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 ‘성노예’ 삼아 6억 땡겼다
20대 여성 2명을 고용한 후 감금 상태에서 수백 차례 성매매를 하게 한 비정한 일가족이 적발됐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유흥업소를 차려놓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업주 김 아무개 씨(여·4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 씨의 남편(55), 딸(28), 사위(28)와 모텔 업주 이 아무개 씨(34)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광주 서구 양동에 유흥주점을 차린 후 탁 아무개 씨(여·29) 등 2명을 고용해 수백 차례 성매매를 알선해 6억 3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가족들은 각자 역할분담을 해 업소 여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영업시간 이외에는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하는 등 악랄한 행각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일가족이 저지른 인면수심의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다방을 전전하며 생활을 이어오던 20대 후반의 여성 탁 씨. 아무리 일해도 목돈을 만지기는커녕 빚과 이자만 늘어갔다. 어느새 빚은 1000만 원으로 불어났고, 다방 생활을 하다간 도저히 늘어나는 빚을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활로를 수소문하던 끝에 직업소개소를 찾았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사람이 김 씨였다. 김 씨는 “광주 서구 양동에서 소규모 유흥주점을 열었다”며 “가족이 하는 가게라 분위기도 좋고 단골손님 위주로 장사를 할 예정이라 그리 고되지 않을 것이다”며 탁 씨를 설득했다.
망설이던 탁 씨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흔들었던 것은 당장 1000만 원을 갚아주겠다는 김 씨의 약속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탁 씨의 처지를 이해한다며 “수익배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업주들 때문에 지금 이렇게 빚더미에 나앉은 것이다”고 설명하며 “우리 가게에 오면 1년에 3600만 원의 연봉을 약속하고 월급 형태로 매달 30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씨의 제안에 마음이 동한 탁 씨는 결국 김 씨의 가족이 운영하는 유흥업소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같은 처지의 여성 A 씨도 와 있었다. 탁 씨는 가족들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점에 일단 안심은 했지만 첫 날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가게는 시간마다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업소 여성 두 명만 있다 보니 테이블 회전을 위해 사위가 밖에서 시간을 잰 후 방문에서 신호를 주면 바로 2차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김 씨의 사위는 2차 장소에까지 따라가 서비스 시간을 감시했다. 그는 성행위는 최대한 짧게 끝내게 한 후 다시 가게로 돌아와 새로운 손님들과 1차를 하고 다시 같은 방식으로 2차로 손님들을 인도했다. 조금만 시간을 지체하면 욕설과 함께 폭행이 이어졌다.
하루 영업이 끝나면 김 씨의 남편이 나타나 밖에서 셔터를 닫고 문을 잠갔다. 방 안에는 업소 여성들을 위한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전화는 사실상 받는 용이었다. 김 씨의 딸 명의로 돼 있었고 매일 통화내역이 감시됐기 때문이다. 업소 여성 이외에 다른 종업원 3명도 가게에서 숙식을 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김 씨에게서 적지 않은 월급을 챙겨가는 자들이며 여성들을 오히려 감시했다.
업소 여성들에겐 잠깐 동안의 외출도 허용되지 않았다. 목욕은 물론이고 미용실에 가야 한다고 말하면 김 씨는 아예 미용사를 가게로 데려왔다.
일가족은 여성들을 감금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알선해 1년 반 만에 6억 3000만 원을 벌었다. 하지만 업소 여성들에게는 단 한 푼의 돈도 지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흥업소와 함께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김 씨는 자신의 화장품을 업소 여성들에게 강매해 한 달에 3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오히려 김 씨는 탁 씨에게 “홀복에다 숙박비, 생활비, 화장품 값으로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며 “그동안 헤프게 쓴 돈을 언제 다 갚을 거냐”고 황당무계한 빚 독촉을 하기도 했다.
업소여성들은 노예처럼 일해야 했지만 김 씨 가족의 감시가 워낙 철저해 빠져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탁 씨는 업소 손님 B 씨와 모텔에 간 후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노예처럼 시달리고 있는데 돈 한 푼 못 받고 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탁 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B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빌려줬다. 탁 씨는 미리 외워뒀던 여성보호소에 전화를 걸어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김 씨 일가족이 만든 덫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1년 반 만이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광주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적발되는 성매매 유흥업소 중에는 가족이나 친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 많다”며 “그런 업소가 오히려 더 악랄한 방법으로 업소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