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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2년 CJ와 박세리 스폰서 조인식 모습. CJ는 자신만의 이미지 만들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이다. | ||
국내외 경기침체를 맞아 재벌그룹들이 이렇다 할 경영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CJ의 이재현 회장만은 잇따라 회사를 인수하는 등 발빠른 공격 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일 CJ그룹이 자사가 운영하던 생활화학 부문을 일본 기업에 판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사실 그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00년부터 꾸준히 그룹의 취약부문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지속해왔다.
올 들어 그의 작업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지난 10일 생활화학부문을 그룹에서 분사한 뒤 이를 일본 라이온사에 매각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CJ는 연말까지 건물, 설비 등 약 4백80억원을 현물출자해 그룹에서 분사하고, 지분의 81%를 라이온사에 넘길 방침이다. CJ가 이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현재 이 사업부문에서는 세탁용 세제 ‘비트’, 비누 ‘식물나라’ 등을 생산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 1천6백억원을 기록했지만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약했다. CJ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굿모닝신한증권 관계자는 “생활화학 부문 매각으로 향후 CJ가 주력사업에 몰두할 여력이 커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CJ의 주가는 지난 10일 5만4천5백원이었으나, 이 소식이 전해지고 난 뒤 11일 5만5천6백원, 12일 5만7천4백원으로 상승했다. 이후 삼성, 현대, 동부 등 국내 증권사에서는 CJ에 대한 평가를 ‘매수 추천’으로 전환했다.
사실 CJ가 이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이재현 회장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용단이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 CJ관계자는 “그동안 CJ가 식품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삼성 이미지를 탈피하고 CJ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에 대한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지난 2000년부터 꾸준히 회사 매각 및 합병 작업을 지속시켜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이번에 생활화학 부문을 판 것은 사실상 그의 제2의 도약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
이재현 회장이 꿈꾸는 삼성이미지를 벗은 CJ의 모습은 어떤 걸까. CJ그룹에 따르면 그가 선택한 카드는 기존의 식품업, 엔터테인먼트 사업, 바이오, 신유통에 이르는 이른바 ‘성장 엔진 4대 사업’.
기존의 식품 부문은 CJ푸드빌과 CJ푸드시스템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CJ미디어그룹이, 신유통 부문은 CJ홈쇼핑이 책임진다는 밑그림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회사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진행시킴과 동시에, 주력 사업분야의 회사를 차근차근 합병하기도 했다.
신유통사업을 위해 지난 2000년 CJ홈쇼핑(당시 39쇼핑)을 인수했고, 장류 전문기업 ‘해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는가 하면, 지난 2002년 한국케이블TV 금양방송, 중부산케이블TV를 인수한 것.
CJ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해 그는 바이오사업 진출을 위해 홍콩의 데어리팜사로부터 드럭스토어사업부문의 외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는 것. 특히 그의 이런 확장 경영은 올 들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게 CJ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올 들어서만 3개의 굵직한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신동방과 한일약품, 플레너스가 바로 그 세 회사이다. 이를 통해 CJ그룹의 계열사는 지난해 33개였으나, 올해 두 배가 가까운 62개로 늘어나 재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젊은 총수’ 이 회장의 야망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물론 그의 이 같은 확장경영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각종 소송으로 비화돼 그의 추진력에 브레이크를 걸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CJ와 해찬들의 소송. 현재 CJ는 해찬들의 지분 50%를 보유중인데, 최근 해찬들이 CJ가 자사의 유통망을 저해하고 있다며 소유지분 반환 소송을 낸 것.
특히 CJ가 영화감독 강우석 감독이 상당지분을 소유한 ‘시네마서비스’를 정리키로 발표했을 때는 이 회사가 소유한 극장 ‘프리머스 시네마’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정에 서기도 했을 정도다.
CJ의 관계자는 “계열사를 늘이기 위해 주력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회사까지 인수하다보니 늘어난 것뿐”이라며 “무리한 확장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태까지 이 회장이 보여준 ‘그룹 색깔찾기’가 성공적인지의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