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공부 빠듯한데… 인사태풍 분다는데…
▲ 지난 4일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실무자와 답변을 논의하고 있는 윤증현 장관.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G20 서울 정상회의가 다가오면서 기획재정부 고위층의 촉각은 10월 22일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쏠려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세계 각국이 환율전쟁을 벌이면서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최대 의제가 될 가능성이 커진 때문이다. 의장국으로서 자칫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세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데다 G20 서울 정상회의 자체가 공전될 가능성이 커져 재정부 간부들의 스트레스는 더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정부에서는 19∼20일, 이틀간 잡혀 있는 국회 국정감사 종합감사 일정에도 갑갑해 하고 있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사전 정리 작업이 이뤄져야 할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바로 이틀 전까지 국감이 열리는 탓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윤증현 장관이 국감 준비를 하느라 환율 문제 등 각종 의제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모자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5일 있었던 부처 국감 때 G20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준비를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던 장관이 의원들과 언쟁을 벌였던 일이 재발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의원 질의 순서와 의원들의 단어 선택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윤 장관은 당시 질의 순서가 15번째였다가 첫 번째로 바뀐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질의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다 김성조 재정위원장에게 지적을 받았다. 평소 같으면 호인답게 넘어갔을 윤 장관이었지만 이날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질의 순서가 바뀌었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 새벽까지 잠도 못자고 국감준비를 했는데 질의 순서를 지금 알았다. 질의서도 미리 주지 않는다”면서 맞섰다. 또 부하직원들에게 “질의서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윤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까칠하게’ 나온 것에 대해 국감 직전까지 추석 연휴도 없이 G20 서울 정상회의 등의 준비를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고, 국감 직후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준비를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은 때문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윤 장관은 G20 서울 정상회의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10박 12일간 러시아 독일 프랑스 브라질 미국 등 5개국을 방문했다. 이동거리로는 지구둘레인 4만㎞, 비행시간으로는 50시간에 달하는 일정이었다. 시차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세계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던 셈이다.
국감을 마친 직후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도 예전과 달라져 윤 장관의 업무가 더욱 과중됐다는 평가다. IMF·세계은행 연차총회는 그동안 대부분 형식적인 연설로 채워지기 때문에 그다지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환율전쟁이 격화된 데다 총회 자체도 토론 위주로 진행되면서 각국 재무장관들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게다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와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환율전쟁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환율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의장을 맡은 윤 장관에게 국내외 언론의 인터뷰마저 쇄도했다. 이런 상황이 겹치자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바로 앞에 잡혀 있던 국감 종합감사 일정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회에 국감 일정 변경을 요구하기도 어려워 재정부 고위간부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처럼 재정부 고위층이 G20 서울 정상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데 반해 적잖은 직원들은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있을 인사에 더 큰 관심이 쏠려 있다. 윤 장관이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물러날 것이 거의 확실한 데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도 교체에 무게가 실려 있다. 여기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임기가 내년 3월이면 끝나기 때문에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경제부처, 특히 재정부에 인사태풍이 불어 닥칠 기세다.
게다가 공기업과 은행권 인사도 줄줄이 앞두고 있어 요즘 재정부 직원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재정부 장관에는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이 유력한 상황이며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최중경 수석은 금융위원장 후보로도 물망에 올라 있다. 최중경 수석이 재정부 장관이나 금융위원장으로 이동할 경우 공석이 되는 경제수석 자리가 재정부에 떨어지게 된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윤용로 기업은행장 후임도 재정부 관료들에게는 관심사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만약 권혁세 부위원장이 자리를 옮길 경우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의 승진 발탁 가능성도 있다. 신제윤 차관보가 승진할 경우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이 후임으로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 재정부의 경우 과장급 인사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 과장급 인사가 대거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정부의 한 국장은 “올해 차관과 차관보, 국장들의 인사는 대거 이뤄졌지만 과장급 인사는 상대적으로 소수에 그쳤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나고 경제부처 수장 및 공기업, 은행권 인사가 있으면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큰 폭의 과장급 인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