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일본의 이지스함과 우리나라의 이순신함(아래). | ||
최근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급 7천t짜리 함정 건조 수주건이 그것이다. 지난 11일 오후 해군은 KDX-Ⅲ(이지스함)의 시제함 건조내역을 공개하고, 건조업체로 현대중공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해군은 지난달 28일 입찰공고를 낸 뒤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적격심사 대상업체로 선정한 뒤 8월9일까지 두 회사의 입찰가격과 함정 건조실적, 기술능력 등 적격심사기준을 검토한 끝에 현대중공업을 선정했다.
이 계약은 오는 9월 해군과 계약을 맺은 뒤 2008년 말께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발표가 있은 바로 다음날 입찰에서 탈락한 대우조선에서 서울중앙지법에 시제함 건조업체 선정과 관련해 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송사에 휩싸이게 됐다.
대우쪽의 주장은 지난 7월28일 입찰에서 최저가격으로 응찰해 적격심사 1순위로 선정된 자사가 왜 최종 선정에서 탈락됐느냐는 것이다. 대우쪽에선 해군에서 이지스함 건조업체 결정을 하는 적격심사위원회가 대우조선이 심사자료로 제출한 ‘최근 5년간 함정사업의 평가’에 대해 대상 함정인 충무공 이순신함에 대한 부분은 평가 시기가 아니라며 이 항목에 대한 평가 자체를 배제했다는 것.
대우 관계자는 이순신함이 2003년 11월 해군에 인도돼 최근 2004림팩 훈련에 참여해 100%의 명중률을 보이는 등 빼어난 실적을 보였음에도 해군에서 단지 1년이 안됐다는 점을 이유로 이 항목에 대한 평가자체를 배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3점을 배점할 수 있는 이 항목에 대해 평가가 배제됨에 따라 70점을 배점한 계약이행능력에서도 현대중공업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대우가 30점을 배점한 입찰가격에 대한 점수가 낮아 부적격 업체로 판정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3점만 받았다면 자신들이 수주를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 적격 심사에서 대우는 수행능력 점수는 64.918점, 입찰가격면에서는 18.9점을 받았다.
두 점수의 합이 85점 이상이어야 하는데 대우는 수행능력 점수는 현대보다 높았음에도 입찰가격면에서 현대보다 낮은 점수를 써낸 게 오히려 화근이 된 셈이다.
입찰가격 점수는 예정가격의 88%를 30점 만점으로 계산하는데, 해군의 내정 가격은 3천1백94억원이었고 대우는 2천4백57억원을 써내 오히려 점수를 까먹고 83.8점에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예정가격에서 대우보다 1백37억원을 더 써내 계약을 따냈다. 대우조선으로선 함정사업평가에서 3점만 받았더라도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대우에선 지난해 말 완성해 해군에 인도한 이순신함에 대한 평가를 해군에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해군에선 대우에서 제출한 함정사업 평가 자료에 대해 “적격 심사위원회에서는 규정에 따라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신뢰할 수 없는 방법과 절차를 거쳐 제시한 데이터라는 것이다.
또 대우쪽에서 지난 9일 자신들에게 부적격이라고 통보하자마자 두 시간 반 뒤 현대중공업에 적격통보를 한 것은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군측에선 “이미 8월5일 1순위 업체인 대우조선에 대한 심사가 끝난 뒤 결과를 통보했었고, 8월7일 재심사에도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투명한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우는 해군의 이런 설명에 대해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우는 과거 잠수함 사업 때 ‘현대중공업의 입김 때문에 사업 계약자가 바뀌었다’는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대우조선이 유일한 잠수함 전문 방산업체로서 차기 잠수함의 수의계약이 가능했으나 DJ정부 시절 현대중공업이 로비력을 동원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워 방산물자에 대한 경쟁계약체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규정을 바꾸어 결국 ‘터무니없는 저가’로 현대가 낙찰받았다는 것.
그런데 이번엔 거꾸로 저가로 입찰했다고 점수를 낮게 주고, 결과가 좋게 나온 최근 건조한 배의 성적은 해군이 조사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시켰다는 게 대우의 입장이다.
대우조선의 관계자는 “현행 제도상 입찰에서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서는 최저가 투찰이 기본이며, 현재 해군이 운용중인 모든 구축함(KDX-I 3척, KDX-II 1척)과 잠수함 9척을 건조한 대우조선해양이 이지스함 건조 부적격 업체로 판정받은 심사결과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심사에 적용된 해군의 논리, 부실 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최저낙찰제보다는 예상 가액에 근접한 가격을 써낸 업체에 점수를 더준다는 논리는 지난 2001년 차기 잠수함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9척의 잠수함을 건조한 회사와 1척도 건조하지 않은 업체가 동일한 건조능력이 있다며 낮은 가격으로 응찰한 업체를 선정했던 당시의 입장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송사로 이어졌지만 결국 대우가 자진 취하했고, 이후 해군이 발주하는 모든 배의 입찰 방식이 수의계약이 아니라 경쟁입찰로 바뀌었다.
다시 이지스함급 건조에서 현대중공업과 맞붙어 수주전에서 탈락한 대우조선은 법정에 호소했다. 연이은 수주탈락이 대우조선의 피해의식인지, 이유가 있는 것인지, 법원의 판단이 주목받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에선 이번 수주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기에 대우조선의 주장은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사 자체도 해군당국과 대우조선의 문제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