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 책임져라! 류현진 출동 준비 중
▲ 지난달 2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야구 대표팀 훈련에서 류현진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도하 참사’를 잊지 마
2006년 11월 30일 카타르 도하 알 라얀 구장. 가볍게 대만을 제압하리란 예상과 달리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질질 끌려갔다. 선발 손민한(롯데)이 미국 마이너리거 천룽지에 홈런 2방을 맞으며 3실점 한 게 결정적이었다.
당시 타격 3관왕을 거머쥐었던 이대호(롯데)와 영원한 3할 타자 이병규(LG)가 타선의 선봉으로 나섰지만 궈홍즈(LA 다저스)와 장첸민 등 타이완의 국외파 투수들에 밀려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고개를 떨궈야 했다. 결과는 2 대 4 패.
대만전을 앞두고 선수들은 “우리 팀엔 WBC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한 손민한이 있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손민한이 알렉스 로드리게스(양키스)를 삼진으로 잡았다면, 대만의 궈홍즈도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를 삼진으로 처리한 적이 있다는 걸 선수들은 모르는 듯했다.
일본전 패배는 더 충격적이었다. 죄다 사회인야구선수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은 애초 콜드게임패가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일본을 상대로 그해 정규 시즌 MVP였던 선발 류현진과 이혜천(야쿠르트)이 연거푸 홈런을 맞고 철벽마무리 오승환(삼성)마저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7 대 10으로 졌다. WBC 4강의 영광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악몽으로 돌변했다. 비록 동메달을 따긴 했지만 야구팬들은 이때를 가리켜 ‘도하 참사’라고 부른다.
조범현 대표팀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이어 광저우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해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4년 전에도 감독과 선수들은 똑같은 말을 했다. 관건은 얼마나 전략을 잘 세우고, 충분하게 준비하느냐는 것이다.
# 병역미필자 10명 포진
10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 소집된 대표팀은 첫날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조 감독은 이미 “대표팀이라고 설렁설렁 훈련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바 있었다. 조 감독은 “이름값보다 최근 컨디션과 활용 가치를 우선해 뽑은 선수들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좋다”며 “지금의 좋은 흐름을 11월까지 끌고 가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이었다. 도하 때는 대표팀 선발 기준으로 실력보다 8개 구단 병역미필자들의 안배에 더 신경 썼다. 24명의 최종명단 가운데 14명이 병역미필자였다. 하지만 광저우 대표팀은 24명 가운데 10명만 병역미필자다. 이 가운데 추신수, 양현종(KIA), 송은범·최정·김강민(이상 SK), 안지만·조동찬(삼성), 고창성·임태훈(이상 두산), 강정호(넥센)는 병역 여부와 상관없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각 팀의 주축선수들이다.
특히나 김광현의 대체선수로 합류한 임태훈은 ‘정규 시즌보다 플레이오프에서 활약이 뛰어났다’는 이유로 전격 발탁됐다. 최근 컨디션을 중시하는 대표팀의 선수 선발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다.
코칭스태프도 도하 때보다 탄탄하다는 평이다. 김재박 전 LG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던 도하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철저히 ‘김재박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광저우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조범현의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조범현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이 됐을 뿐 투수와 수비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초빙됐다. 넥센 김시진 감독과 삼성 류중일 코치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각각 투수코치와 수비코치로 승선했다. 벌써 김 코치는 대표팀의 젊은 투수들에게 새로운 변화구를 알려주는 등 팀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지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류 코치 역시 삼성의 명품 수비 노하우를 전수하며 선수들로부터 무한 신뢰를 이끌어 내고 있다.
도하 참사를 기억하는 야구인들은 하나같이 “선발투수를 잘못 투입했다”고 말한다. 예선 대만전 선발 손민한, 일본전 선발 류현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당시 야구전문가들은 “가장 구위가 뛰어난 좌완 류현진을 대만전 선발로 내세워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전은 베테랑 손민한을 등판시켜 경험이 부족한 일본의 젊은 타자들을 유인하는 게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김재박 감독은 선발투수를 거꾸로 배치했다. 그렇다면 광저우 대표팀의 선발진 구성은 어떻게 될까. 대표팀의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란 단서를 달고서 <일요신문>에 처음으로 대표팀 선발진 구상을 털어놨다.
“대만과 B조 예선리그 첫 경기엔 류현진 투입이 확실하다. 두 번째 홍콩 전엔 임태훈, 세 번째 파키스탄엔 김명성(중앙대), 예선 조 1위로 준결승에 오르면 윤석민(KIA)을 선발 등판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대만에 져 예선 조 2위로 올라 일본과 준결승에서 만나면 봉중근(LG)이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결승은 다시 류현진이 선발로 나설 게 유력하다.”
그렇다고 대표팀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작은 잡음도 새어나온다. 야구계는 ‘광저우 대표팀 전력분석팀이 이전보다 다소 약하다’고 평가한다. 전력분석과는 거리가 멀었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과 유지훤 전 한화 수석코치가 광저우 전력분석원을 맡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의 입김으로 두 사람이 전력분석원을 맡게 된 게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KBO는 이런 평이 들리자마자 베이징올림픽과 WBC에서 전력분석원을 담당했던 유남호 씨를 대표팀 전력분석팀에 긴급 수혈했다. 세 전력분석원은 현재 일본과 타이완을 돌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