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약점 보완 가능하지만 이마트의 네이버 종속 우려…신세계 SK 와이번스 인수 비판 눈돌리기용 해석도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찾아가 협력 방안 논의하면서 눈길을 끈다. 정용진 부회장이 2018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1월 28일 강희석 이마트·SSG닷컴(SSG) 대표이사와 함께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를 찾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를 만났다. 이커머스 분야 협력 방안부터 양사 보유 채널과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는 전언이다.
양사는 “생각을 교환하는 차원, 그 이상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양사 수장이 만났다는 점에서 곧 협력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마트·SSG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 판로와 고객층을 확대하고, 네이버는 이마트가 강점을 보이는 신선식품 콘텐츠와 유통 노하우를 확보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네이버 IT 기술과 이마트의 전국 유통망을 접목해 최적화된 옴니채널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물류창고 공동투자 등 여러 협력 방안이 거론된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네이버는 제3자 거래 위주 온라인몰로 다양한 고객층을 보유했지만 신선식품 중심 그로서리(식품) 부분이 약하고, 이마트의 SSG는 고객층이 3040대 주부 의존도가 높다”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기에 협력을 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접근”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유통은 배송·머천다이징(MD) 등 소비자 트렌드 파악을 통해 알맞은 시기와 장소에 적정 상품과 가격을 선정하고 수요에 정확한 물량을 매입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네이버는 그런 기술이 없는 플랫폼으로 이마트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양사 모두 물류망이 필요하기에 물류센터 투자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등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며 “SSG는 투자 부담을 줄이고 네이버도 오픈마켓 입점업체에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고 확실한 배송 케파(생산능력)가 생긴다는 점에서 좋다”고 평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온·오프라인 모두 강화하는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의 소싱 능력을 높이 샀을 수 있다. 이마트가 각 지역에 매장을 갖추고 있으니 이를 연계하는 협력 방안도 추측 가능하다”며 “이마트와 SSG 역시 개인 맞춤형 AI(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상품 검색과 추천, 라이브커머스 등을 하려면 네이버 IT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네이버가 이마트의 스타필드와 연계해 상품을 판매하거나, 네이버의 기차표 예매 서비스와 이마트의 전국 매장 상품을 연계하는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찾아가 이커머스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업계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진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2019년 서울 종로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만 SSG가 네이버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은 이마트 입장에서는 리스크로 꼽힌다. 네이버의 막강한 플랫폼 장악력을 고려하면 SSG의 네이버 의존도가 높아져 오히려 온·오프라인 유통분야 모두에서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에선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지만 결론적으론 네이버가 SSG의 주력 시장인 오프라인까지 침투하는 등 네이버에만 유리한 협력이 될 수 있다는 것. 네이버가 지난해 홈플러스, GS리테일 등과 제휴해 장보기 서비스를 출시하며 신선식품 유통에 뛰어들었을 때도 이마트는 참여하지 않은 이유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칫하면 이마트의 네이버 종속이 가속화할 수 있다. 이베이나 11번가의 매출 나오는 비중을 보면 네이버 의존도가 40~5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안다. 이런 부분을 SSG라고 빗겨나갈 수 있겠느냐”며 “네이버와 제휴하는 순간 포털과 연계해서 고객이 들어오면 이마트의 SSG 자체 경쟁력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수장들의 회동이 단순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앞서의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협력하면 둘 다 ‘윈윈’이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경쟁관계인 양사가 총수끼리 만났다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무엇을 얼마나 내줄진 모른다”며 “지금 협력모델의 그림을 그리기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도 “네이버가 막강한 트래픽과 집객력을 무기로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이마트 입장에서 굳이 협력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의 SK와이번스 인수에 대한 비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회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는 “최근 야구단 인수 소식이 주식시장에서 일부 부정적으로 인식돼 주가도 떨어졌다. 열악한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인력·재무 자원 모두 이커머스에 쏟기도 바빠 야구장 투자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며 “부정적 시선을 덮으려고 회동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번 회동이 쿠팡 견제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코로나19 등의 여파 속에서 언택트 바람을 타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확보한 ‘실탄’을 앞세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처럼 관측은 다양하지만 네이버와 이마트의 협력이 이뤄지면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에는 업계 이견이 없다. 네이버와 SSG가 손잡고 시너지를 낸다면 쿠팡과 네이버, 이마트 3사 위주로 온라인 유통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