도 많이 했지만 마음은 여린 사람입니다. 사람을 너무 잘 믿어요. 저번에 자동차 사기당한 것도 젊은 엘리트 의사가 하도 ‘형님, 형님’ 하고 따르니까 그냥 믿어버린 거예요. 제가 집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말 함부로 한다고 나무라는 사람입니다. 15년간 수사기관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사람이 이제는 불쌍하고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K 씨는 한동안 접었던 이민을 다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남편이 딸 데리고 외국 가서 살라고 했어요. 여기서는 평생 자유로울 수 없다고요. 딸이 곧 중학생이 되는데…. 이번 일도 그렇고 너무 힘이 드네요. 정말 심각하게 이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