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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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여진 각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7월 9일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전격 압수수색, 물품을 들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검찰 수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번 사찰의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불법사찰을 주도한 국무총리실 소속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총리실 내에서 사실상 별개 조직으로 움직였다. 국무총리-국무총리실장으로 이어지는 총리실 내의 지휘 계통을 따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민간인 불법사찰이 불거져 사안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거론되기 전까지 권태신 당시 총리실장은 윤리지원관실의 존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당시 대정부 질문 전 권 전 실장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에게 “문제가 없으면 당신이 국회에 가서 답변하라”고 말한 바 있다. 민간인과 정치인에 대한 총리실의 무차별적인 사찰이 이뤄지는 동안 정작 권 전 실장은 꿔다 놓은 보리자루인 양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리실장의 결재 없이도 40명이 넘는 대규모 조직이 총리실 한 켠 사무실을 사용하고 예산과 차량을 써가며 2년 넘게 활동한 것은 이 전 지원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리지원관실이 그동안 해왔던 활동은 제쳐두고서라도 그 활동을 뒷받침할 만한 예산 등은 반드시 누군가의 결재를 거쳐야 했을 것이다.
지원관실 소속 직원들은 사찰 대상의 개인DB도 자유롭게 접속하며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들어 각 공공부처에서는 개인DB를 들여다보는 것에 대해 사생활보호를 이유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DB를 보기 위해 접속하게 되면 자체 보안 감사에서 여기에 대한 소명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엄격한 보안 감사에도 불구하고 지원관실 직원들이 자유롭게 DB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은 총리실 내 고위관계자의 비호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검찰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던 그 ‘누군가’를 찾아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물론 하드디스크가 손상되고 지원관실 관계자들이 일관되게 몸통의 존재에 대해 부인하는 상황에서 배후를 찾아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우회 경로를 통해서 배후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자체 정보 라인을 통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한 첩보도 입수했다. 특히 이 전 비서관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총리실과 접촉했다는 내용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첩보’의 특성상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한 면이 있지만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분들에 대해서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만약 검찰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수사 당시 박 전 회장과 연관된 수년간의 첩보를 다시 끄집어내 일일이 확인하며 수사에 활용했던 것처럼 이번 수사에도 비슷한 열의를 보였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검찰은 7월 9일 지원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미 지원관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물론 문서자료 대부분이 파손된 상태였다. 압수수색 전에 누군가 지원관실로 들어가 고의로 증거를 없앤 것이다. 그러나 압수수색은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후에 실시했다. 사실상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통상적으로 검찰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수사할 때는 수사 착수와 동시에 압수수색을 벌인다.
검찰 수사 결과 지원관실 하드디스크 일부는 총리실의 자체 진상조사가 시작된 7월 2일을 전후로 파손됐다. 총리실은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된 뒤 이인규 전 지원관 등을 업무에서 배제했지만 지원관실 출입과 컴퓨터 등에 대한 접근을 금하지는 않았다. 사실상 총리실이 증거인멸을 조장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증거인멸에 대해 총리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검찰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실제로 현행 형사법상 피의자가 직접 증거인멸을 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이 전 지원관이 하드디스크 등을 파기했다면 검찰은 이 전 지원관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결국 누구도 증거인멸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묻지도 않은 채 마무리됐다.
결국 검찰 수사에서 무엇 하나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없어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간 상태다. 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야당도 ‘검사 스폰서’ 특검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또 다시 특검을 요구한다면 ‘특검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남경필·정두언·정태근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반박하고 있지만 정권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이번 사건에 여당 의원 신분으로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검찰 수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심히 지켜 본 민주당 소속의 한 보좌관은 ‘잘 짜여진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을 지켜본 대부분의 국민들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사찰 피해 여성 3인방‘검찰 때리기’ 눈길
“적당히 덮으려 하나”
정치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의 피해자로 거론되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과 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3인방이 검찰 수사 발표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8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군사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정치인 사찰이 발생했으나 검찰이 적당히 덮었다”며 “검찰이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게 아니라 수사를 안 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왜 파괴했고 누가 했는지 금방 알 수 있는데 검찰은 모른다고 했다”면서 “이는 검찰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출세욕에 눈먼 일부 검찰 간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정태근 의원도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를 존중한다는 최근 한나라당 대변인의 성명에서 보수의 철학도 역사의식도 결여된 과거 어두운 보수정당의 모습을 본다”고 꼬집었다.
남경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세력이 있다는 개인적 심증과 진전된 정보가 있다”며 “(특정인이) 수사 진행 방향을 보고받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만큼 그 사람이 몸통이거나 몸통의 일부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과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부시장을 지낸 친이계 핵심의원이며 남 의원 역시 3선의 중진 의원이다. 검찰도 이들이 공조해 검찰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적지 않게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들 3인방이 야당과 공조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설 경우 이번 민간인 사찰건은 검찰에 역풍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적당히 덮으려 하나”
정치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의 피해자로 거론되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과 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3인방이 검찰 수사 발표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8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군사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정치인 사찰이 발생했으나 검찰이 적당히 덮었다”며 “검찰이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게 아니라 수사를 안 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왜 파괴했고 누가 했는지 금방 알 수 있는데 검찰은 모른다고 했다”면서 “이는 검찰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출세욕에 눈먼 일부 검찰 간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정태근 의원도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를 존중한다는 최근 한나라당 대변인의 성명에서 보수의 철학도 역사의식도 결여된 과거 어두운 보수정당의 모습을 본다”고 꼬집었다.
남경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세력이 있다는 개인적 심증과 진전된 정보가 있다”며 “(특정인이) 수사 진행 방향을 보고받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만큼 그 사람이 몸통이거나 몸통의 일부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과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부시장을 지낸 친이계 핵심의원이며 남 의원 역시 3선의 중진 의원이다. 검찰도 이들이 공조해 검찰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적지 않게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들 3인방이 야당과 공조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설 경우 이번 민간인 사찰건은 검찰에 역풍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