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몰래데이트 주자 1루 놓고 ‘홈런’
#트위터, 결혼설 모락모락
‘KBS N 스포츠 김석류 아나운서가 외국에서 활약하는 야구선수와 결혼을 준비 중이다.’ 8월 2일 오전, 어느 누리꾼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트위터’에 묘한 글을 올렸다. 어찌 보면 단순한 루머로 치부할 수도 있는 글이었다. 무엇보다 특정 야구선수를 지칭하기보다 ‘외국에서 활약하는 야구선수’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건 전형적인 ‘낚시글’의 형태였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생각은 달랐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댓글들이 올랐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선수’의 실명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나흘 전인 7월 28일, 김 아나운서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유력한 단서였다. 당시 김 아나운서는 ‘일본으로 1주일간의 휴가를 다녀왔다. 재충전 끝!’이라는 글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김 아나운서가 방일한 시점은 지바롯데 마린스의 김태균이 체력고갈로 호텔에서 링거를 맞던 시기였다.
잠시 후, 누리꾼들은 ‘김태균-김석류 결혼’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야구계는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두 사람이 안면은 있어도 결혼을 논할 만큼 친밀한 사이는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결국 누리꾼 수사대의 추적은 사실로 밝혀졌다. 결혼설의 진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던 시점에 KBS N 스포츠의 관계자가 “오늘 오전 김 아나운서가 회사 간부에게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며 “조만간 공식 결혼 발표를 할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오후. 김 아나운서는 “김태균과의 결혼소식은 사실”이라며 “12월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추천사로 싹튼 사랑
김태균과 김 아나운서는 몇 년 전부터 얼굴을 익힌 사이였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건 지난봄 무렵이었다.
그즈음 김 아나운서는 모 출판사의 제의로 <아이러브 베이스볼>이란 야구관련 책을 쓰고 있었다. 집필 와중에 김태균과 자주 인터뷰를 했고, 이것이 인연이 돼 출판 막바지에 김태균이 직접 추천사를 썼다. 그러나 이때도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다.
두 사람이 연인관계로 발전한 건 그 뒤였다. 일본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김 아나운서에게 김태균이 학교와 숙소 등을 자상하게 알려주고 도와주면서부터였다. 김태균의 정성에 호감을 느낀 김 아나운서는 마음의 벽을 조금씩 허물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국제전화로 데이트를 이어갔고, 김 아나운서가 유학 준비차 몇 차례 일본을 방문해 만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한 건 지난 7월 말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때였다. 김 아나운서가 이 기간에 일본을 방문해 김태균을 만났고, 서로의 믿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아나운서는 “12월 결혼을 전제로 양가 상견례까지 마쳤다”며 “시즌 종료 때까지 야구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아이러브베이스볼>을 진행한 뒤, 사직서를 내고 일본으로 가 학업과 내조를 겸할 것”이라고 밝혔다.
#덕담이 현실로
김태균은 지난해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9경기에 출전해 10안타, 3홈런, 1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러 쟁쟁한 메이저리거들을 제치고 WBC 올스타에 선정됐다. 이때 미국과 일본 기자들은 김태균의 역동적인 스윙에 감탄하며 ‘야수’란 별명을 붙여줬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지바 롯데가 3년간 최대 7억 엔(한화 94억 원)에 계약한 건 그만큼 ‘야수’에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한양대 졸업 뒤 KBS N 스포츠에 입사한 김 아나운서도 야구계의 스타다. 깜찍한 외모와 차분하면서 화려한 언변으로 야구팬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리는 김 아나운서는 올해 케이블TV방송대상을 받는 등 실력파 방송인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나 야구계 현장을 누비면서도 스캔들 한번 나지 않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선배 아나운서들이 “(김)석류가 야구선수와 결혼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 것도 선수들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김 아나운서의 평소 태도 때문이었다.
사실 김태균이 결혼을 결심한 배경 가운데는 ‘외로움’도 한몫했다.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김태균으로부터 “외롭다”는 하소연을 자주 들었다. “얼마나 외로웠는지 7월 초순 연락이 와서 ‘일본으로 모실 테니까 한번 오시라’고 하더라니까.”
김 전 감독은 제자의 초청에 응하고 싶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그저 “결혼해서 안정을 찾으면 성적이 더 좋아질 것”이란 덕담만 했단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덕담이 현실이 된 셈이었다.
#엉뚱한 피해자, 강민호
한편 ‘김태균-김석류 결혼’은 엉뚱한 피해자를 낳기도 했다. 롯데 포수 강민호다.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김 아나운서가 이상형으로 지목한 바 있는 강민호는 ‘김태균-김석류 결혼’ 발표 이후 갑자기 ‘실연남’이 됐다. 일부 언론에선 “강민호가 김 아나운서의 결혼발표에 충격을 받아 미니홈피를 폐쇄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과연 사실일까. 강민호는 “미니홈피는 결혼 발표 훨씬 이전에 폐쇄했다”고 정색을 하고선 “모처럼 만에 네이버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올라 기분은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