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어린 배역 소화, 아파도 아픈 척 안해…조병규·김세정과 가족처럼 친구처럼 최상의 케미”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속 가모탁 역을 연기하기 위해 유준상은 배우 본인의 나이를 잊을 만큼 완벽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유준상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를 처단하는 카운터 팀의 원년 멤버이자 괴력 담당 가모탁 역으로 시청률 견인에 든든한 한몫을 했다. 그의 말마따나 50대의 배우가 30대 후반을, 그것도 액션형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일 수 있었지만 종영할 때까지 누구도 나이와 캐릭터의 괴리(?)를 눈치 채지 못했다고. 젊은이들도 앓는 소리를 낸다는 액션 신 촬영 현장에서조차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다한 뚝심 덕이었다.
“일단 제가 30대 후반 역할을 맡았다 보니 현장에서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했어요(웃음). 또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서 이번 작품에서는 고난이도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몸이 다치면 안 되니까 파쿠르 훈련부터 시작해 다양한 액션, 복싱 연습까지. 사실 액션 연기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많이 다치고 상처를 입게 되는데 이번엔 신기하게 회복력이 빨라서 금방 괜찮아지더라고요. 아파도 안 아픈 척해서 그런가(웃음).”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 덕도 있었지만, 방송이 끝날 때마다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시청률이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도 있었다. OCN 드라마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지상파 방송 이상의 파급력을 보여준 작품이었던 만큼 저절로 신이 나서 촬영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유준상을 비롯한 모든 출연 배우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배우들에게도 그랬지만 ‘경이로운 소문’은 방송사인 OCN에게도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가장 의미있는 작품이 됐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시청자들의 반응을 재깍 확인하는 것은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을 물었을 때, 유준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잘생겼어요’라는 댓글을 꼽았다. “꼭 실물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다양한 외모 칭찬 댓글 외에도 유준상의 마음을 뺏은 시청자 반응 중에는 그의 자식뻘인 어린 10대 학생들의 댓글들도 있었다고 했다.
“어린 친구들이 ‘우리 엄마아빠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형·오빠라고 하고 싶어요’라고 적은 걸 봤는데 재밌으면서도 참 좋더라고요. 가모탁 아저씨 좋아해줘서 고마워요(웃음). 제가 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정영 형사가 죽은 12부였는데, 그 방영분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또 속시원하기도 한 장면들을 보며 왠지 ‘아 이때쯤 (시청률) 10% 넘겠다’ 싶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까 정말 10%를 넘었더라고요. 그때 너무나 신기하고 또 감사했죠.”
어린 팬들의 이야기도 들었으니, 비슷한 나이 또래를 연기한 동료 배우들의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소문 역의 조병규와 도하나 역의 김세정은 가모탁 역의 유준상을 비롯해 추매옥 역의 염혜란, 최장물 역의 안석환까지 나이로보나 경력으로 보나 까마득한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인 바 있다. 이 전도유망한 두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캐릭터로서도 선배 배우로서도 균형을 잡아 온 유준상은 이들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내며 ‘후배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준상은 ‘경이로운 소문’을 함께한 어린 두 배우, 조병규와 김세정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1995년 SBS 공채 5기 탤런트로 데뷔 후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뛰어오던 그에게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경이로운 소문’이 처음이었다. 케이블 TV뿐 아니라 지상파, 넷플릭스, 카카오TV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웹툰‧웹소설 원작 작품을 내놓고 있는 변화에 배우들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대해 유준상은 “오히려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확장되는 만큼 연기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웹툰과 웹소설이 원작이 되는 작품 제작이 활발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더 다양한 소재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물론 그걸 새롭게 표현해 내야 하는 창작자 분들은 또 그들만의 고민들이 있긴 하겠지만, 거기서 오는 색다른 설렘과 신나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웃음). 또 연기를 함에 있어서도 참고할 수 있는 원작 캐릭터가 있다는 게 색다른 부분이기도 하죠. 하지만 거기에만 의지하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많은 제한이 있다는 게 주의할 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웹툰 원작 작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습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서 표현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