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한 영화 등장 등 유통·배급 형태 다변화 두드러져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영진, 이하 코픽)는 각종 통계지표들을 통해 2020년 한국 영화산업을 종합적으로 돌아보고 주요 부문별 시장 동향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지난 1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전체 관객 수로는 최저치를 기록했고, 매출액은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68.0%로 10년 연속 외국영화 관객 점유율보다 높았으나, 한국영화 매출액은 35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9% 감소한 수치였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횟수는 전년 대비 3.22회 감소한 1.15회에 그쳤다.
극장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2020년 박스오피스 1위는 ‘남산의 부장들’로 매출액 412억 원, 관객 수 475만 명을 기록했다. 2위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매출액 386억 원, 관객 수 436만 명, 3위는 ‘반도’로 매출액 331억 원, 관객 수 381만 명, 4위는 ‘히트맨’으로 매출액 206억 원, 관객 수 241만 명이었다. 5위는 매출액 184억 원, 관객 수 199만 명을 동원한 ‘테넷’으로 2020년 전체영화 박스오피스 10위 내 유일한 외국영화였다.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에서는 CJ ENM이 17.6%로 1위를 차지하며 전년도 2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2위는 롯데로 14.9%를 기록했으며 NEW는 10.5%의 관객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2020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극장 관객 수와 매출액이 급감하고, 개봉 예정작들의 개봉 연기가 이어지며 그간 고착화돼왔던 주차별 개봉 전략이 무의미해졌다. 따라서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1월에 포함된 주차들이 관객 수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요일별 관객 점유율은 전년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 토요일 22.9%, 일요일 20.8%, 수요일 14.2% 순으로 많았고, 장르별 관객 점유율은 액션이 1위였던 2019년과 달리 1위가 드라마로 32.0%, 다음으로 액션 16.7%, 코미디 14.4% 순으로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와이드 릴리즈를 추구하는 텐트폴 영화들이 부재한 결과 2020년 소위 스크린 독과점이라고 하는 상영배정의 편중 현상은 완화됐다. 일별 상영점유율을 평균해 보면 1위가 32.7%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 대비 3.1%p 하락한 것이다.
2위가 17.2%, 3위는 11.2%로 1위부터 3위까지의 합은 61.1%인데 이는 전년 대비 8.1%p 하락한 점유율이다. 2020년 일별 상영점유율 1위 영화가 80%를 넘은 날은 없었으며 70%를 넘은 날이 7일, 60%를 넘은 날이 22일로 모두 2019년에 비해 감소했다.
반대로 극장흥행 결과의 편중 현상을 살펴보면 신작 개봉이 현저히 감소해 영화별 흥행 결과는 소수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전체 흥행순위 10위까지 10편의 영화 매출 점유율은 51.0%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년 대비 4.8%p 증가한 것이다. 한국영화시장으로 좁혀서 보면 10위까지의 매출 점유율이 전체 매출의 70.0%를 차지했다.
2020년 한국 영화산업 주요 부문(극장, 극장 외, 해외) 매출 총 1조 537억 원 중 극장 외 시장 매출은 451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2.9%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비중 20.3%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나 전년 매출 대비로는 11.4% 감소했다.
극장 외 시장 매출은 기존 TV VOD와 인터넷 VOD, DVD 및 블루레이 시장 매출규모에 TV 채널 방영권 시장의 매출을 추가하여 집계했다. TV VOD 시장 매출규모는 3368억 원으로 전체 극장 외 시장 매출 중 74.6%를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매출규모가 늘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19년 대비 매출액이 17.0% 감소했다.
OTT서비스(영화부문)와 웹하드를 합한 인터넷VOD 시장 매출 또한 총 7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3% 감소했으며, 전체 극장 외 시장 매출 중 17.5%를 차지했다. OTT서비스(영화부문) 매출은 6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 감소했고, 웹하드 시장의 매출도 1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9% 감소했다.
극장이 침체됨에 따라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들이 개봉 연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영화가 등장해 유통·배급 형태의 다변화가 두드러진 한 해이기도 했다.
