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 유지’ ‘글로벌 자금 신흥국 유입’ ‘코로나 백신 효과 발휘’ 필요
코스피 지수 3000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2700을 넘어선 지난 12월 4일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주식 오르면 파는 기관들
과거 개인들은 주가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팔았다. 올해 들어 달라진 점은 주가가 내려도 계속 산다는 점이다. 초저금리로 자산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과거 금융위기 학습효과로 코로나19 폭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한 결과다. 최근 몇 년 새 미국 빅테크 종목이 급등하면서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 혁명’에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기관들은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단기, 중기, 장기로 포트폴리오 목표를 세워놓고 이를 지키기 위해 비중을 조절한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 비중이 줄어들면 추가 매수해 비중을 높인다. 반대로 주가가 올라 주식 비중이 불어나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해 다른 자산에 배분한다.
상반기 주식시장 폭락으로 인한 수익률 하락 기간을 지난 국내 기관들은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상승한 이후 자산군 비중 조정과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섰다. 특히 연기금 등은 △6월 7437억 원 △7월 1조 1197억 원 △8월 1조 5467억 원 △9월 1조 3153억 원 △10월 5346억 원 △11월 1조 1052억 원 등 6개월 연속 6조 3652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 때문에 개인과 기관이 치고받는 상황에서 키를 쥔 것은 국내 증시의 30% 이상을 지배하는 외국인이다. 2300선 아래에서 지지부진하던 코스피가 11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에는 외국인의 역할이 컸다. 특히 장기투자자금으로 분류되는 미국 자금의 재유입이 결정적이었다.
#글로벌 자금, 신흥국으로 ‘머니무브’?
외국인도 원칙에 따라 투자하는 것은 기관과 가깝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 이들에겐 글로벌 자산배분이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바일 혁신에서는 선진국, 특히 미국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였다. 선진국 비중을 늘렸고, 특히 미국에 무게중심을 뒀다.
2009년 900으로 시작한 S&P500은 지금까지 4배 넘게 오르며 3700선까지 정복했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850에서 3410으로 2배가 채 오르지 못했고, 우리나라 코스피는 1130에서 2700으로 2.4배 남짓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증시가 많이 올랐다면 글로벌 자산 내 비중이 커져 상대적으로 낮아진 신흥국 비중을 늘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왜일까.
우선 포트폴리오에서 선진국, 즉 미국 비중이 불어난 것이 새로운 질서가 됐다. 패시브 자금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이 같은 현상이 고착화됐다. 미국 증시가 오르니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에 자금이 더 몰리고, 미국 증시 움직임을 따르는 알고리즘들이 추가매수에 나서는 형식이다. ETF와 알고리즘을 지배하는 이들은 역시 미국 월스트리트의 글로벌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IB)들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신흥국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흥국 비중확대 가능성이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걷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기관들의 내년 자산배분 전략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함께 경제 정상화 기대가 높아졌고,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지난 4년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었던 선진국 중심의 자국 최우선주의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이번에는 신흥국 비중을 확실히 늘릴지가 중요하다.
#코로나19와 부양책의 애매한 동거
최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엄청나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봉쇄 확대는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 필요성도 높인다. 증시에 부양책은 호재다. 동시에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시장은 벌써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이번 겨울을 고비로 재확산세가 다시 진정될지, 백신이 얼마나 빨리 접종되고 효과를 발휘할지가 중요하다. 겨울인 내년 1분기까지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시장에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분기부터는 백신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성공적이면 경기회복 기대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지난 3월 사상 최악의 증시 폭락을 초래했던 코로나19발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능성으로부터 벗어난다.
이 경우 제조업 강국들의 회복이 유력하다. 백신과 치료제 등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종식되더라도 언택트, 친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른 경제 전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