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입상률 높고 마필 회전 빨라…대표마 ‘티즈플랜’ 기대주 ‘클린업해피’
박재우 조교사는 지난해 38승으로 다승 1위에 올랐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이번 시간에는 곧 재개될 경마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마방 분석’을 한다. 서울과 부산 총 78개 마방 중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마방을 집중분석할 예정이다.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대표마와 기대주는 어떤 말이고 어떤 기수와 궁합이 잘 맞는지, 혹시 비밀병기는 없는지 살펴본다.
참고로 필자의 주관에 의한 분석임을 미리 밝혀 둔다. 경마는 변수가 매우 많은 게임이다. 경마 예상지에 나와 있는 조교사 인터뷰나, 밀착 취재 등도 읽을거리나 참고자료일 뿐이다. 본인이 공부해서 베팅하는 게 최선이고 후회가 없다는 전제 하에 마방 분석에 들어간다.
첫 번째로 분석할 마방은 2020년 다승 1위를 기록한 박재우 마방이다.
#성적
2018년과 2019년 박대흥 조교사에 뒤를 이어 다승 2위를 기록하며 명장의 반열에 오른 개업 10년 차 조교사다. 데뷔 2년 차에 다승 6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지금까지 줄곧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서울을 대표하는 조교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경마가 파행적으로 운영됐으나, 38승으로 당당히 다승 1위에 오르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조교사로 우뚝 섰다.
#특징
박재우 마방의 가장 큰 특징이자 단점은 대형마가 없다는 것이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홈런 타자는 없고 죄다 똑딱이라는 것이다. 10년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더비나 그랑프리 같은 큰 대상 경주를 한 번도 제패하지 못했다. 지난해 부산광역시장배에서 우승한 티즈플랜(미·6세)이 역대 최고마일 정도로 명성에 비해 초라하다. 물론 현재 성장 중인 기대주가 많아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완전 실망이다.
또 다른 특징은 신마의 입상률(최근 2년 24%)이 높고, 마필의 회전이 빠르다는 점이다. 데뷔전부터 입상을 목표로 전력 질주를 펼치며 최대한 빨리 능력을 끌어내고, 걸음이 다 나왔다고 판단하면 가차없이 은퇴시킨다는 뜻이다. 현재 보유마 37두를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이 3, 4세였다. 5세마가 6두, 6세 이상은 2두에 불과할 정도로 평균 연령이 젊다.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처음에 입사한 말들은 모두 가능성을 보고 들어온다. 그러나 대성하는 말은 극히 드물다. 조교사가 빠르고 냉정하게 판단, 발전 가능성이 없다면 과감하게 퇴역시키는 게 맞다. 휴양마의 입상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따라서 박재우 마방의 신마나 휴양마가 출전 시에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재우 마방의 대표마 티즈플랜.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대표마
마방 대표마는 단연 티즈플랜(외1)이다. 지난해 8월 부산광역시장배를 우승하며 박재우 조교사에게 대상 경주 갈증을 풀어준 외국산 강자로, 청담도끼에 이어 외국산마 ‘넘버 2’로 보면 틀림없다. 지난해에 펼쳐진 세 차례 1군 대상 경주에서 우승 1회와 준우승 2회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마사회가 발표한 레이팅에서는 문학치프(137)에 이어 3위지만, 문학치프가 다리 질병으로 인한 장기 휴양 상태라 실질적인 2위라 할 수 있다. 올해 6세가 되면서 전성기가 지난 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청담도끼는 7세로 접어들었고, 나머지 도전 세력 중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강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올해는 티즈플랜이 욕심을 내볼 만하다.
두 번째 마필은 트리플 티아라(암말)의 첫 번째 관문이었던 루나스테이크(1600m)를 제패한 화이트퀸(국3)이다. 이전까지는 단순한 선행마로 분류했었고, 대상 경주급은 아니라는 확신을 했다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 외곽 선입 전개 이후 직선주로에서 대단한 근성을 발휘하며 3마신 차 완승을 거두며 박재우 조교사에게 3년 만에 대상 경주 우승을 안겼다. 두 번째 관문인 오크스배에서는 뒷심 부족으로 7위로 밀려나며 기복을 보였지만, 유연한 주행 자세와 좋은 밸런스를 지녔다는 점에서 1군 진출도 가능한 암말 대표마로 평가한다.
이외에 데뷔 초부터 연승을 기록하며 빠르게 3군에 진출한 컴플리트캡틴, 컴플리트킹덤, 케이톱킹, 클린업벨라 4두가 올해 박재우 마방의 성패를 좌우할 대표급 마필이다. 그중에서 가장 기대하는 마필은 클린업벨라다. 가장 큰 이유는 혈통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부계와 모계 모두 뛰어난 혈통을 지닌 데다 배합도 좋고, 거리 적성도 길게 나온다. 또한, 500kg대의 좋은 체구를 타고났으며, 주행 자세도 유연하고 안정적이라 개인적으로 최상위군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기대주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는 클린업해피(국4), 럭키재산(국5), 옥스퍼드킹(국5), 영광의미소(국6)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여겨볼 마필은 클린업해피다. 데뷔전 우승 이후 매번 막판 한발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마필이다. 새해 첫 주 1월 8일 경주에서는 선입 이후 막판 탄력 넘치는 걸음으로 5마신 차의 압승을 거두며 완벽한 전력향상을 보였다. 혈통적 기대치가 높아 개인적으로 데뷔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마필이다. 520kg이 넘는 큰 체구에 스피드와 지구력을 겸비, 질주 습성도 자유롭다는 점에서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
#기수 궁합
박재우 조교사는 특정 기수를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었다. 빅투아르나 안토니오 같은 외국 용병뿐 아니라, 비인기 기수인 황순도나 김덕현에게도 꾸준한 기회를 주고 있다. 특이한 점은 대한민국 최고 기수인 문세영은 거의 기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티즈플랜이 부산광역시장배를 우승할 때는 빅투아르, 화이트퀸이 루나스테이크를 제패할 때는 임기원 기수였다. 클린업벨라는 김덕현, 클린업해피는 이현종이 기승해 우승했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이용호 기수를 중용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종합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특정 기수와 특별한 궁합은 없었다. 아마도 박재우 조교사가 각 마필의 특징을 꿰뚫어 보고 그에 맞는 최적의 기수를 기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만큼 박재우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1970년생으로 이제 막 50대에 들어선 젊은 조교사로, 부단한 노력 끝에 최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박재우 마방의 미래는 밝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