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꿈을 접은 것은 굴욕적 폭력 때문이었다. 졌다고 집단으로 매를 맞고, 분위기가 느슨해졌다고 맞고, 잘못 쳤다고 맞고! 좋아서 시작한 야구는 치욕이 되었다. 대책 없이 그만둘 정도로. 공부하지 않은 4년의 세월은 동생에겐 메울 수 없는 공백이 되었고, 집중하고 달렸던 4년의 세월은 30대 후반인 지금도 짱짱한 몸짱으로 남아 있다.
동생을 닮아 몸이 좋은 조카도 역시 운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가 하는 운동은 축구다. 운동을 하기 시작한 후에 향상된 집중력은 대단한 성과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취미로만 운동하기를 원했다. 축구로 박지성이 되고, 박주영이 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므로! 그런데 취미로는 체육 시간에 하는 운동 이외에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없단다, 우리 공교육에서는. 여전히 우리는 교육에 있어서 후진국이다. 그러니까 운동의 꿈을 꾸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남들 하는 대로 학원 다녀가며 공부만 할 것인지, 요즘은 그래도 수업만큼은 빼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쨌든 공부를 포기해가며 운동을 할 것인지.
그런 참에 참으로 민망한 후진적인 일이 일어났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축구부 선수들이 감독의 체벌성 체력훈련에 항의해 숙소를 집단 이탈했었다는 것이다. 그 고등학교는 지난 달 28일 강릉에서 열린 전국 고교 축구대회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서울의 다른 고등학교에 패했단다. 4강에 들 정도면 실력이 좋은 학생들일 텐데. 감독은 선수들이 복귀한 뒤 학부모까지 불러 “고등학교 졸업은 시켜주겠는데 대학은 못 보낼 수 있다”고 말하며 이에 동의하는 각서를 쓰게 했다고 학부모들이 말했단다. 더구나 그렇게 축구를 하는 것이 모두 개인부담이라 연 3000만 원씩 내고도 그 대접을 받았다고. 그게 무슨 운동인가, 노예 만들기지! 그게 우리 축구의 미래라면? 끔찍하다! 우리의 체육 교육,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의 ‘쌈박함’을 좋아한다. 아니, 사람을 쌈박하게 만드는 운동의 힘을 경외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엘리트 체육이 국민의 체육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슬프다. 우리 체육의 힘은 국민의 체력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죽기 살기로 운동을 시키고 그런 훈련에 부응하여 운동을 그야말로 ‘해내는’ 몇몇 엘리트들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다.
나는 우리의 교육이 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 하나쯤은 있는 그런 교육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우울하고 생각의 가지들이 무성할 때 손쉽게 생각이 나는 운동 하나쯤은 있는 풍토였으면. 밀고 나가고 뛰고 던지고 피하고 치고 달리고 넘어지고 일어나며 천변만화의 중심으로 몸을 느끼고 경험하다 보면 자신의 고독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집중력이 생기고, 직관에 힘이 붙는다. 그것이야말로 머리로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절실한 것이 아닐까.
이주향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