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화타선생’ 훈장 타려 이력 조작?
특히 한의협 측은 김 씨의 침사자격증과 의술 경력을 비롯해 유명인 마케팅, 과대광고 논란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당 신화’ 이면에 가려진 진실게임에 불을 지폈다. <일요신문>도 지난 2월 ‘구당 X파일’(929호) 제하의 기사를 통해 구당 신화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일요신문>은 또 구당이 현대판 ‘화타’라는 칭호를 받으며 대중적 유명인으로 거듭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국민훈장 동백장(3급)을 포상받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포착했다. 한의사 업계 주변에서는 구당의 과거 행적 및 정·관계 로비 정황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이른바 ‘구당 리스트’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수사 당국은 교육비 횡령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 구당과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구당 신화’를 둘러싼 한의협과 구당 측의 진실게임을 부추기는 새 뇌관으로 부상한 서훈 조작 의혹 및 수사 당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들여다 봤다.
재야에서 70여 년간 침과 뜸을 시술해 온 구당은 2008년 공중파 방송 3사가 그의 의술과 봉사활동을 집중 조명하면서 일약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다. 구당의 의료행위가 입소문을 타면서 정·관계 인사는 물론 언론인, 유명 연예인, 소설가, 대기업 임원 등 각계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그를 찾았다. 급기야 정부는 2008년 12월 구당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포상하면서 구당의 주가는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구당의 입지가 갈수록 확대되자 한의협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대체의학을 주창하고 있는 구당이 민중의학의 선봉자로 자리매김할 경우 자가(自家) 뜸 치료 열풍이 거세질 것이고, 이 경우 한의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의협은 구당이 침사 자격만 갖고 있고, 뜸 시술을 할 수 있는 구사 자격증은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며 구당의 불법 의료행위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구당의 과거 행적을 비롯해 침사자격증과 의술 경력, 유명인 마케팅, 과대광고 논란 등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봇물 쏟아지듯 터지면서 ‘구당 신화’는 서서히 그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사망한 배우 고 장진영 씨의 침뜸 시술을 둘러싼 논쟁은 구당의 ‘유명인 마케팅’ 논란으로 비화됐다. 장 씨 시술 논란 이전에도 구당은 각종 저서 및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고 장준하 선생을 비롯해 김재규 전 중정부장, 김영삼 전 대통령, 박태환 선수 등 유명인사들을 치료했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일요신문>과 일부 언론의 취재 결과 이들 유명인사 측근들과 주변 인사들은 대부분 구당으로부터 치료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당의 유명인 치료 사실이 ‘거짓’일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그의 과거 행적 및 불법 의료시술을 둘러싼 의혹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한의협과 일부 언론은 ‘구당 신화’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구당 X파일’을 파헤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당 신화’를 정착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구당의 국민훈장 서훈 과정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훈법은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자에게 서훈함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헌재가 위법한 것으로 결정하고 수사당국의 수사 대상이 되고 있는 뜸사랑의 침시술 봉사활동을 근거로 구당에게 국민훈장을 포상한 것은 상훈법 취지에 전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2008년 7월 구당의 불법 의료행위 논란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바 있고,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같은해 10월 구당의 침사 자격을 45일간 정지시켰다. 또 지난해 12월 18일에는 노인과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침과 뜸을 놔준 ‘뜸사랑’ 회원 100여 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공문을 통해 구당이 위생감시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없다고 밝혔다. |
구당 측이 서훈을 받기 위해 허위 이력을 정부에 제출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 또한 국민훈장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사실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안위 소속인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정기국회 때 구당에게 국민훈장을 서훈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규명하는 동시에 관련부처(행안부)의 허술한 관리감독 및 책임론을 제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구당의 수백억대 교육비 착복 의혹에 대해서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2008년부터 구당과 뜸사랑 측이 침뜸 교육 및 비공식적인 영리 취득 등 모두 200억여 원을 착복한 정황을 잡고 내사를 진행한 바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뜸사랑이 침뜸 교육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긴 수사 보고서를 2009년 5월 서울 북부지검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구당과 뜸사랑의 비리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2009년 7월 뜸사랑 회원들이 제기한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조항)의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만큼 헌재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를 내린 것이다. 그러자 뜸사랑 측은 2009년 12월 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구당의 200억 원 착복설은 사실무근’이라는 글을 올려 시중에 나도는 소문을 잠재우려 했다.
그렇다고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건 아니다. 취재결과 검찰이 헌재의 합헌 결정(7월 29일)이 난 이후 구당과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 수사를 은밀히 재개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대검의 한 관계자는 “북부지검이 헌법소원 종결 이후 구당과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재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년여 만에 재개되는 수사인 만큼 구당의 개인비리뿐만 아니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당국이 구당에 대해 수사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치권도 긴장 모드로 돌입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여권 핵심실세인 A 씨를 비롯해 상당수 여야 정치인이 포함된 이른바 ‘구당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특히 일부 현역 의원의 경우 구당 측으로부터 매년 수천만 원대의 정치 후원금을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검찰 수사 추이에 따라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최근 기자와 만난 참의료실천연합회 소속의 핵심 관계자는 “구당의 성장 배경에는 막강한 인맥과 전방위 로비가 자리잡고 있었다”며 “현대판 ‘화타’로 포장된 구당의 본 모습이 조만간 그 형체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구당 신화’와 관련한 진실게임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조건원 뜸사랑 사무처장은 10월 15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말도 안되는 주장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일축했다.
검찰 수사 재개와 관련해서는 “헌법소원이 마무리된 만큼 검찰이 다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검찰에서 연락이 온 게 없다”고 말했다.
한의협과 구당 측의 진실게임 논란을 넘어 정·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핵뇌관으로 진화할 조짐이 일고 있는 구당 관련 의혹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