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결심공판서 ‘설립자 명의신탁토지 매각 횡령’ 공방...오는 23일 선고
은혜재단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 2017년 6월 5일 재단 산하시설 한 직원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일요신문=양평] 양평 은혜재단(이사장 김종인, 이하 재단)이 설립자 부부에게 상대로 제기한 8억 원 상당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 결심 공판이 9일 진행됐다. 선고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이뤄질 예정이다.
은혜재단은 지난 2017년 3월 30일 설립자 부부를 상대로 해당 횡령사건 피해액 6억 8,949만 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수원지법여주지원에 냈다. 이후 두 차례 손해배상금이 변경되어 현재 총 8억 2,695만 원을 설립자 부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재판을 진행 중이다.
여주지원 민사부(부장판사 김승곤)가 9일 오전 10시 307호 법정에서 진행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결심 재판에서 재단 측 변호사는 “설립자 부부가 2억 4,745만원 을 추가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 변호사는 “지난 2003년 재단이 양평읍 소재 지게의집 입구에 위치한 공사장카페 부지를 2억 6,500만 원에 매수하는 과정에서 설립자에게 명의신탁했는데, 설립자가 제3자에게 매도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립자 부부가 공사장카페를 제3자에게 매각함으로써 재단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설립자 부부는 부당이득금인 처분대금 2억4,745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면서 “설립자 부부의 형사판결과 행정소송 최종 판결에 의한 횡령금 손해배상액에 더해 총 8억2,695만 원을 설립자 부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재판에서 설립자 측 변호사는 횡령금에 대해 “법인 계좌에서 돈을 빼내 법인을 위해 썼을 뿐 피고들이 개인적으로 금원을 착복한 것이 아니다”면서, “설사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유 있다고 하더라도 이 건 청구는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다.
# 재단 “설립자, 명의신탁한 공사장카페 부지 매각” 2억 4,745만 원 추가 배상해야
# 설립자 측 “공사장카페 부지 설립자 개인 명의로 구입한 것” 반박
이날 재판에서 공사장카페 부지 명의신탁과 관련해서 설립자 측 변호사는 “공사장카페 부지는 설립자 최씨가 개인 돈으로 구입한 것으로 Y선교회에서 대출받은 구입대금 역시 최씨가 상환했다”고 주장하고, Y선교회 관계자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에서는 부지매입과 관련한 매매계약서와 회의록, 법인 통장에서 지출된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 기록, 재단 지출결의서, 재단 명의의 무통장 입금 확인서 등을 제출했다.
은혜재단 설립자 부부는 지난 2014년 8월 입소 장애인 돈 횡령, 사기, 보조금 편취, 업무상 횡령 등 3억6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남편 A씨는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부인 B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처벌을 받아 이사장직과 시설장직에서 각각 해임됐다.
2017년에도 설립자 부부는 장애인 수당 등 4억8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남편 A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부인 B씨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2019년 1월에는 재단 간사였던 설립자 아들 C씨 역시 현 이사장을 무고한 혐의로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현재 설립자 부부와 설립자 아들 모두 사회복지사 자격이 박탈된 상태다.
# 대법원, 2019년 10월 31일 김종인 현 이사장 승소 최종 확정...“재단 정상궤도 아직”
# 은혜재단, ISO 9001과 ISO 14001 동시 인증 취득 막바지...운영 정상궤도에 힘 쏟아
한편, 은혜재단은 지난 2014년 8월 설립자와 부인이 사기와 횡령, 보조금 사업법 위반 등으로 징역 1년2개월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설립자 부부가 맡고 있던 이사장과 시설장 등을 교체하면서 재단은 위기를 넘겼고, 이후 순조롭게 운영되던 재단은 2015년 10월 설립자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설립자가 출소 후 시설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면서 이사장과 일부 이사, 직원들에 대한 유무형의 사퇴 압력이 가해지면서 재단운영이 파행을 거듭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급기야 양평군의회 박현일 의원은 은혜재단 사태에 집중 질타를 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행감에서 은혜재단 사태가 일어난 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무리한 양평군 행정행위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경기도의회 전승희 의원 역시 경기도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사태설명을 하는 등 도의회 차원에서 예산 지원 협조 등 은혜재단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2017년 1월 은혜재단 사태가 발생한지 2년 10개월만인 2019년 10월 31일 대법원이 김종인 현 이사장의 승소를 최종 확정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설립자 부부의 횡령금 등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양평군의 환수처분에 이어, 재판 패소에 대비한 공사장카페 매도 등 설립자의 재산 처분 의혹과 설립자 측 전임 이사들의 등기변경 비협조로 법인등기부가 아직 정리되지 못하는 등 아직까지 정상궤도에는 오르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은혜재단은 최근 산하 3개 시설에 대한 국제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인 ISO 9001과 국제환경경영시스템 국제규격인 ISO 14001 신청이 서류심사를 통과하여 인증이 막바지 단계에 있는 등 장애인 복지를 위한 재단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