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향해 ‘강대강‧선대선’ 원칙 제시…여전히 핵 역량 과시
지난 8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8차 당 대회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대미‧대남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존 방향을 유지하며 미국과 한국 정보에 양보를 요구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하고 미국까지 닿을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과시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경제 실패를 자인하고 자력갱생을 중심으로 한 새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지난 사흘간(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전하며 “앞으로도 강대 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면서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남측을 향해 군사력 증강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더 정확하고 강력하며 더 먼 곳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느니,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느니 하던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제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현재 남조선 당국은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관계 회복 가능성은 남겨뒀다.
김 위원장은 국방력을 과시하며 향후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핵잠수함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는 “1만 5000km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 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해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한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