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다승 4연패, 대상경주 17차례 우승…‘대표마’ 도끼블레이드 ‘기대주’ 최강영천·치프인디
박대흥 조교사는 2016년부터 4년 연속 최다승을 기록하며 ‘과천 최고의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성적
지난번 ‘김영관 마방’에서 소개했듯이 서울경마장 최다승 조교사는 박대흥이다. 총 6713회 출전해 969승을 올렸고, 2위는 773회를 기록했다. 통산 승률(14.4%)과 복승률(25.9%)은 전체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최상위급이다. 대상경주에서도 무려 17차례 우승을 거두며, 배대선(24회)과 송문길(19회)에 이어 역시 3위에 올라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교사다.
즐거운파티, 밸류플레이, 가문영광, 명문가문 등 숱한 명마들을 배출했다. 1999년 국내산마 최초의 그랑프리 우승마 ‘새강자’에 이어 ‘즐거운파티’가 2000년 그랑프리를 석권하며 대한민국 경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특히 즐거운파티는 박대흥 조교사에게 대상경주 첫 우승이라는 잊지 못할 감격의 순간을 안겨준 특별한 마필로 기억된다.
#특징
10여 년 전 취재 당시 느낀 점은 과천 조교사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것이다. 다른 조교사와는 급이 달랐다. 경마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이해력이 남달랐다. 또한 오랫동안 조교사협회장을 역임하며 쌓은 리더십과 체계적인 업무능력, 조직 장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이 지금의 박대흥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박대흥 조교사는 다른 누구보다 혈통에 관심이 많았고, 혈통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풍부했다. 따라서 마필을 도입할 때 혈통을 가장 우선 한다. 실제로 도입되는 신마들을 분석해보면 하나같이 혈통이 좋다. 경마는 ‘혈통의 게임’이라는 기본 베이스가 확실해 보인다.
이전에 소개한 박재우, 김영관 마방처럼 마필의 회전이 상당히 빠르다. 아무리 비싼 값에 도입했더라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퇴역시키고, 새로운 마필을 들여와 다시 도전한다. 또한 데뷔전 입상률(최근 2년 26.1%)도 상당히 높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를 마친 후에 실전에 투입한다는 뜻이고, 실전에 나서는 순간 최선의 질주를 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대체적으로 일류 마방들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대표마
명문 마방답게 대표마도 다른 마방보다 많다. 도끼블레이드, 개나리송, 왕벚꽃, 청수여걸, 삼성불패 등은 다른 마방에 가면 모두 에이스가 될 수 있는 마필들이다. 그중 지난해에 부산일보배를 제패하며 1년 만에 대상경주 타이틀을 안겨준 ‘도끼블레이드’와 최근 절정의 기량으로 3연승을 기록한 ‘개나리송’에 대해 살펴본다.
박대흥 마방의 대표마 도끼블레이드가 지난해 6월 28일 열린 부산일보배에서 우승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도끼블레이드는 지금까지 15전 5승 2위 5회를 기록하며 5억 9000만 원의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국내산 1군 수말이다. 2세마 시절 과천시장배 대상경주에서 ‘대완마’와 접전 끝에 목 차이로 2위를 기록하며 강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몇 차례 큰 경주에서 아쉬움을 남긴 후, 지난해 6월 부산일보배(GⅢ) 대상경주에서 ‘가온챔프’를 반 마신 차로 따돌리며 극적인 우승을 거뒀다. 2019년 ‘원더풀플라이’로 코리안더비 우승 이후 1년 만에 맛보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1군에 올라온 이후에도 SBS 스포츠스프린트에서 2위, 올해 2월 경주에서도 2위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1200m나 1400m가 적정거리로 보인다. 혈통 때문이다. 박대흥 조교사도 그렇게 판단한 듯 최근에는 단거리에만 출전시키고 있다. 현재 질병 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일반 경주는 물론 대상경주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개나리송은 국내산 1군 거세마로, 지금까지 12전 7승 2위 2회를 거두며 75%의 높은 복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데뷔 초에는 이 정도로 잘 뛸 것으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1군에 갈 실력은 아니라는 판단이었고, 또한 4군과 3군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며 능력 정체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1군마들은 3세 때 빠른 성장을 보이며, 최소한 4세 초반에는 거의 1군에 올라간다. 반면 개나리송은 지난 1월 경주에서 우승하며 5세의 뒤늦은 나이에 1군에 진출했다.
현재 5세라는 나이로 볼 때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지금의 능력이 대상경주 급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3연승의 상승세를 타면서 최고의 컨디션에 올라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강 편성을 피하고, 주 종목인 1200m나 1400m에 출전한다면 입상권 진입을 노려볼 만하다.
