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송강·고민시, ‘여신강림’ 문가영 등도 방송가가 주목한 ‘라이징 스타’
방영 직후 크고 작은 논란이 일어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철인왕후’ 속 신혜선의 연기만큼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사진=tvN 제공
가장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 받은 배우를 꼽자면 조선시대 중전의 몸으로 걸쭉한 아재 연기를 매끄럽게 해낸, tvN 드라마 ‘철인왕후’의 신혜선(32)이 가장 먼저 언급되곤 한다. 2012년 데뷔 후 적은 분량의 조연부터 차근차근 밟은 그는 2017년 같은 방송사의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영은수 검사 역으로 그간 숨겨진 잠재력을 터뜨렸던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첫 주연작인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까지 성공하면서 대중들에게 신혜선이란 배우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2020년은 신혜선에게 있어 중요한 터닝 포인트이기도 했다. 먼저 영화 ‘결백’으로 배종옥, 허준호와 같은 연기파 배우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줬던 그는 첫 스크린 주연작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꽉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특히 가족에게조차 딱딱하고 속물적으로 굴 수밖에 없었던 변호사 안정인(신혜선 분)이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점진적으로, 그러나 폭발적으로 감정을 터뜨려내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히기도 했다(관련기사 [인터뷰] ‘결백’ 신혜선 “타율 좋은 배우? 좋은 작품에 잘 업혀 간 거죠”).
신혜선의 연기를 두고 늘 ‘변신’이라는 말이 언급되는 까닭은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 만큼 이미지를 바꾸는 데 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해 공개된 드라마 ‘철인왕후’ 속 김소용의 모습에선 영은수 검사나 안정인 변호사의 그림자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방송 초기 ‘혐한’ 성향을 띤 중국 작가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점과 실제 역사 및 실존 인물들을 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었지만, 비판의 세기와 논란의 정도에 비례하는 인기를 끈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남자와 여자를 오가며 그 미묘한 변화를 잡아낸 신혜선의 ‘핀셋 연기’는 작품을 비판하는 시청자들도 이견 없이 인정할 정도다.
“이 배우 누구냐”는 질문을 한몸에 받았던 고민시도 올 한해 활동이 기대되는 유망주로 꼽힌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남자인 장봉환의 혼이 깃든 조선시대 철종의 정비 김소용을 오가는 신혜선의 연기 완급 조절은 실제로 이 작품에 있어 최상의 ‘셀링 포인트’로 여겨질 정도로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정극부터 희극까지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한 신혜선은 앞으로 더 다양한 장르에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의 고민시(26)도 시청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다. 2018년 영화 ‘마녀’의 도명희 역으로 먼저 눈도장을 찍었던 그는 이듬해 넷플릭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의 박굴미에 이어 ‘스위트홈’의 이은유로 주목받았다. ‘스위트홈’ 공개 직후부터 시청자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저 배우 대체 누구냐”는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졌던 배우가 바로 고민시이기도 하다(관련기사 [인터뷰] ‘스위트홈’ 고민시 “웨딩플래너 관두고 상경…후회 안해요”).
폭발적인 인지도 상승에 힘입어 고민시는 올해 상반기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과 tvN 드라마 ‘지리산’으로 또 다른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오월의 청춘’은 ‘스위트홈’에서 의붓오빠 이은혁 역을 맡았던 이도현과의 로맨스가 그려질 예정이라 공개 전부터 전작 팬들의 환호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 김은희 작가의 ‘지리산’에서는 전지현, 주지훈 등 쟁쟁한 선배 스타들과 호흡을 맞추며 그가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와는 또 다른 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신강림’의 문가영은 특히 대만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앞으로의 해외 활동이 기대된다. 사진=키이스트 제공
문가영(25)은 tvN 드라마 ‘여신강림’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배우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 ‘여신강림’이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여주인공 임주경 역을 맡은 문가영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다. K-드라마 편집 영상을 주로 올리는 해외 K-드라마 팬덤의 SNS 계정에서 문가영의 영상이 특히 동남아시아 팬들 사이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로코퀸’으로 자리매김한 문가영은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데뷔해 벌써 16년 차를 맞이한 ‘중견급’이다. 아역 티를 벗어 던진 2016년 JTBC ‘마녀보감’에서 첫 주연을 맡은 뒤 2018년 MBC ‘위대한 유혹자’, 2019년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 등을 소화했다. 2020년에는 MBC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여하진 역을 맡아 남주인공인 김동욱과 나이 차를 넘어선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최근 ‘여신강림’을 통해 해외 인지도까지 차곡차곡 쌓으며 새로운 20대 한류 스타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는 OCN ‘경이로운 소문’의 조병규(25)와 넷플릭스 ‘스위트홈’의 송강(26) 등이 유망주로 꼽힌다. 특히 JTBC ‘SKY캐슬’ SBS ‘스토브리그’ OCN ‘경이로운 소문’으로 3연타석 홈런을 날린 조병규는 단독 주연으로도 거뜬히 극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로 그가 첫 메인 주연을 맡았던 ‘경이로운 소문’은 OCN 역대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작품의 성공은 물론,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잡았다.
‘SKY캐슬’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으로 3연타 홈런을 쳤다는 평을 받는 조병규(왼쪽)과 ‘넷플릭스 황태자’ 송강. 20대 남배우들 중 단연 선두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 제공
드라마로만 그를 접한 대중들에겐 생소한 사실일 수 있지만 조병규는 2015년 데뷔 후 연극과 뮤지컬, 독립영화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약 80개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해 온 잔뼈 굵은 배우다. 올해에는 첫 스크린 주연작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tvN 드라마 ‘어사조이뎐’에서도 주연으로 발탁돼 숨 가쁜 한 해를 달릴 예정이다. 또 유재석이 직접 점찍은 ‘예능 유망주’로도 주목되며 예능 무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관련기사 [인터뷰] ‘경소문’ 조병규 “3연타석 홈런? 요행일 뿐이에요”).
넷플릭스와 tvN이 서로 ‘우리 아들이다’라며 선점 싸움에 나선 송강은 올해에도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와 tvN ‘나빌레라’ 등 다양한 작품으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2017년 데뷔해 햇수로만 따지면 고작 3년 남짓한 기간에 스타덤에 오른 그는 그야말로 ‘라이징 스타’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배우이기도 하다(관련기사 [인터뷰] ‘스위트홈’ 송강 “현수의 짝짝이 양말, 제가 생각한 디테일이죠”).
주로 웹툰 원작의 작품에 출연 중인 송강은 ‘스위트홈’의 주인공 차현수 역으로 국내외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스위트홈’의 경우 공개되자마자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에서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가 이어지며 송강에게 ‘넷플릭스의 황태자’라는 애칭을 선사하기도 했다. 또래 배우들에 비해 24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로 데뷔하긴 했으나 시간의 공백을 메울 만큼 빠른 성장을 이룬 셈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라이징 스타들의 경우 빠르게 인기를 얻은 만큼 이미지 소모도 큰 편이지만 송강의 경우는 이제까지 출연한 캐릭터들이 비슷하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더 넓은 스펙트럼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호평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