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존경하십니까?
▲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 |
결혼 5년차인 P 씨는 남편의 이중적인 모습에 종종 정나미가 떨어진다. 밖에서 보는 남편의 모습은 참 모범적이고, 이타적이다. 하지만 가족끼리 있을 때의 남편은 전혀 딴사람 같다. 옷을 바로 벗으면 세탁할 때도 편할 텐데, 꼭 뒤집어서 아무 데나 던져놓는다. 그녀는 잔소리를 하다 지쳐 이제는 뒤집은 채로 빨아서 개어놓는다.
그의 만행(?)을 털어놓자면 끝이 없다. 좀 편하자고 주차위반 신호위반도 예사로 하고, 언젠가는 담배꽁초를 차 밖으로 던져 그녀를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실망을 시킬는지…. 이제는 잔소리 하는 것도 지치고, 그를 경멸할 것만 같아 마음을 비운다.
연애시절, 남편의 소신 있고 원칙적인 가치관에 호감을 느껴 결혼을 결정한 그녀로서는 전혀 딴판으로 행동하는 남편을 보며 ‘속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남편을 존경한다”는 어느 친구에게 “남편이 선생님도 아니고…,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옷을 벗고 용변을 보겠니?”라면서 사랑을 주장하던 그녀였다. 남편의 품위 없는 행동에 사랑하는 마음마저 변하는 것 같아 부부도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 사랑은 사소한 것에도 상처 입는다
우편물 중에 가끔 ‘Fragile’이라는 표시를 볼 수 있다. ‘쉽게 파손되는 물건이니 운반할 때 주의하라’는 뜻이다. 어찌 보면 사랑이야말로 유리같이 약한 것이라 사소한 충격에도 쉽게 깨지고 상처를 입는다. 세상을 살다 보면 상대방을 향한 물리적인 행동이나 언행에 의해서만 상처를 입는 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느끼는 실망감도 큰 상처가 된다.
부부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존경심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육체의 이끌림이야 서로 익숙해지고 늙어가면서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존경심 같은 정신적인 부분은 오래될수록 더 견고해진다. 앞서 연애시절의 P 씨처럼 서로의 적나라한 모습까지 보면서 함께 사는 부부가 어떻게 존경심을 가질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존경심이라는 게 꼭 대단한 행동을 할 때만 느끼게 되는 건 아니다.
일상의 사소한 모습들 속에서도 존경심이 우러날 수 있다. 삶을 진지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 언제 어디서나 일관된 말과 행동,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다. 사랑은 서로에게 눈이 머는 것이다. 상대가 세상에서 가장 잘나고, 가장 멋있고, 가장 훌륭하다는 믿음은 부부의 사랑을 견고하게 만든다.
♥ 인격에 실망하면 함께 살기 힘들다
마종기 시인의 글 중에는 ‘내 주위에서도 가끔 서로 아끼고, 존경하고, 이해하는 부부를 만나면 정말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는 구절이 있다. 배우자를 존경하고 배우자로부터 존경받는 부부관계,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가정의 본질이다.
이는 부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연애할 때는 흔히 매력적인 모습에 이끌린다. 하지만 상대의 인격적인 부분도 잘 파악해야 한다. 인격을 갖춘 사람은 성실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상대를 실망시키는 일이 별로 없다. 열정적이고 뜨거운 감정은 설령 식는다고 해도 대신 정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상대의 형편없는 인격에 실망을 하면 함께 살기 참 힘들다. 지금 생각해보라. 나는 그 사람을 존경하는가. 나는 그 사람으로부터 존경받고 있는가.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