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10여 마리 방문, 대규모 무리 목격 최초…고창 자연생태 서식환경 주목
고창에서 목격된 황새(사진작가 박현규 제공)
[고창=일요신문] 전북 고창에서 대규모 황새 무리가 목격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매년 겨울 10여 마리가 발견됐으나 올해 처음으로 60여 마리가 무리로 발견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13일 고창군에 따르면 길고 가느다란 다리에 까맣고 긴 부리의 천연기념물 황새 60여 마리가 흰 눈이 쌓인 갯벌과 논밭 위로 목을 길게 빼고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황새는 한반도에 고루 분포하며 우리 민족의 사계절과 더불어 살아온 텃새로 복과 건강을 가져다주는 길조로 여겨왔으나 무분별한 수렵과 환경오염 등으로 현재는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아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돼 있고 국내에서도 천연기념물199호와 환경부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고창군은 이번 황새 무리 출현에 대해 지역 자연생태의 완벽함을 보여주고 생태계 멸종위기종의 최적의 서식환경을 갖추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황새들이 특히 좋아하는 먹이활동지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기수역이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숭어와 뱀장어 같은 물고기는 염도가 낮은 민물을 만나면 활동력이 떨어진다. 황새들이 이런 양호한 서식환경을 본능적으로 알아내 기수역에 모인 것이다.
수확이 끝난 인적 드문 심원과 해리면 농경지도 황새들의 먹이터가 됐다. 친환경 농업으로 농약 사용이 줄어든 결과다. 염전에 물을 끌어오기 위한 돌담식 농수로도 황새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돌담식 농수로는 다양한 수서생물이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창군은 생태계 극상의 환경에서만 사는 황새의 출현으로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고창의 가치를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새 황새는 러시아나 중국 쪽에서 살다가 대개 11~12월에 우리나라로 내려왔다가 이듬해 2월 말이나 3월 초에 돌아간다. 이를 잡아두고 텃새화 시킨다면 한반도 황새복원에 큰 성과를 내게 된다.
문화재청도 ‘한반도 황새 복원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으로 고창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고창군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턴 황새들의 정착을 유도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황새 둥지탑을 세우고 있다.
문화재청은 먹이가 풍부하고 개발이 적은 고창에서 황새가 월동기를 지나 산란기까지 머물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황새의 고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창군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전체 마을 이장들이 모여 유전자변형농작물(GMO) 퇴출 선언을 했으며 농약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고 화학비료를 억제하는 친환경농법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태양광 개발로 사라질 뻔했던 국내 최대규모 천일염 염전을 고창군이 매입해 자연생태체험장으로 바꾸는 프로젝트 ‘노을이 아름다운 생물권체험벨트 조성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새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천연기념물인 황새도 살 수 있는 풍요로운 환경을 복원함으로써 사람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친환경 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흥구 호남본부 기자 dlgmdrn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