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노력하겠다는 말과 달리 연락 한 번 오지 않았다”
김 씨 딸의 이같은 폭로에 당시 홍영기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아버지는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빚을 지셨다. 여러 사람에게 총 30억 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내 아버지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김 씨는 약 9000만 원 정도 남은 피해자 분이고, 합의를 위해 5000만 원을 요청하셨는데 아버지께서는 나눠서 갚겠다고 제시했다가 의견차이로 법적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영기 씨가 빚투 논란에 다시 휩싸였다. 사진=밀크터치 홈페이지 캡쳐
이어 홍영기 씨는 “너무 큰 빚이다 보니, 피해자분들께 확실하게 언제까지 갚아드리겠다고 약속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버지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르고 5년이 넘게 흘렀지만 홍영기 씨의 해명과 달리 지금까지 갚은 돈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일요신문과 만난 홍 씨 아버지 피해자 김 씨는 “논란이 된 이후 홍영기 씨는 ‘갚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 이후 5년 동안 연락 한 번 없었다. 돈도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2015년 빚투 논란이 터졌을 때는 딸이 홧김에 글을 올렸다. 그런데 아직까지 전혀 연락이 없고 가정 상황은 더욱 힘들어져 간다. 이제는 더 자세하게 내막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가 제시한 자료와 함께 형사, 민사 판결문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홍 씨 아버지와 김 씨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홍 씨 아버지는 2005년 8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용인시에서 T라는 대부업체를 운영했다. 홍 씨 아버지는 2009년 3월 용인시에서 김 씨를 만나 “대부 업을 하는데 2억 원을 빌려주면 매월 2% 이자를 주고 원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갚겠다”면서 비슷한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한다.
김 씨는 “당시 홍 씨 아버지가 십 수 차례 찾아와서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소개해 돈을 빌려주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홍 씨 아버지는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전주들에게 대부자금 약 20억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으면서 대출 원금과 이자 회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던 상황이었다. 당시 홍 씨 아버지는 전주들에게 매월 이자로 적게는 2000만 원에서 많게는 4000만 원까지 지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홍 씨 아버지는 사실상 별다른 재산이 없는 상태로 몰려 있었다. 홍 씨 아버지가 돈을 빌린 2009년 3월은 사채업 사무실을 문 닫기 약 7개월 전이었다. 홍 씨 아버지는 빌린 돈을 돌려막기에 활용할 생각이었다. 따라서 홍 씨 아버지는 김 씨에게 2억 원을 빌릴 당시 이자나 원금을 제때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홍 씨 아버지는 돈을 가져갔고 약속된 이자를 지급하다 결국 돈을 갚지 않고 잠적해버렸다.
김 씨는 잠적 이후에도 2014년까지 몇 년 동안 기다리다 결국 고소를 결심한다. 먼저 김 씨는 홍 씨 아버지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이어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도 진행했다. 김 씨는 2015년 4월 민사 재판에서 승소해 ‘홍 씨 아버지는 2억 원을 김 씨에게 갚고, 갚지 못했을 때 지연 이자로 20%를 계산해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곧이어 형사 고소한 결과도 나왔다. 2015년 5월 수원지방법원에서 홍 씨 아버지에게 징역 8개월 형이 선고됐다.
2009년 작성된 홍영기 씨 아버지와 김 씨 사이 차용증. 사진=김 씨 제공
이에 홍영기 씨는 “노력은 했지만 빚을 갚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 이후 부침이 있었다”면서 “정확히 언제까지 갚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 김 씨 빚만 있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 빚도 있어 그걸 먼저 갚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연락 한 번 없었다’는 얘기에 홍영기 씨는 “휴대전화를 바꿔 번호가 없어졌다”고 해명했다.
홍영기 씨가 ‘5000만 원을 제시했는데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주장에 김 씨는 “돈이 너무 급해 5000만 원이라도 먼저 갚으면 형사 소송에서 처벌불원서라도 써주겠다는 얘기였다”며 “홍 씨 아버지에게 준 돈은 나도 캐피탈에서 빌려서 준 돈으로 이자를 갚다가 결국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홍 씨 아버지에게 받을 돈도 법정 지연 이자를 계산하면 약 5억 원이 됐다”고 말했다.
양 측 입장은 빚 규모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2015년 당시 홍영기 씨는 ‘김 씨가 받을 돈은 9000만 원’이라고 했고 김 씨 측은 ‘4억 원’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판결 결과를 볼 때 김 씨 측 주장이 더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영기 씨는 “9000만 원 정도를 줬다”고 했지만 이는 이자만 지급했던 것으로 원금 2억 원에 이자가 불어나 현재 약 5억 원 정도가 됐다.
김 씨 측은 “지금까지 기다려줬는데 전혀 변화가 없어 이제 포기했다”면서 강제 집행 등 다른 방안을 강구중이다. 박재천 변호사는 “강제 집행단계에서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재산 명시신청을 할 수 있다. 채무자는 명시절차에서 자신이 가진 재산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만약 채무자가 그 목록을 허위로 기재한다거나 재산 목록 공개를 하지 않으면 감치처분을 당하거나 과태료처분을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씨 딸을 만나기도 했던 유튜버 이준희 씨는 “김 씨 딸은 홍영기 아버지에게 사기를 당한 이후 고등학교마저 자퇴하고 현재까지도 채무를 변제하고 있다”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홍영기 씨 기존 말처럼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영기 씨는 “아버지는 현재 별다른 직업 없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 전혀 갚을 능력이 안 된다”며 “과거 방송에서 ‘월 매출로 따지면 3억 원이고 평균적으로 한 달에 1억 원은 번다’고 했지만 이는 가장 잘 나갈 때 기준이며 순수익이 아니다. 그 정도로 벌진 못한다”고 해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