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는 빚을 내서 아파트를 샀다가 가격이 대폭 떨어지자 부실채무자가 된 사람들을 말한다. 2006~2007년 부동산 가격이 한창 오를 때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뜻밖으로 2009년부터 아파트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전국적으로 200만 가구에 이르는 잠재적 하우스푸어가 발생했다. 문제는 아예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파산단계에 이른 가계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월급을 원리금 상환하는 데 쓰고 나면 생활비와 자녀 과외비 등이 모자라 이자율이 30%가 넘는 고리대금을 쓴다. 열심히 살면서 내 집 마련하겠다고 하다가 삶이 파괴되는 일을 겪고 있다.
한편, 펀드푸어는 주가가 오르자 펀드에 대거 가입했다가 주가가 떨어지자 많은 재산을 날린 사람들을 말한다. 2006~2007년 주가가 한창 오를 때 우리나라 증권시장에는 펀드 열풍이 불었다. 국내 펀드는 물론 해외 펀드까지 계속 출시되면서 온 국민이 펀드 매입에 열중했다. 그러나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는 곧 물거품이 되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증권시장이 폭락세로 돌아섰다. 2007년 10월 2060선까지 치솟았던 종합주가지수가 2008년 10월 890선까지 떨어졌다. 펀드가입자들은 이익은커녕 원금까지 잃어야 했다. 이후 주가가 다시 1700선까지 회복하여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했다. 그러나 그것도 외국자본과 기관투자가들일 뿐 일반투자자들은 항상 뒷북을 치고 손실을 떠안았다.
그렇다면 누가 경제를 이런 구조로 만들었나? 우선 우리경제는 수출산업과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경제가 성장을 할수록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이다. 내수산업이 침체하고 중소기업들이 무너져 경제가 고용창출능력을 잃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워킹푸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편 정부는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보금자리주택 등 건설사업을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 결과 부동산 불패신화가 거품으로 들떴다가 붕괴의 수순을 밟고 있다. 여기에 금융회사들은 위험이 큰 펀드를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로 둔갑시켜 투자자들을 유인 했다. 빈익빈 부익부의 투기게임에서 결국 힘없는 개미투자자들이 희생을 당해야 했다.
최근 정부는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고 갖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친기업 정책을 경제회복의 근간으로 삼았던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친서민 정책을 펴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정부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일부 계층에 집중시키고 일반 국민들에게 가난을 강요하는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어떤 친서민 정책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