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DNA 검사 결과, 외할머니가 진짜 엄마”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로 밝혀진 여성 A 씨(사진)가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딸을 낳은 적이 없다’며 출산을 부인한 A 씨(48) 발언에 대해 “거짓말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승재현 위원은 A 씨가 출산한 병원 등이 드러나지 않는 점에 비춰볼 때 부적절한 관계로 아이가 태어났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상대에게도, 주위에도 알릴 수 없는 사정이 있어 딸과 자신의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A 씨의 행동이 일반적인 범죄 심리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산 직후 자신의 치욕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범죄 심리로 아이를 바꿔가며 사건을 힘들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
승재현 위원은 “딸의 아이와 바꿔 딸이 키우게 했으면서도 아이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기까지 6개월 동안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라고 부연했다.
또 딸이 진짜로 출생한 아이의 생사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에서도 출생했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며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아이의 생사를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망한 여아 친부 누구
구미경찰서는 12일 A 씨 내연남의 신병을 확보해 DNA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는 이날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미 DNA 검사에서 숨진 아이의 친모가 구속된 B 씨(22)가 아니라 친정어머니인 A 씨라고 파악했다. 또 아이의 친부가 외할아버지인 A 씨 남편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냈다.
경찰은 A 씨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숨기기 위해 친딸을 자신의 외손녀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아니었고 가족간에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 여러 사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오후 3시쯤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의 한 빌라에서 세 살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 시신은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사는 A 씨 부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친모로 알려졌던 B 씨는 경찰조사에서 “친부와 오래 전 헤어졌고 혼자 애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남겨두고 떠났다”며 “전 남편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지난해 8월 다른 남자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를 빈 집에 홀로 두고 다른 남자와 살기 위해 인근 빌라로 이사한 시점은 같은 달 초로 전해졌다. B 씨는 이사를 가면서 가재도구 등을 모두 챙겨나갔고 집안에는 먹을 것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는 이 기간 중 아무것도 먹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여아 외할머니 여전히 “내 딸 아냐”
경찰에 따르면 숨진 아이의 친엄마는 외할머니인 A 씨다. 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숨진 아이, 구속된 B 씨와 이혼한 전 남편, A 씨 등의 DNA 검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A 씨는 지난 1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도착한 직후 ‘본인의 딸이 맞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제 딸이 낳은 딸이 맞다”며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경찰은 임신과 출산 시기가 비슷한 외할머니 A 씨가 자신의 아이를 B 씨의 아이와 바꿔치기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