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합격해야 ‘웨딩마치’ 울린다
▲ 중국의 성 개방 풍조로 인해 시혼, 원조교제 등이 성행하며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일본 잡지 <주간포스트>에 실린 젊은이의 게임 장면으로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키스를 나누고 있다. |
중국의 성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다양화되고 있다. 그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시혼(試婚)’이다. 시혼이란 말 그대로 시험결혼, 혹은 반(反)결혼을 의미한다. 남녀가 법적으로 정식 부부가 되기 전에 마치 부부처럼 한집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궁합이 잘 맞으면 결혼으로 이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절차 없이 곧장 헤어지기도 한다.
약 3년 전부터 중국의 도시부를 중심으로 유행해온 시혼은 동거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시혼의 목적은 애정이나 경제적 이유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남녀의 성적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혼을 지지하는 중국의 ‘혼인평론가’는 “성의 쾌락이 없는 부부는 진정한 부부라 말할 수 없다. 성격은 교제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섹스능력은 결혼하지 않으면 모른다. 시혼은 불행한 결혼으로부터 고통 받는 여성들을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말한다.
평론가의 의견은 오랜 세월동안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략결혼을 강요당해 온 중국 여성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중국 젊은이들의 성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이미 25차례나 시혼을 했다는 사람은 “시혼을 했다가 헤어졌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체면이 서지 않거나 숨겨야 할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양가의 부모들도 인정하는 분위기”고 말했다.
시혼이 이렇게 유행하자 시혼 커플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도 쏟아져 나왔다. ‘시혼족 전용의 회원제 사이트’에서는 결혼문제 전문가들이 시혼 커플들에게 어드바이스를 하며, 화려한 호텔 룸에서는 ‘시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시혼 커플 중 10% 정도가 시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중국이 오래 전부터 성에 대해 개방적인 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20대 중국인 여성은 “어머니는 독신 시절 회사에 사용한 생리대를 제출해야만 했다고 한다. 여성들의 혼전 성관계가 절대 금기시 되던 시대였기 때문에 ‘월경조사’를 통해 임신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임신이 발각된 미혼 여성은 동네에서 살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 여성들의 성의식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 여성은 “여름방학이 되면 중국 대도시의 산부인과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중절을 원하는 여자 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방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의 대중잡지를 펼치면 중절수술 광고가 실려 있기도 했다. 지금은 중절수술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간단히 병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중절수술을 받는 여성들은 연간 1300만 명 정도라 알려져 있다. 세계 인공유산의 25%를 점하는 수치다. 수술비용은 1000위안(약 16만 8000원)부터 3000위안(약 50만 원) 정도로 대도시 노동자들의 평균급여가 약 2000위안(약 33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현재 중국에서 성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무려 500만 명 이상이며 연간 수익은 14조 원에 이른다. 그중 성인용품 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500억 위안(약 8조 5000억 원) 이상이다. 아동 용품의 연간 매출액이 300억 위안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인용품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중국에서 성인용품이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는 인구팽창을 염려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소자녀정책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에서 정관수술비용 보조는 물론 ‘성인보건’이라는 이름하에 콘돔 무료배포, 자위도구 매매 허가 등으로 국민들이 성인용품을 저항감 없이 당당하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도 성개방 풍조에 큰 영향을 끼쳤다. 파오니우(헌팅), 파오메이메이(젊은 여성을 안다), 완리엔(인터넷을 통해 만난 연인) 등의 성 관련 신조어들은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퍼져나갔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에로사이트가 급증했다. 중국의 대중문화 연구가 야스다 씨는 “정부에 의한 인터넷 규제가 있지만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단히 빠져나갈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상하이에 주재하는 일본인 저널리스트는 “만남 주선 사이트에서 성관계를 목적으로 하는 만남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도 하고, 원조교제 사이트에서는 500위안(약 8만 4000원) 정도를 제시하면 여학생들로부터 만나자는 메일이 계속해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매춘 혹은 유사 성행위 업소 등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부유층 유부남의 ‘세컨드’ 노릇을 하며 한 달에 600만 원 정도의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는 여성들을 얼나이(二女乃)라 한다. 600만 원은 평균적으로 중국인 노동자들의 일 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만큼 화려한 생활을 자랑하는 얼나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인터넷으로 스폰서를 모집하기도 하고, 자신의 누드 사진을 올려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단체를 조직해 고문 변호사까지 두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성의 저연령화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야스다 씨는 “중국 10대들의 성에 대해 “주린호우란 9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그들은 성지식이 풍부하며 성에 대해 거리낌 없는 개방성이 특징이다. 그들은 중학교 교실에서 여학생의 가슴을 애무하는 장면이나 강간하는 장면 등을 촬영해 인터넷에 유출하는 행동으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명문학교에서는 10대들의 이성교제 자체를 금지하는 풍조가 강하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광저우 시의 당간부 양성 교육부에서 중고등학교 세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약 20%의 학생들이 성경험이 있으며 약 10%의 여학생들이 임신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김지혜 기자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