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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정상영, 김준기, 김재철 | ||
증권거래소가 지난 상반기 동안 상장법인 주식증여(상속 포함)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재벌들이 2세들에게 주식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 비해 올 상반기에는 증여 회사는 조금 늘었지만, 증여주식수 및 증여금액은 크게 늘어났다. 회사 수만 보면 지난해 상반기에 16개 사에서만 이뤄졌던 주식 증여 행위가 올 상반기에는 21개 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증여 주식수는 4백11만4천 주에서 1천6백28만1천 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이는 증여금액을 보면 간접적으로 의문이 풀린다. 지난해 증여금액은 5백92억7천1백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증여금액은 1천8백48억5천7백만원. 지난해 증여주식의 평균 주가와 올해 평균 주가를 비교해보면 보다 구체적인 답이 나온다. 지난해 증여주식의 평균 주가는 1만4천4백7원, 반면 올해 증여주식의 평균 주가는 1만1천3백54원. 지난해보다 증여주식수는 늘었지만, 주당 평균단가는 줄어든 것. 이것이 지난해보다 증여주식수가 4배 가까이 늘어난 비밀이다.
증여한 주식의 단가가 낮을수록 물어야 될 세금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른바 ‘절세’차원에서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증여하는 일이 잦아진다는 재계의 속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개별 항목을 살펴보면 증여금액 상위 10사에 후계구도와 관련된 기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
지난 상반기에 증여액이 가장 많은 상장법인은 KCC그룹의 정상영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정몽진 정몽익 정몽열 등 아들 3형제에게 77만3천3백69주, 9백82억여원의 주식을 증여했다.
이로써 KCC그룹의 경영권은 사실상 2세들에게 넘어갔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 KCC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매집 등으로 경영권 분쟁을 전개한 바 있어 새롭게 경영전면에 나선 2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다음은 그룹지배구조 재편작업에 나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그는 본인 소유의 동부건설 주식 4백75만8천9백74주를 동부건설에 증여했다.
김 회장의 경우 주식 문제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장기 외유중이다. 김 회장이 동부건설에 자신의 주식을 증여한 것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가 악화된 데 따른 경영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위는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 김 회장은 본인 소유의 동원금융지주회사의 주식 4백33만 주, 2백85억3천5백만원어치를 장남인 김남구씨에게 물려줬다.
현재 동원그룹의 차기 경영인으로 급부상중인 남구씨는 부친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음으로써 자신의 그룹내 위치를 보다 확고하게 다진 상황. 김 회장의 경우 무역협회장 등 외부활동에 더욱 열심이어서 사실상 남구씨가 그룹경영을 책임질 것으로 전망된다.
4위는 중견 재벌기업인 삼화페인트공업의 윤희중씨. 그가 올해 2월 사망함에 따라 부인인 김전옥씨 등 2세들이 4백44만4천7백여 주, 1백15억7천9백만원 상당의 주식을 상속했다.
이 회사의 지분분포는 작고한 윤 회장과 공동 창업한 김복규 전 회장(작고)의 아들 김장연 사장이 25.64%로 최대주주다. 2세들에게 지분이 넘어감에 따라 향후 삼화페인트는 공동 창업한 김-윤씨 2세들간 구획정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5위는 남양유업 오너인 홍원식 사장의 모친인 지송죽씨.
지씨는 아들인 홍 사장에게 2만여 주를 증여했다. 증여 주식 수는 다른 기업에 비해 많지 않지만 남양유업의 주가가 높은 관계로 58억3천만원어치나 됐다. 홍씨는 얼마전 지방에서 쓰레기매립장 건설을 둘러싼 추문에 휩싸여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6위와 7위는 유화증권과 성보화학의 박연진씨.
박씨는 유화증권그룹 오너 중 한명인 윤대섭씨의 아들인 윤재갑씨의 부인. 윤재갑씨가 올초 사망하면서 윤씨의 몫으로 돼 있던 주식이 박씨를 거쳐 자녀인 윤수현씨와 윤태현씨에게 증여된 것이다.
긴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증시 상황이 어떤 사람들에겐 꼭 악재만은 아닌 셈이다.
| 상반기 재계 주식증여 현황 | |||
| 그룹 | 증여자 | 피증여자 | 증여규모 |
| KCC그룹 | 정상영 명예회장 | 몽진 몽익 몽열 3형제 | 77만3천3백69주 9백82억원 |
| 동부그룹 | 김준기 회장 | 동부건설 | 4백75만8천9백74주 |
| 동원그룹 | 김재철 회장 | 장남 김남구 | 동원금융지주회사 주식 4백33만주 2백85억3천5백만원 |
| 삼화페인트공업 | 고 윤희중 회장 | 부인·자녀 | 4백44만4천7백여주 1백15억7천9백만원 |
| 남양유업 | 홍원식 사장 모친 지송죽씨 | 홍원식 사장 | 2만주 58억3천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