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바바리맨’ 일본엔 ‘스커트맨’
▲ 올여름 일본에서는 황당하고 엽기적인 변태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일본 주간지 <플래시>의 연출사진. |
5월12일 히로시마 현 경찰서에 황당한 제보가 들어왔다. 한 여성(22)이 150엔(약 2000원) 상당의 팬티스타킹을 도둑맞았다는 내용이었다.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왜 경찰에 신고한 걸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도로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던 여성 운전자에게 한 남성이 다가와 “당신의 차에 기름이 새고 있는데 팬티스타킹이 있으면 막을 수 있다”고 말을 걸어 왔다. 당황한 여성은 자신이 신고 있던 팬티스타킹을 차 안에서 벗어 건네주었다. 하지만 스타킹을 받은 남성은 차 수리를 하는 흉내만 내다가 곧장 자신의 차로 달려가 도주해 버렸다.
피해여성이 도주한 차량 번호를 기억하고 있던 덕분에 그 남성은 곧 체포될 수 있었다. 그는 트럭운전사 오쿠보 카쓰유키(49)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있던 여성을 보고 따라 나와 이와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와 동일한 사건이 몇 차례에 발생했던 점을 들어 그를 상습범으로 보고 자택수사를 했다. 그 결과 그의 집에서는 총 11장의 팬티스타킹이 발견됐다.
아예 강제로 팬티스타킹을 벗겨 도망간 변태도 있다. 8월 5일 도쿄 경시청은 여성이 신고 있던 스타킹을 억지로 벗겨 도주한 아르바이트 점원(21)을 체포했다. 이 남성은 “생활이 어려워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였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모습을 보며 힘든 일을 잊고 싶었다”며 황당한 변명을 늘어놨다.
피해여성은 “뒤에서 따라오던 남자가 사람 없는 골목에서 나를 밀어 눕힌 다음에 강제로 스타킹을 벗긴 뒤 도주했다”고 말했다. 방범 카메라에는 여성의 뒤를 밟는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가 훔쳐간 스타킹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의 어려운 생활에 보탬이 될 만한 물건은 아님에 틀림없다.
7월 1일 나가사키에서는 해상자위대원(36)이 공공장소에서 음란한 행위를 한 죄로 체포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 남성은 해상자위대에서도 신입대원을 훈련시키는 교관 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군에서는 무서운 호랑이 교관이었지만 밖에서는 파렴치범일 뿐이었다. 나가사키현 경찰은 그가 슈퍼마켓이나 서점, 편의점 등에서 여성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켜왔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한 여성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갑자기 뒤로 다가오기에 쳐다봤더니 눈이 마주치자 바로 내 옷에 사정을 했다”며 울먹이는 소리로 신고했다. 그때부터 경찰에서는 그 슈퍼마켓 주변을 중심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남성이 이번엔 여고생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려다가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그는 지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했지만 결국 기소되었다.
7월 5일 도치기 현에서는 자신을 ‘귀신 없애는 도사’라 칭하던 무라오카 히로유키(47)가 성추행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자신을 TV에도 출연하는 유명 역술인의 제자라 소개하며 자택에 여성들을 불러들였다. 조사에 의하면 그는 피해여성에게 “당신은 영매체질이다. 20~30개의 악령이 지금 옆에 붙어 있다”며 “빨리 악령을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 여성을 눕혀 약 2시간에 걸쳐 가슴과 음부를 더듬었고, 이상하게 여긴 피해여성의 신고로 곧바로 체포됐다. 하지만 그는 “악령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도치기 현에는 또 다른 두 명의 변태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여장변태였다. 에쿠스 노부야스(41)라는 남성은 가미노카와에 위치한 편의점에 초미니스커트에 가발을 쓰고, 화장까지 완벽하게 한 채로 나타났다. 문제는 엉덩이가 다 보일 만큼 짧은 미니스커트에 속옷은 입지 않은 상태였다. 에구치는 작년 1월부터 여장모습으로 같은 편의점에 수차례 나타나 하반신을 노출한 뒤 도주하는 범행을 계속해왔다.
편의점 점원은 “테니스스커트 같은 하얀색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편의점 안을 돌아다니다가 계산대 바로 맞은편 코너에 멈춰서 점원에게 등을 보인 채로 갑자기 몸을 앞으로 홱 구부려 일부러 엉덩이와 성기를 다 보이게 했다”고 한다.
에쿠치가 편의점에 모습을 다시 나타낸 6월 점원 중 한 명이 그를 뒤쫓아 가 자동차 번호를 확인해 경찰서에 알렸다. 그는 결국 8월 3일 체포했다.
그는 “여장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면 흥분한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여장을 하고 싶었을 뿐 하반신을 보이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한 경찰은 “그는 화장을 옅게 하고는 있었지만 말끔한 얼굴에 근육질 체형의 평범한 남자였다”고 그의 첫인상에 대해 말했다. 경찰은 조사과정 “음란 행위가 목적이 아니라 여장만 하고 싶다면 팬티는 입고 다니라”며 그에게 충고했다고 한다.
또 한 명의 여장변태는 과감하게도 여탕에 숨어들었다가 체포됐다. 한 온천 호텔의 여탕에 긴 머리 가발을 쓴 채 타월로 몸을 가리고 나타난 남성은 사이타마에 사는 평범한 25세 회사원이었다. 정말 가발과 타월만으로 남성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걸까. 탕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여성 고객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이전에 이 호텔에서 묵었을 당시 훔쳐간 여성용 유카타(목욕 후나 여름에 입는 간소화된 기모노의 일종)를 입고 여성고객인 척 여탕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가나가와 현에서는 8월 19일 만남사이트에서 만난 17세 소녀와 부적절한 행위를 한 생명보험 회사원(37)을 체포했다. 그는 “옛날부터 어린 여자아이를 좋아했었다”, “2005년도부터 매춘을 했다”고 자백하며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은 그가 체포된 것이 하와이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뒤 겨우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죗값을 받아 마땅하지만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던 신부의 심정은 참으로 암담했을 것이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