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 기고문 통해 밝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 시민이 위안부는 매춘부였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규탄하는 팻말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는 27일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위안부에 대한 진정한 이야기 찾기’라는 기고문에서 램지어 교수를 둘러싼 논란을 다뤘다. 기고문에 따르면 램지어 교수는 역사학자들로부터 논문에 대해 반박 당한 뒤 “당황스럽고 괴로웠다”라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실수했다”라고 언급했다.
램지어 교수는 또 보르네오섬에서 위안부로 지낸 일본인 10세 소녀가 스스로 그곳에 갔다는 취지로 논문을 기술한 것에 대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부분에서 확실히 실수했다”라며 인정했다고 석 교수는 밝혔다.
#줄줄이 오류…램지어 논문 내용 ‘충격’
앞서 램지어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로 동원된 성노예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라고 했다. 즉 자신의 의지에 따라 계약을 맺고 일하면서 돈을 벌었으며 원하면 일을 그만둘 수도 있었던 것처럼 묘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램지어 교수는 지난 2019년 6월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설 보안 업체’라는 논문을 통해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부정했다.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는 일선 경찰서에 재일조선인들이 혼란을 틈타 방화와 테러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조선인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괴담이 속출했고, 일본인 자경단은 조선인들을 무차별 살해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인 자경단의 조선인 살해를 시인하면서 “문제는 조선인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범죄를 저질렀고 자경단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조선인을 죽였는가이다”라고 작성했다. 이는 조선인이 방화 등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자경단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면서 “지진 후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소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전세계 역사학자들은 램지어 교수를 향해 날선 비난을 쏟아 부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를 고려할 때 얼빠진 학술작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도 램지어 교수를 지탄하며 “여러 차례 밝혔듯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램지어 누구길래…교수 직함에 ‘미쓰비시’
학계에 따르면 램지어 교수는 1954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뒤 18세까지 청소년기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냈다. 일본 문화에 익숙했던 램지어 교수는 대학에서도 일본학을 택해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이후 그는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법조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1년간 일본법을 공부한 램지어 교수는 도쿄대, 와세다대 등 여러 일본 대학에서 강의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UCLA와 시카고대를 거쳐 1998년부터 하버드 로스쿨 교수로 재직했다.
램지어 교수의 하버드대 공식 직함은 ‘일본법 연구 미쓰비시 교수’다. 일본 기업의 후원을 받는 연구자란 의미다. 미쓰비시는 최근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범 기업이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은 램지어 교수 직함에 대해 “미쓰비시 그룹이 1970년대 하버드에 약 150만 달러를 기부했다”라며 “이러한 이유는 교수 직함을 만들어 램지어처럼 일본을 지지하는 교수를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보도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