#기대주
2021년 현재 다승 1위에 오른 이유는 뛰어난 신예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만큼 잠재력 뛰어난 기대주가 많다. 차세대 에이스로 지목되는 최강영천을 비롯해 치프인디, 시리우스에이, 케이엔메니퀸 등은 마방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들이다.
최강영천은 4전 3승을 기록하며 3전 만에 4군에 올라간 국내산 3세 수말로, 마방에서 가장 기대하는 유망주 1순위다. 경매가 8000만 원이 말해주듯 혈통이 좋은 데다, 560kg대의 거구임에도 탁월한 스피드를 지녔다. 주행 자세도 안정적이라 앞으로 큰 성장이 예상된다.
데뷔전 1200m에서 뛰어난 선행력과 뒷심을 발휘하며 11마신 차로 압승,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번째 5군 승군전에서도 선입으로 3마신 차 낙승을 거두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런데, 세 번째 경주였던 제주도지사 후원 특별경주에서 ‘흥바라기’에게 무려 14마신 차라는 참패를 당하며 상당한 실망을 안겼다. 비록 외곽질주를 펼치긴 했지만 막판에 허덕이며 뒤처지는 모습은 충격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난 1월 1700m 경주에서 6마신 차의 압승을 거두며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부마 카우보이칼은 지난번에 소개한 대로 1군마를 12두나 배출한 뛰어난 씨수말이다. 그 영향으로 챌린저팜에서 2016년 12월 국내에 개별 수입, 지난해부터 자마들이 실전에 투입되었는데, 상당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모마 컨테서즈모멘트는 현역 시절 블랙타입에서 우승경력이 있는 능력 우수마다. 따라서 혈통적 기대치나 마필의 생김새, 잠재력으로 볼 때 박대흥 마방의 기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치프인디는 5전 2승 3위 2회를 기록 중인 국내산 3세 수말로, 앞서 소개한 최강영천과 함께 박대흥 마방의 미래를 이끌어 갈 쌍두마차로 평가된다. 혈통적 기대치가 높고, 510kg대의 좋은 체구를 타고난 데다 수말다운 근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두 번의 2세마 특별경주에서는 ‘흥바라기’의 벽을 넘지 못하고, 3위와 4위에 그쳤다. 기대했던 막판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2마신과 5마신 차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볼 때 앞으로는 흥바라기를 이길 수 있다고 본다. 흥바라기는 440kg대의 작은 체구에 전형적인 선행마이기 때문이다. 거리 적성도 길지 않아 상위군의 장거리 경주에서는 치프인디가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만큼 혈통적 기대치가 높고, 500kg대의 좋은 체구를 지녔기 때문이다.
시리우스에이는 5전 2승 2위 1회를 기록 중인 미국산 3세 수말로, 외국산 마필 중에서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신예다. 560kg대의 거구임에도 스피드와 힘을 겸비했고, 혈통 기대치도 높아 앞으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처음 두 차례 경주에서는 3위와 4위를 기록하며 가능성만 보이다가, 세 번째 경주에서 전력향상을 보이며 첫 승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 다섯 번째 경주에서는 2위권을 11마신이나 따돌리는 압승을 거두며 걸음이 터진 모습을 보였다.
부마 말리부문은 2017년 미국 리딩사이어 8위에 오를 정도로 우수한 씨수말이고, 외조부 자이언츠코스웨이는 2009, 2010, 2012년 미국 리딩사이어에 오를 정도로 최고의 씨수말이다.
케이엔메니퀸은 3전 1승을 기록 중인 국내산 3세 암말이다. 실전 두 차례 경주에서는 12마신과 13마신의 큰 차이를 보이며 9위와 10위에 머물렀으나, 지난 2월 5일 세 번째 경주에서 뚜렷한 능력 향상을 보이며 첫 승을 올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메니피의 자마지만, 사실 주목할 점은 모마 ‘문차머’다. 현역 시절 블랙타입에서만 3승과 2위 1회를 거둔 뛰어난 능력마였다. 우승 거리도 1700m가 두 번이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중거리는 물론 장거리까지도 소화할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케이엔메니퀸은 혈통이 뛰어나 데뷔전부터 ‘비밀병기’로 분류했는데, 직전 경주에서 5마신 차의 낙승을 거둬 실력이 노출됐다. 당시에 문세영 기수가 10번 게이트에서 좋은 출발을 한 이후, 선입으로 레이스를 펼치다가 막판에 탄력적인 추입으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현재 6군에 머물고 있으나, 잠재력으로 볼 때 최소한 3군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