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 M&A ‘무조건 승인’ 이유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2019년 9월 신청서를 접수하고, 1년에 걸친 심사 끝에 2020년 8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기업결합 심사대상국 가운데 카자흐스탄에 이은 두 번째 승인 결정이다.
CCCS는 승인 결정 근거를 시장점유율보다 경쟁업체의 존재 여부에 뒀다. 적은 수의 계약에 많은 경쟁자가 있어 입찰에 크게 의존하는 시장 특성상, 시장점유율보다 유효 경쟁업체의 유무로 시장지배력을 판단했다 것이 CCCS의 설명이다.
CCCS는 탱커와 벌크선, 컨테이너선, LNG선, LPG캐리어 등 선종에 따라 관련 시장을 나누고 두 기업의 합병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각 선종에 따라 양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업체를 분석한 결과 LNG선에서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과 비슷한 경쟁자로 △삼성중공업 △중국선박공업(CSSC) △STX조선해양 △JUM(재팬마린유나이티드) 등이 있었고, LPG선에서는 △삼성중공업 △중국선박공업(CSSC) △미쓰비시중공업(MHI) 등이 있었다.
조선업계에서는 싱가포르가 승인 이유를 공개한 것이 나머지 3개국의 승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세 번째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일본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CCCS가 보고서에 언급된 여러 기업과 시장관계자들에 대한 영업비밀 등 주요 사안이 포함될 수 있어 협의와 확인을 거치며 승인 이유를 공개하는 것에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며 “CCCS가 승인 결정의 근거를 밝히면서 시장점유율이 독과점을 유발한다는 부정적 이슈를 부정하는 논거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남은 지역들의 기업승인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경쟁당국의 결정이 변수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본은 지난해 1월 31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지원했다며 우리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으로 제소한 바 있다.
WTO 분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3월 30일 일본 국토교통성 및 외무성과 조선분쟁 양자협의를 개최하고,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향후 진행되는 절차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과의 양자협의에서 “일본 측이 문제시한 금융거래들은 상업적 고려에 따라 WTO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조선시장을 왜곡하는 등의 부정적 효과를 야기하지도 않았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