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패스 받아 역습 마무리’ 토트넘 최강 무기…11경기 10골 페이스 ‘커리어 하이’ 기대감
손흥민이 또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득점으로 리그 10골 고지에 올랐다. 사진=토트넘 페이스북
#손흥민 활약에 토트넘도 승승장구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전반 13분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전형적인 골 장면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이 중원 지역으로 내려와 공을 받았고 절묘한 패스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건넸다. 드리블을 통해 상대방 골문으로 향하던 손흥민은 페널티박스에 진입하기에 앞서 왼쪽 대각선 방향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반대편 골대쪽을 향한 볼은 상대 골키퍼 베른트 레노 손끝을 넘어 골대 안으로 향했다.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역습 골이었다. 토트넘 진영에서 공을 탈취해 아스널 골문을 흔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2초였다.
이 같은 역습은 이번 시즌 토트넘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케인이 건넨 패스를 손흥민이 마무리하는 장면을 반복 연출하고 있다. 이에 케인은 리그 도움 10회, 손흥민은 리그 10골을 기록했다. 각각 리그 내 1위, 2위의 기록이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리그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골 과정에 기여한 인원은 도움을 기록한 케인, 골의 주인공 손흥민만이 아니었다. 손흥민의 드리블 장면에서 토트넘 왼쪽 측면 수비수 세르히오 레길론, 오른쪽 공격수 스티븐 베르바인도 함께 상대 진영으로 돌진하며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었고 이 덕에 손흥민에게 더 많은 공간이 나왔다.
손흥민의 골 행진은 ‘리그 밖’에도 이어지고 있다. 토트넘은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컵 등에서 경쟁 중이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5경기 중 4경기에 나서 2골을 넣었다. 앞선 예선 경기에서도 골을 기록하며 팀을 본선으로 이끈 바 있다. 토트넘의 대회 32강 진출이 유력한 만큼 손흥민의 골 기록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팀 동료이자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 해리 케인(오른쪽)보다 높은 슈팅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토트넘 페이스북
#양발, 포지션 가리지 않는 손흥민
손흥민은 다양한 상황에서 골을 뽑아냈다. 최대 장점으로 양발의 균일한 능력이 꼽히는 만큼 슈팅을 때리는 발에 상관없이 골을 넣었다. 그가 출전하는 위치도 문제가 아니었다. 다양한 위치에서 골을 기록하며 능력을 증명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10골, 유로파리그 본선에서 2골을 넣었다. 오른발로는 6골, 왼발로 5골을 넣으며 균일한 비율을 보였다. 몇 안 되는 약점으로 꼽히는 머리로도 1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양발 능력은 그를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할 수 있게 만든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전력이 안정되며 과거에 비해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 대부분 고정 기용됐다. 하지만 종종 다른 포지션에 나서면서도 조세 무리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12골 중 대부분인 9골을 왼쪽 공격수로 나서 기록했다. 하지만 오른쪽, 최전방 공격수로서도 각각 1골씩 기록해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다. 교체로 출장해서도 1골을 추가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 10위 권 내 슈팅 수 대비 골을 성공시킬 확률이 50%를 넘기는 ‘유이’한 선수기도 하다. 그는 이번 시즌 17개의 슈팅을 시도해 10골을 넣었다. 약 58.8%의 성공률이다. 손흥민을 제외하면 레스터의 잉글랜드 대표 출신 공격수 제이미 바디(약 52.9%)만 가진 기록이다.
득점 1위 도미닉 칼버트 르윈(에버튼, 11골 27슈팅),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9골 25슈팅), 케인(토트넘, 8골 29슈팅) 등 리그의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은 모두 골수에 비해 2배가 넘는 슈팅을 기록했다.
#지난 골 기록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손흥민은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 입성했다. 첫 시즌 리그 28경기에 나서 4골 1도움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이후부터 매 시즌 10골 이상을 기록했다. 2016-2017시즌부터 차례로 14골, 12골, 12골, 11골을 넣었다.
분데스리가 시절에도 손흥민은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하던 공격수였다. 2012-2013시즌 함부르크 소속으로 12골을 넣었고 이듬해 레버쿠젠에 이적해서도 2시즌간 10골과 11골을 넣었다. ‘득점력을 겸비한 측면 공격수’로 인정받은 손흥민은 3000만 유로(약 394억 원)를 발생시키며 토트넘으로 향했다.
토트넘 이적 직후부터 이전과 같은 활약을 벌이지는 못했다. 이적 첫 시즌 4골만 넣으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이적설이 불거졌고 실제 손흥민은 자신이 출간한 자서전에서 당시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토트넘에서의 첫 시즌 적응기를 거친 손흥민은 이내 한 시즌 10골 이상을 다시 기록하기 시작했다.
팬들은 특히 이번 시즌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역대 최고 득점 페이스를 보이고 있기 때문. 매 시즌 손흥민이 리그 10골 고지에 오른 시점은 시즌 반환점을 돈 이후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단 11경기 만에 10골을 기록했다. 자신의 역대 최고인 14골(2016-2017시즌)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최고 기록이 10위(12골, 2017-2018시즌)였던 리그 득점 순위도 ‘커리어 하이’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현재 손흥민은 에버튼의 칼버트 르윈(11골)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