DVD 및 블루레이 시장의 매출액은 97억 원, 2020년 처음 집계한 TV 채널 방영권의 영화 매출은 261억 원으로 조사돼 극장 외 시장 전체 매출액 중 5.8%의 비중이었다.
2020년 완성작 수출과 서비스 수출 금액을 합친 한국영화 해외 매출 총액은 8361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인 해외 선판매가 가능한 신작 영화들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큰 규모의 글로벌 OTT 전 세계 판권 판매액이나 소수의 글로벌 OTT 오리지널 작품의 로케이션 유치실적이 집계되면서 전체 규모를 키웠다.
완성작 수출은 대만이 2018년, 2019년에 이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일본, 중국,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이 뒤를 이어 아시아가 한국영화의 절대적인 소비시장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기술서비스 수출의 경우 전체 수주건수는 20건으로 전년도 21건과 비슷했지만 수주금액이 감소하여 전년 대비 50% 가까이 감소하였다. 이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술서비스 수출 부문의 취약성에 변화가 없는 상황임을 보여줬다.
2020년 전체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는 466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42.5% 감소했다. 반면 전체 관객 수 대비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7.8%로 전년 대비 4.2%p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가 증가했다기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관객 수가 전년 대비 약 73.7% 급감한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한국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는 76만 명으로 전체 관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전체 독립·예술영화 대비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관객 수와 매출액 비중은 각각 16.3%와 16.0%로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했다.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기기괴괴 성형수’ 한 편에 불과했으나 작품성으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예술영화가 다수 개봉했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한국 호러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으며, 야구라는 소재를 통해 여성 성장 드라마를 보여준 ‘야구소녀’를 비롯해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애비규환’ ‘남매의 여름밤’ 등 여성서사 영화와 여성감독 영화의 약진은 작년에 이어 2020년에도 이어졌다.
2020년 실질개봉작 165편의 헤드스태프 여성참여율을 분석한 결과 여성 감독은 38명(21.5%), 여성 제작자는 50명(24.0%), 여성 프로듀서는 50명(25.6%), 여성 주연은 67명(42.1%), 여성 각본가는 43명(25.9%), 여성 촬영감독은 19명(8.8%)으로 프로듀서가 2019년 26.9%에서 25.6%로 소폭 감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종에서 여성 비중이 전년보다 상승했다. 특히 감독과 주연의 비중은 지난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이며 증가폭도 컸다.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영화에서도 실질개봉작처럼 모든 직종에서 여성 비중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으며, 특히 감독과 주연의 비중은 각각 13.8%, 41.4%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흥행 순위 30위 영화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총 15편(53.6%)으로 전년도보다 증가했는데 이는 주연의 여성 성비가 높아진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캐릭터 분석 결과 여성 캐릭터 연령대는 30대가 가장 높고(42.9%) 그 다음은 40대(25.0%)였다. 남성 캐릭터도 30대가 가장 높고(35.7%) 그 다음으로 40대(28.6%)가 높았다. 여성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하여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 29편의 평균 추정수익률은 –34.1%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는 2019년 수익률이 10.9%로 2018년 적자에서 흑자를 달성하자마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순제작비 규모별로는 150억 원 이상(2편)의 수익률 2.9%로 가장 높았고, 모든 구간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구간은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50억 원 미만(12편)으로 –55.0%의 수익률로 추정됐다. 극장 외 시장 매출 추정치를 제외한 2020년 극장 추정수익률은 –52.3%로 떨어지는데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매출 타격이 심각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99년 이후 20년간 한국 영화산업은 대규모 공적 지원과 극장 중심의 시장 확대를 통해 양적 성장에 주력해 왔지만, 이미 극장 중심 영화시장의 포화, 시장 양극화의 고착화 등 내재적인 문제들로 인해 기존 산업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제 코로나19가 환기시킨 기존 산업구조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한국 영화산업 정립을 위해, 영화를 생산하는 주체로서의 창의적인 사람과 기업, 그리고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 양성에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코픽은 현재 영화계 각 분야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포스트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을 운영 중에 있고 새로운 영화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성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오는 4월 발표할 예정이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