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권 축소로 공수처장 임명 급물살…야당 몫 2명 인사위원회 구성 놓고 진통 불가피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언쟁을 벌이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은 연내에 공수처 설치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는데 법안 개정으로 신속한 출범 길이 열려 다행”이라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여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샴페인을 터트리는 사이 국민의힘은 비판을 쏟아냈다. 연말 정국이 ‘화약고’로 꼽혔던 공수처로 인해 얼어붙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법적 소송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수처 설치를 막겠다는 각오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에서 보듯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팽배하다.
공수처법 개정안 핵심은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거부권(비토권) 축소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국민의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비토권 개정에 나섰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애초 ‘7명 가운데 6명 이상’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했다. 추천위원 7명 가운데 국민의힘 몫인 2명이 반대해도 공수처장 추천이 가능해졌다.
또 국회가 열흘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을 위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의힘의 시간 끌기 전략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더 이상 공수처 설치를 미룰 수 없다는 집권당의 의지가 담겨있기도 하다.
개정안엔 공수처 규모 및 검사 자격 관련 내용도 담겼다. 우선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 재판·수사 또는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에서 ‘변호사 경력 7년 이상인 자’로 변경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친정권 성향인 민변 출신 젊은 변호사들이 검사로 임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인사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다시 한 번 격돌할 전망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원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사위원 7명 중 2명은 야당 몫이다. 국민의힘이 참여를 거부해 인사위원회가 꾸려지지 못하면 검사 없이 공수처가 출범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으로선 인사위원회 구성에 협조해 줄 생각은 전혀 없다. 어차피 민주당 마음대로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5명만 참여하더라도 인사위 구성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차후 ‘인사위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규칙을 정할 때 인사위 개의 정족수 등을 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인사위 결원이 생기면 이에 대한 보완 규정을 넣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적잖은 진통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개정안 통과로 공수처 설치 속도는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에선 그 처리 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12월 11일 “공수처법 개정안은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흠결이 중대하고 명백하다. 국회법 정신과 의회민주주의 가치를 유린했다”면서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법적 하자가 없으며 국민의힘이 오히려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법사위 회의에 다른 상임위 위원들이 들어와 의사진행을 방해한 것 등을 두고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조금 무리하긴 했지만 법을 어긴 것은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공수처 설치에 비협조적으로 나온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