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고래싸움에 등 터지면 어쩌나’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G20 세르파 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11월로 예정된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제공 |
서울 G20정상회의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정책을 놓고 각국, 특히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 이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각국은 과거 대공황 당시 각국이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취했던 보호무역조치(관세 인상)가 오히려 대공황을 깊게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G20정상회의에서 내려진 결론은 경제위기에도 보호무역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유무역을 보다 활성화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이러한 자유무역 강화 정책 덕분에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는 법. 이러한 자유무역의 가장 큰 혜택을 본 곳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올해 9%가 넘는 경제 성장률이 전망될 정도로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며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반면 자유무역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미국과 유럽연합(EU)다. 재정확대 정책을 쓰면서 나라 곳간이 빈 상황인 데다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커지면서 재정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세계경제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무역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무역불균형이 이뤄진 배경에는 중국의 환율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나 다른 선진국처럼 자유로운 환율 변동제를 갖추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성화에 못 이겨 고정환율제를 지난 6월 19일 버리기는 했지만 정부에서 환율을 고시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 각국이 관세와 같은 보호무역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율을 정부가 뜻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무기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고환율 정책을 펴게 되면 자국 수출상품 가격이 낮아져 가격 경쟁력에서 그만큼 앞서게 된다. 이것이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를 절상(가치상승)하라고 요구하는 이유이며 중국이 이를 거부하는 배경이다.
윤증현 장관이 “G20의 특성상 환율문제에 관한 일반적인 해결방법이나 환율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논의할 수 있지만 특정 국가의 환율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G20에서 다뤄져야 할 무역불균형 해소의 핵심이 위안화 절상문제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G2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의장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위안화 문제뿐 아니라 우리 정부가 내놓은 의제인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한국형 개발의제도 슬슬 걱정거리로 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한국형 개발 모형을 개발도상국에 전달하는 ‘코리안 이니셔티브’를 주요 의제로 내세워왔다.
하지만 이들 의제가 국민들의 시선을 잡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다. 정부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가 국민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것은 의제 자체가 국민들의 삶과 전혀 관계없는 탓도 크다. 단순히 국격이 높아진다는 주장만 가지고 국민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털어놨다.
게다가 이들 의제가 채택될 경우 우리 정부의 재정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갖추려면 자본 유출입을 줄이도록 은행에 자금 부담을 줘야 하는데 이게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형 개발의제가 채택될 경우 한국형 개발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전달하기 위한 개발모델 연구나 자금 지원 등의 부담을 한국 정부가 져야 한다. G20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자칫 국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