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근 전주시의원 “‘민간주도냐? 공공주도냐?’ 등 핵심의제 모두 배제”…절차 무의미
전주시의회 서윤근 의원은 4일 전주시의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옛 대한방직부지 공론화위원회와 권고문에 대한 문제점과 오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요신문=전주] 전주시 옛 대한방직부지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달 25일 김승수 전주시장에게 최종 권고문을 전달한 이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언론들의 일방적인 긍정 보도에 묻혀버린 상황이지만 권고문에 대한 심각한 오류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어 전주시의 수용여부 판단에 상당한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권고문이 전달된 다음 날인 2월 26일 전주시의 서윤근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개발업체인 ㈜자광에 꽃놀이패를 안겨준 꼴”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해 주목을 끌었다. 서 의원은 “공론화위원회가 자광의 프레임에 갖혀 특혜시비와 용변 변경의 문제, 민간주도냐? 공공주도냐? 등 핵심의제를 모두 배제시켜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서 의원을 4일 전주시의회에서 만나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하고 권고문에 대한 문제점, 바람직한 개발방안 등을 들어봤다. 서 의원은 전주시가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왜 제안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전주시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도 피력했다. 부적정한 공론화위원회 태동 배경과 의제로 인해 시민들에게 ‘개발’에 대한 착시현상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 지난 제378회 임시회 2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전주시 옛 대한방직부지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권고문에 대해 개발회사인 ㈜자광에 꽃놀이패를 쥐어준 것으로 전주시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개발시나리오는 총 3개였습니다. 그 개발 시나리오는 지난 10월, 11월 중에 진행됐던 이른바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개발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이때의 시나리오 워크숍에서 만들어진 3가지 개발안이 결국 최종적인 개발권고안이 된 것입니다”
“그 이후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그리고 120명의 시민참여단의 활동 등은 사실 3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객관식을 통한 선호도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을 뿐입니다. 새로운 개발 대안이 제시되거나 한 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결국 그 결과 ㈜자광의 개발 안과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는 ‘시나리오B’가 가장 많은 점수를 얻게 됐고 사실상의 공론화위원회의 공식 권고안으로서 지위를 차지한 셈이 됐습니다”
“전주시와 공론화위원회 스스로 최종 권고안은 ‘최선을 다해 민주적 절차를 밟아가며 전주시민들의 뜻을 엄중히 수렴한 결과’라고 공론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권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주시와 ㈜자광 사이의 협상 과정에서 ㈜자광은 권고안의 권위를 내세우며 권고안의 기본틀을 유지할려고 할 것이며 전주시는 다른 제안이나 선택지를 쉽게 내세우지 못한 채 ㈜자광에 끌려다닐 공산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전주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전주시 협상력을 훼손시키는 자충수가 된 셈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지는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 이 같은 문제점을 노출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한다면?
“‘공론화위원회 탄생부터가 적절했는가’하는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2018년 ㈜자광에서 개발안을 만들어 시민제안 형식으로 전주시에 제출했을 때 전주시는 ‘전주시 도시계획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간단히 반려시켜버렸습니다. 사실 전주시가 어떻게든 대한방직부지에 대한 개발방향을 모색하려 했다면 개발업체와 토지주에 대한 갑의 위치, 다시 말하면 ‘인허가권을 가지 행정권력을 가진 주체’로서의 위치를 유지했어야 맞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곧 투표라는 정치행위를 통해 선출된 지방정부 단체장의 역할이기도 하며 책임이기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니면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주시는 갑작스레 공론화위원회를 구상하고 추진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광의 개발안에 제안된 시점에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고 운영되는 순간부터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는 자광 개발안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흉물처럼 방치됐던 대한방직 부지에 대해 ‘개발’이라는 단어가 더해지는 순간 시민들에게는 이것이 마치 문제 해결의 기회처럼 인식되는 착시효과가 발생하게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선발된 공론화위원회 용역회사도 문제였습니다. 노골적이지 않지만 사실상 ㈜자광 개발안에서 언급된 사업내용들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며 자연스럽게 개발 시니리오가 ㈜자광의 개발안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공론화위원회의 과정 속에서 특혜문제나 용도지구 변경의 문제 그리고 민간주도냐 공공주도냐 하는 핵심적인 의제는 모두 배제되었습니다. 마치 대한방직 부지가 전주시 소유의 땅인 양 착각하게 만들며 ‘이 부지에 무엇을 넣는 게 좋을까’하는 아주 1차원적인 선호도 조사 수준으로 시니리오 워크숍과 공론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총체적 부실이었습니다. 물론 과정 속에서 민주적 절차를 얘기하고 형식적 투명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내용물을 효과적으로 제대로 뽑아내기 위해 그 공론화의 얼개를 어떻게 구축하고 쟁점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설계도가 필요했습니다만 그런 건 없었습니다”
▲ 공론화위원회 추진 당시부터 전주시의회가 해야 할 일을 공론화위원회에 떠넘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주시의회가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닌가?
“전주시의회가 공론화위원회 운용예산을 통과시킨 것은 큰 실수이고 잘못입니다. 전주시의회가 전주시의 주요쟁점이 되는 사항에 대해 자체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며 시민들의 여론을 모아가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공론화위원회에 공을 넘긴 건 전주시장이지 전주시의회가 아닙니다. 전주시의회는 능동적 자기 역할을 찾는 데 게을렀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 서 의원님의 지적대로라면 전주시가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문을 수용하면 안된다고 본다. 이제라도 전주시의회가 나서야 되지 않나?
“물론 지금이라도 전주시의회는 전주시의 공론화위원회 권고안 불수용을 결의할 수 있습니다. 전주시 의결기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전주시의회 의석 분포 구조나 역대 표결 결과 등을 예측해 본다면 결과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크게 의미 없는 일입니다”
▲ 공론화위원회가 ㈜자광의 개발계획 프레임에 묶여버린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공공개발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개발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 개인적인 유일한 답은 유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상황처럼 토지를 가진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가 주도하고 전주시가 끌려가는 방식의 개발은 절대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다른 방식의 개발안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하고 방향을 찾으면 됩니다. 아주 천천히 여유있게…”
“공장부지를 멋진 도시재생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한방직 부지와 유사한 부지를 성공적으로 재생한 사례들을 찾아보고, 필요하다면 전문가들을 불러서 토론하고 연구하고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가는 시간을 우리가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주시 김승수 시장은 이런 방식의 공론화는 아예 배제시켰습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본인은 알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아직은 끝이 난 게 아닙니다.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과 ㈜자광의 개발안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타협이 되어 실제 ㈜자광이 주도권을 가지고 특혜개발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끝이 아닙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대규모 특혜성 개발사업들이 첫 삽을 뜨고도 숱한 반목과 대립, 쟁송 등 수 많은 뒤끝을 남긴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어찌 보면 이제부터가 진짜 현실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ssy14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