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vs 삼성 ‘경남은 우리 거 아이가’
그런데 금융권 일각에선 이 대결구도가 롯데-삼성 두 대기업의 자존심 대결이 될 거라 보기도 한다. 롯데그룹과 삼성그룹이 각각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일본 롯데를 포함한 롯데그룹의 여러 계열사들이 보유한 부산은행 지분은 현재 14.08%. 사실상 롯데가 부산은행의 최대주주인 셈이다. 대구은행에선 영국계 자본인 에버딘에셋매니지먼트(에버딘)가 13.72%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그 뒤를 삼성생명(지분율 7.36%)이 따르고 있다.
금융권에선 부산은행의 경남은행 인수에 롯데가 적극적으로 달려들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황태자’ 신동빈 부회장은 금융업 확장을 줄곧 도모해왔다. 지난 2002년 동양카드(현 롯데카드)와 2008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인수 작업이 모두 신 부회장 주도로 이뤄졌다.
신동빈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채정병 롯데쇼핑 부사장이 지난 2009년부터 부산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며 부산은행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의 연고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경남에서의 금융업 확대에 대한 신 부회장의 관심이 클 것이라는 관측에 무리가 없는 것이다.
롯데와는 대조적으로 삼성은 대구은행 경영에 대놓고 간섭하기는 쉽지 않은 입장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대구은행 지분은 기업들이 대출을 위해 담보로 맡겼다가 되찾아가지 못해 삼성생명이 맡게 된 것이라고 한다. 삼성생명이 대구은행 주요주주임엔 틀림없지만 롯데처럼 사외이사를 파견하지도 않는 상태다. 삼성은 지난 2008년 4·22 삼성쇄신안을 통해 “은행업에 진출 안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를 기반으로 성장한 삼성이 지역 대표 은행인 대구은행의 성장에 뒷짐만 지고 있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구은행 주요주주인 만큼 롯데를 등에 업은 부산은행의 영남권 금융시장 장악을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선 국내 재벌이 아닌 외국계 자본에 의해 경남은행 인수전 향배가 갈릴 것이라 보기도 한다. 에버딘은 부산은행 지분 13.53%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도 하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경남은행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 등의 과정에서 에버딘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경남은행 인수 향방이 좌우될 수도 있는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