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시체육회 연차수당 미지급 사안 재조사 시작
- “연차수당 포기 서명 강요 했다” 주장도 나와
- 포항시체육회 “노동청 처분 따를 것…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던 사항”
포항시체육회(사진=일요신문 DB)
[포항=일요신문] 포항시체육회(회장 나주영)가 시체육회 소속 실업팀 감독과 선수들 수십명에게 연차수당을 미지급한 것(‘일요신문’ 1월19일자 “[단독] 포항시체육회 수년간 소속 감독·선수 연차수당 미지급 논란” 제하 기사 참조)과 관련,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특별 조사에 들어갔다.
대구고용노동청은 포항시체육회가 이 과정에서 재계약 시점의 해당 감독과 선수들에게 ‘연차수당 포기’ 서명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 결과에 따라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관은 포항시체육회의 근로자들에 대한 연차수당 미지급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청은 근로자(감독, 선수들)들이 ‘임금 포기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중이다. 포항시체육회는 자체적으로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해 시소속 해당 선수들을 대상으로 협의를 이어가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앞서 대구고용노동청은 지난해 7월께 포항시체육회에 대한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전반에 대한 감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시체육회가 수년에 걸쳐 실업팀 종목 감독과 해당 선수들의 연차수당을 미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후 고용노동청이 같은해 9~10월 본격 조사에서 최종 확인해 시정을 명령했고, 시체육회에서 해당 근로자들이 제출한 ‘처벌불원서’로 노사 합의가 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료했다.
고용노동청은 이번 조사를 사실상 재조사로 단정 짓고 근로자(감독, 선수들)들이 사안을 정확히 알고 시체육회에서 내놓은 합의서에 ‘연차수당을 받지 않겠다’고 서명을 했는지, 회유와 강요는 없었는지 등 적법성 여부를 공무원법과 근로기준법 등 전반에 걸쳐 들여다보고 있다.
또 시체육회가 직장운동경기부(실업팀) A 감독을 상대로 재계약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수들 개개인에게 연차수당 포기 서명을 받아 오라”고 지시한 경위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체육회 소속 실업팀 A 감독은 최근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연차수당을 받지 못한 시 소속 감독과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60여 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제가 지도했던 선수들은 11명이고 여기에는 퇴사한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며 “이들 선수들에게 지난해 말까지 ‘연차수당 포기’ 합의서에 서명을 받아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A 감독은 시체육회로부터 이 같은 지시를 받는 과정에서 “이미 퇴직을 한 선수들도 있는데다 그 선수들이 포항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나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사인을 받기 어렵고 이 같은 업무 자체가 감독이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며 “그러자 시체육회 관계자는 ‘다른 종목 감독들도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하며 제 말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인사권 전권을 가지고 있는 시체육회에서 작성해 달라고 하는 합의서에 이의를 제기하며 못한다고 할 수 있는 근로자가 몇 명이나 되겠나”라며 “당시는 물리적인 강압보다 더 강한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포항시체육회 소속 실업팀에서 퇴직한 3명이 최근 거주지 관할 고용노동청을 찾아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우리는 ‘연차수당 포기’ 합의서 서명에 참여한 적도 없고 직접 사인을 하지 않았다”며 “포항시체육회의 진심어린 사과와 연차수당의 정상적인 지급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포항시 감사담당관 민원조사팀장은 “체육회 일이라 현재로서는 예산 등을 집행하는 새마을체육과와 협의해 통합 감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3년마다 시행되는 정기 감사가 올해 이뤄질 예정이니 감사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유곤 포항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은 “노동청에서 내려지는 처분에 따르겠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던 사항이라 잘못인 줄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앞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