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맞짱’ 윤석열 지지율 업고 정치판 안착할지 ‘기존 주자’ 홍준표·유승민·오세훈·원희룡 반등할지 주목
윤석열 검찰총장이 12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윤석열 신드롬 계속될까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샛별이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석열 신드롬’은 윤 총장이 소송전을 벌이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겨루는 태도를 거둬들이지 않는 한 2021년에도 계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권은 이제 그의 행동과 표정, 걸어가는 경로까지 살피며 대선 전략을 짜야 할 지점에 확실히 섰다.
거침없이 올라가는 윤 총장 여론조사 지지율도 보수 야권을 놀라게 하고 있지만 그의 지지세가 정통 보수 야당의 최대 지지 기반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최근에 나온 각종 여론조사 결과 수치를 들여다보면 윤 총장이 대선 후보군 가운데 보수층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은 물론, 국민의힘의 최대주주라 할 수 있는 영남권에서도 다른 후보에 비해 압도적이다.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대구·경북(TK)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세를 윤 총장에게 보내고 있다. TK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대구·경북에 묘한 분위기가 이미 만들어졌다. 윤 총장이 TK 출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검찰 지휘관임을 TK 사람들 거의 모두가 안다. 그런데 태극기를 흔들었던 사람들을 포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장 열렬하게 지지했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들’이 박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낸 윤 총장에게로 지지를 옮겨가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여전히 배신자로 부르면서도 윤 총장에게는 백팔십도 다른 시선을 보낸다.”
아무런 정치적 감동도 주지 못한 채 여당에 판판이 밀리는 무기력한 비상대책위 체제에 지친 국민의힘 핵심 지지 세력이 여당에 맞설 수 있는 강한 리더를 갈망하고 있고, 강한 리더가 나온다면 과거쯤이야 문제 삼을 게 없다는 심리라는 것이 이 의원의 분석이다.
윤 총장이 ‘반짝 샛별’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하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의 출신 지역이다. 윤 총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대한민국의 전통적 정서가 아버지 고향을 출신 지역으로 삼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충청 대망론’도 등에 업을 수 있다. 윤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전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국민의힘이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을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 의원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관위원장으로 뽑은 것은 보궐선거뿐 아니라 윤 총장을 정계로 이끌어내는 역할도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를 책임지는 위치지만 2022년 대선 준비도 충분히 해놓고 떠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을 최근 만난 의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이 아직 공무원 신분이지만 사실상 대선 지위로 이미 올라섰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이 역할을 한다면 윤 총장의 정치 행보는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총장의 정계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로 꼽히기도 한다. 정 의원은 지난 총선 유세기간에도 “고향 친구 윤석열을 지킬 것”이라는 말을 했다. 최근에도 윤 총장의 정계 진출 여부를 두고 “윤 총장은 이미 국민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으로 내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난관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이 열광하면서 윤석열 신드롬이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 외에 강골·꿋꿋함 이미지까지 겹쳐지면서 과거 반짝하고 사라졌던 공무원 출신 반짝 대선주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반적 공무원들과는 달리 길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대선판을 많이 봐왔다는 국민의힘 한 수도권 원외 위원장은 그가 무사히 정치판에 안착, 2022년 대선을 바라볼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이 2020년 9월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변은 일어나지 않을 것”
한국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선거를 경험해본 사람이 반드시 대권을 거머쥐었고, 정치 신인이 단 한 번의 도전에서 대선 승리를 따낸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1987년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대선을 보자. 노태우 대통령은 군에서 전역한 뒤 민주정의당 의원을 지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정치9단이라고 불릴 만큼 정치 경력이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회의원을 하면서 여러 차례 낙선까지 경험했고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대통령도 국회 경험을 쌓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낙선에 이어 대선 재수 끝에 청와대로 왔고, 국회의원도 해본 바 있다.
정치만큼 관성의 힘이 강한 영역은 없다. 이미 형성된 일반 경로를 이탈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이를 잘 증명해준다. 이런 연장선에서 보수 야권에서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고 차기 대선에서도 이미 알려진 후보들이 최종 경선을 뚫고 여당 후보와 맞설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강한 목소리로 나온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나오는 구관을 꼽아본다면 4명 정도다. 친정인 국민의힘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다.
만약 국민의힘 입당이 된다면 대선 재수를 하게 되는 홍 의원은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을 가장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후보라는 점에서 일단은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는 고향이 경남 창녕이지만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고, 경남지사를 한 뒤 대구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서 TK 전체를 아우르는 경력을 쌓았다. 영남에서는 다른 주자들에 비해 인지도가 가장 높은 셈이다. 그러나 거친 이미지로 인해 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그의 입당을 반대하는 의원들도 여전히 많아 이 부분을 극복해내야 한다.
오세훈 전 시장은 전국적으로 고른 인지도를 갖고 있고 서울시장을 지낸 만큼 중도로의 확장성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핵심 지지층인 영남에서 그를 보수의 적자로 인정하는 인식이 미약하고 2020년 4월 총선 패배도 아킬레스건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TK 출신이지만 의외로 수도권에서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TK에서는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운 ‘배신자 프레임’이 남아있다. 그에게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국민의힘 텃밭에 여전히 많다는 점은 보수정당의 적자로 최종 낙점받기까지는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그는 “수도권에서 지지세를 만들면 고향 민심도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적 태도를 보인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회의원에다 도지사 경험까지 갖고 있어 국가 경영을 하기에는 손색없는 경험치를 자랑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제주도 출신이라는 점에서 인지도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바쁜 일정 속에서 방송에도 나가고, 페이스북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논객으로서의 능력도 부각시키고 있지만 좀처럼 여론조사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한 3선 의원은 “예상치 못했던 윤석열 신드롬이 나타나면서 당의 자산이기도 한 구관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라는 것이 의도한 대로, 예측한 대로 되지 않는 대표적 돌발의 영역이어서 앞날은 알 수가 없다. 이들에게도 한번쯤은 기회의 바람이 찾아올 것이고 그 바람을 탈 준비가 된 사람은 순풍을 받아 승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야권 빅텐트 누가 주도할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도전에서 1보 후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그는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1야당 국민의힘과의 이른바 ‘야권 빅텐트’ 가능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야권 빅텐트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선거를 넘어 2022년 대선까지 연결될 수밖에 없어 야권에서는 ‘안철수 선언’을 둘러싸고 주판알 튕기는 소리가 요란해지고 있다. 빅텐트 주도자가 과연 누가 될지가, 선거 정국의 또 다른 핵심 포인트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 서울시장 깜짝 출마 안철수, 대선 포기 카드로 대선 노린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대표의 출마선언을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고민이 크다. 안 대표는 출마 선언 직후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서울시장 적합도 1위로 뛰어올랐다. 안 대표를 뛰어넘는 확실한 서울시장 후보가 과연 있느냐는 질문을 국민의힘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결론은 안철수 아니냐”라는 목소리와도 연결된다. 선거 경험이 많은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 보좌관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서울시장 선거가 절박하다. 결국 인지도가 높은 안철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지켜봐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결심을 굳힌 그도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그 역시 야권 빅텐트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보수 빅텐트가 만들어지고 외연이 확대되면 의외의 복병 대선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그 주인공으로 꼽힌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현 정부와 노선 갈등을 빚는 모습을 노출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던 김 전 부총리는 강연 활동을 통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11월 22일 KBS ‘명견만리 Q100’에 출연해 “경제 혁신을 위해서는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며 집권세력에 대해 공격의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를 놓고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큰 파문을 불렀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