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인 연세대 송복 교수에 따르면, 이런 반헌법세력은 무려 20%에서 25%에 이른다. 발전된 서양 사회들에선 이런 세력은 대체로 5%에서 10%에 이른다. 게다가 우리 사회의 반헌법세력은 대체로 북한 정권을 따르거나 호의적으로 대한다.
이런 상황은 근본적으로 우리 현대사의 그늘에서 나왔다. 일본의 지배 아래서 사회주의가 지녔던 매력,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북한의 존재, 6·25전쟁으로 깊어진 우리 시민들 사이의 이념적 갈등, 그리고 북한이 추구해온 이념적 침투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풍토에 사회주의적 요소가 널리 퍼지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우리 지식인들의 좌측 편향이다. 원래 지식인들이 체제에 비판적이고 특히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우리 지식인들은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에 대해 무척 비판적이었고 흔히 북한 정권에 대해 비현실적 기대를 품고 옹호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흔쾌히 인정하지 않았고, 때로는 북한 정권이 오히려 더 큰 정통성을 지녔다고 주장했으며, 민족적 재앙인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 정권을 ‘통일의 시도’라는 궤변으로 변호해왔고, 대한민국의 성취를 인정하는 데 인색했다.
이런 편향이 워낙 심해서 그런 추세를 거스른 사람들은 드물었다. 북한 정권의 정체와 북한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지식인들도 흔히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성취를 옹호하는 비용을 치르지 않고 대한민국 체제에 편승하는 ‘무임승차자’ 노릇을 했다.
북한의 지옥 같은 현실이 잘 알려지고 북한의 이념적 공세와 군사적 도발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지금, 우리 사회를 지키려는 지식인들은 보다 과감히 나서야 할 것이다. 이 일에서 특히 중요한 분야는 예술이다. 예술 작품은 우리의 감성에 호소하므로, 예술 작품 속에 담긴 사상이나 이념은 사람들 마음속으로 쉽게 그리고 깊이 스며들 수 있다.
전체주의자들은 이 점에 일찍 착안했고 예술을 자신들의 목적에 성공적으로 이용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socialist realism)과 같은 이론적 바탕을 만들고 예술을 선동선전의 수단으로 한껏 이용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대한민국에 적대적인 예술가들은 작품들을 통해서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늘리는 데 큰 몫을 했다. 반면에, 자유주의 예술가들의 예술적 사회참여는 거의 없었다.
다행히,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올해에는 북한 정권이 일으킨 그 재앙을 제대로 살피려는 예술 작품들이 여럿 나왔다. 영화 <포화 속으로>, 연극 <6·25 전쟁과 이승만>, 그리고 뮤지컬 <생명의 배>는 두드러진 작품들이다. 자유주의 예술가들은 모처럼 이런 움직임이 운동량을 그대로 지니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복거일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